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쿠션선수협회 회장 마르코 자네티(Marco Zanetti)

3쿠션선수협회(회장 마르코 자네티)가 생긴 지도 어언 9년 째다.
 
선수협회의 설립 목적은 분명하다. UMB에 대한 선수들 개개인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메신저가 필요했다.
 
개인의 의견은 그저 개인의 의견으로만 치부되고 무시되기 일쑤였다.
 
12월 새로운 회장 선출에 앞서 오랫동안 선수협회의 회장을 맡아 온 마르코 자네티가 한국 선수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해왔다. 
 

먼저 선수협회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선수협회는 2007년에 설립된 3쿠션 선수들의 단체이다. 세계 톱 클래스의 선수들 대부분이 속해 있고, 그들이 위원회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선수협회를 설립하기 2년 전부터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의견을 대변해 줄 단체의 필요성을 느끼고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설립을 추진했다.
 
선수협회가 설립되기 전에는 대회나 기타 여러 가지 환경에 대한 선수 개개인의 의견과 아이디어가 UMB에 전달되기 힘들었다.
 
선수협회가 선수들 개개인의 의견을 모으고 선수 대표로 UMB와 대화를 나누면서 한결 선수들의 의견을 UMB에 피력하기 좋아졌다. 
 
아직 선수협회의 존재에 대해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 
 
2009년에 선수협회가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2009년 수원월드컵에서 페널티를 받으면서 정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당구에 대한 열정이 조금씩 식었고, 선수협회 일도 그전만큼 활발하게 하지 못했다.
 
그 후로 수년간 선수협회의 활동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이 조직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면서 작년 2015년 포르투갈월드컵에서부터 선수협회의 활동을 재개하게 되었다.
 
그 공백 기간 때문에 선수협회의 존재감이 낮아졌다. 
 
새로 조직된 선수협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작년 2015 포르투갈월드컵에서 새로운 선거로 다시 나를 회장으로 선출했고, 위원회 조직도 새로 갖추게 되었다.
 
토브욘 블롬달, 딕 야스퍼스 같은 톱 플레이어들이 위원회 멤버로 있으며, 프레데릭 쿠드롱 같은 유명 선수들도 회원으로 선수협회에 등록되어 있다.
 
우선 선수협회에서는 선수 개개인의 의견을 수렴해 논의를 하고 의견을 보완하고 통합해 UMB와 협회의 자격으로 의견을 조율한다. 특히 UMB에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고 나서 많은 의견을 활발하게 조율하고 있다.
 
파룩 바르키 신임 UMB 회장은 선수들의 의견에 그 어느 회장보다 많이 귀를 기울여주고 있으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선수협회 회장으로서 상당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선수협회 회장으로서 어려운 점은 없나?
 
역시나 가장 어려운 점은 서로 만족할 만한 합의점을 끌어내는 것이다.
 
대회 경험이 많은 선수들은 행정이 아닌 실질적인 대회 출전 당사자로서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UMB나 조직위, 연맹 등에서 생각하는 것과 선수들이 생각하는 것에는 분명히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늘 쉽게 이야기가 되고 조율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협회에서는 좀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끊임없이 UMB와 대화를 하고 있다.
 
과거 UMB 집행부에서는 랭킹포인트시스템의 변화 등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선수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결정을 해왔다.
 
하지만 파룩 바르키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과거보다 나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선수협회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선수들만큼 이 스포츠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도 없고, 이 스포츠가 발전하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도 없다. 
 
최근 가장 가시적인 선수협회의 성과로는 어떤 것이 있나?
 
얼마 전 세계선수권대회의 상금을 기존보다 2배가량 올리기로 UMB에서 결정을 했다. UMB의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하고 나서 가장 큰 변화이자 첫 번째 변화다. 
 
그동안 선수협회에서 적극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 어필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앞으로 3쿠션에도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단순히 상금이 오른 것 이상의 기대감이 엿보인다. 
 
그렇다. 과거에는 UMB와 선수협회가 서로 다른 의견을 피력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꼭 한배를 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무척 기쁘다. 
 

인터뷰 시작 전에 선수협회 회장으로서 한국 선수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선수협회는 강제성이 없다. 선수협회에 가입을 원하는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고 매년 70유로의 회비를 내고 선수협회 회원으로 활동을 하게 된다.
 
지금 대부분의 톱 플레이어들이 선수협회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지만, 그 수가 35명으로 많지는 않다. 그중 16명이 한국 선수들이다.
 
그만큼 선수협회에서의 한국 선수들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선수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계속 내주고 있어서 그 의견이 3쿠션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어 선수협회 회장으로서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수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준다면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이미 몇 가지를 UMB에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들이 있다.
 
우선 랭킹 시스템의 변화다. 현재 6경기밖에 포함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고, 점수제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기량이 과거보다 훨씬 향상되었는데, 우리는 아직도 40점 경기를 하고 있다. 월드컵이나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서 많은 선수들이 오랜 시간 여행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오랜 시간의 여행 끝에 겨우 9이닝이나 10이닝을 치고 경기가 끝난다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물론 과거 15점 세트 경기를 선호하는 선수들도 있다. 방송이나 관중들은 세트제 경기가 더 흥미로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선수들의 기량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펼쳐 보일 수 있으려면 점수제가 적합한데, 현재 40점 점수제도 지금 선수들의 기량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짧다고 생각된다.
 
5, 60점 정도는 돼야 운이 아닌 기량으로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켜보는 관중들이 지루해하지는 않을까?
 
우리 경기를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은 당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이런 경기를 지켜보는 걸 좋아할 것이다. 
 
선수협회의 총회가 얼만 안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인가?
 
선수협회의 회장 임기는 2년이다. 스위스 로잔에 선수협회 사무국이 있지만, 회장 선거는 오는 12월에 후르가다월드컵 때 그곳에서 함께 열린다. 
 
회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는가?
 
계속해서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UMB와 협상할 것이다. 특히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구리월드컵에서 후베르니 카타노와 뤼피 체넷이 아주 근소한 점수 차이로 민감한 경기를 펼치고 있었는데 심판의 오심으로 후베르니 카타노가 지고 말았다.
 
카타노가 시간이 거의 끝날 때쯤에 샷을 했는데, 심판이 타임아웃으로 간주하고 파울을 선언했다.
 
사실 시간이 끝나면 벨이 울린다. 카타노가 샷을 날렸을 때 벨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관중이나 선수는 그가 시간 안에 샷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니터로 초를 확인하던 심판은 벨소리가 아닌 모니터의 바가 없어지는 순간을 타임 아웃이라고 생각했다.
 
카타노는 득점을 했고 심지어 오픈 포지션으로 연결돼서 얼마든지 더 점수를 낼 수 있었다.
 
심판은 파울 선언과 동시에 공을 잡고 움직였다. 선수와 관중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이미 어떻게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
 
이건 단순히 심판의 판단으로 인한 오심이 아니라 교육의 부재로 인한 오심이다. 충분한 교육으로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오심이었다.
 
대회 후에 선수협회 차원에서도 UMB에 항의를 했다. 
 
이런 부분은 연맹과 UMB가 더 신경을 써서 선수들이 온전히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런 사건들 때문에라도 선수협회는 꼭 필요하다. 선수협회는 선수들을 대표해서 연맹에 의견을 피력해 더 나은 당구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사진 오현정(슬로우드림)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