2016년 한 해는 국가적으로 측근의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하는 등 불행하고 혼돈스러운 해였습니다.
 
그 여파는 새해로 이어져 헌법재판 소의 탄핵심판 심리가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내려진다 해도 사회 혼란은 잦아들지 않을 것 같아 국민들을 불안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당구계는 어떤가. 작년의 당구계는 당구단체에 종사하는 자들이 선량한 수임자의 역할을 외면하고 단체에 기식(寄食)하면서 국가지원금과 후원금을 횡령 착복한 사실이 각종 미디어에 보도됨으로써 당구계를 얼룩지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건들은 지난해에 깨끗하게 마무리되지 못하고 엘리트 당구와 생활체육 당구가 통합된 지금 현재에도 사법기관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당구계가 대한체육회 산하의 가맹 경기단체가 되기 전까지는 이런 조직적인 금전 비리가 없었으나, 당구가 스포츠로 인정받아 당구단체에 국가 지원의 혜택이 생기면서부터 조직에 관계하는 자들이 당구 발전과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쓰여야 할 돈을 교묘히 빼먹게 된 것 입니다.
 
우리 당구를 되돌아보면,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선배 당구인들은 오로지 당구 하나만을 천직으로 알고 살면서 가난과 굶주림과 박해를 견디며 오늘의 당구를 이룩해 놓았습니다.
 
그전 같으면 단체에 관여하는 당구인들은 보수는커녕 그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면서까지 단체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단체 종사자들은 급여 걱정 없이 상여금과 건강보험, 퇴직적립금까지 다 보장되어 있어 생활이 안정된 셈입니다.
 
이에 비하면 선수들의 생활은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단체 종사자들이 오히려 부러운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단체 종사자들은 생선가게를 맡은 고양이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금을 착복하다가 들통이 난 것 입니다.
 
더 문제인 것은 이런 비리 사실이 폭로되어 당연히 시정이 되어야 함에도 이 비리자들이 그대로 자리를 보존하고 그 직에 눌러앉아 있고 당당히 행세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구인들은 선악에 대한 구별이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죄에 대해 관대한 탓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기관이나 외부에서 본 당구계에 대한 인식이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당구의 이미지에 손상을 끼칠 뿐만 아니라, 악영향으로 파급된다는 사실 입니다.
 
그 단적인 예가 현재 당국의 국가지원금이 모두 단절된 상태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불이익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 이어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새해 벽두에 암울한 이야기를 먼저 늘어놓은 것 같으나 올해의 시작은 맑고 깨끗한 당구계가 되는 것을 염원하고, 그것이 당구계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고언(苦言)을 하는 것입니다.
 
한국 당구계의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의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올 한 해 그 어떤 훌륭한 업적을 이루기에 앞서 당구계의 정화와 비리 척결을 첫째의 과제로 삼아야 할 것임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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