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 PBA서 두 번째 우승 차지…데뷔 후 세 시즌 만에 '다회 우승'
23-24시즌 데뷔 최고 성적 32강 그쳐…시즌랭킹 67위 '최악의 성적'
24-25시즌 3차 투어 '에스와이 하노이 오픈'서 사상 '첫 우승'
25-26시즌은 개막전과 5차 투어 '준우승'…3차 투어도 '4강 활약'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가 프로당구(PBA) 투어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정선/이용휘 기자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가 프로당구(PBA) 투어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정선/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프로당구(PBA) 투어 데뷔 후 적응에 애를 먹던 '3쿠션 사대천왕'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웰컴저축은행)가 다회 우승자의 반열에 올라서며 제2의 전성기를 시작했다.

11일 강원도 정선군의 하이원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에서 열린 7차 투어 '국민의 행복쉼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산체스는 같은 통산 2승 도전자인 마민껌(베트남·NH농협카드)을 세트스코어 4-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3차 투어 '에스와이 하노이 오픈'에서 프로당구 첫 우승에 성공한 지 1년 2개월여 만에 차지한 두 번째 우승이다.

PBA 투어 데뷔 3년 차인 산체스는 과거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처럼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두 시즌 동안 거둔 성적을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

데뷔 시즌인 23-24시즌에 산체스는 최고 성적이 불과 32강에 그치면서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걸맞지 않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시즌 랭킹 67위. 아마추어 시절부터 세계랭킹 1위가 아니면 상위권에 항상 올라 있던 산체스가 선수 생활을 하며 경험한 최악의 시즌이었다.

당시 1부 투어 잔류도 어려웠던 산체스는 대륙시드로 살아남아 다음 시즌에도 1부 투어에 출전할 수 있었으나, 월드챔피언십에 나오지 못하면서 40년 가까운 선수 생활 동안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갔다.

아무리 프로당구로 적을 옮긴 첫 시즌이라고 해도 산체스의 평균 애버리지가 PBA 하위 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산체스는 9차례 출전한 정규투어에서 애버리지 1.658로 전체 선수 중 3위를 기록했지만, 3차 투어와 5차 투어에서 단 두 번만 32강에 올라왔고, 나머지 대회는 모두 128강과 64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산체스는 7차 투어 결승에서 마민껌(NH농협카드)에게 세트스코어 4-2로 승리하며 통산 2승을 달성했다.
산체스는 7차 투어 결승에서 마민껌(NH농협카드)에게 세트스코어 4-2로 승리하며 통산 2승을 달성했다.
PBA 데뷔 첫 시즌에 대해 산체스는 "16살 이후 처음 받는 성적이었다. 끔찍한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PBA 데뷔 첫 시즌에 대해 산체스는 "16살 이후 처음 받는 성적이었다. 끔찍한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산체스는 이때를 돌아보며 "16살 이후 처음 받는 성적이었다. 끔찍한 시즌"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첫 시즌과 지금을 비교하면 굉장히 발전했다"며 "PBA 투어에서 우승하는 게 이렇게 힘들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PBA에는 강한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산체스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적응했고, 큰 무대에서 우승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지난 시즌 3차 투어 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 당구대 컨디션 적응만 하면 언제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또한, "나뿐만 아니라 PBA의 모든 뛰어난 선수들이 당구대에 적응만 한다면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들어서 산체스는 PBA 투어에 적응을 마친 듯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부터 결승에 진출했고, 3차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징검다리로 준결승에 올라와 전 시즌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6차 투어 '휴온스 챔피언십'에서는 시즌 두 번째 결승에 진출, 김영원(하림)에게 역전패를 당해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산체스는 이미 부활을 마친 상태임을 입증했다.

시상식에서 PBA 장상진 부총재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산체스.
시상식에서 PBA 장상진 부총재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산체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들과 산체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들과 산체스.

이어 이번 7차 투어에서 산체스는 강동궁(SK렌터카), 김홍민, 우태하, 이상용 등 한국 선수들과 벌인 치열한 승부에서 살아남아 시즌 세 번째 결승을 밟았다.

16강에서 벌인 강동궁과의 승부를 두고는 "16강전은 운이 좋았다. 3세트에 강동궁이 매치포인트를 놓치면서 기회가 왔고, 이길 수 있었다"며 "물론, 운으로만 이긴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합쳐져 우승까지 할 수 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다음 투어는 128강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한 번의 실수로 결과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체스는 "앞으로도 많은 우승을 바라지만, 승운이 따라야 결승에 올라가고 우승까지 할 수 있다"며 PBA 승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승운이 전부가 아니지만, 경기를 풀어갈 실력이 있어야 승운이 따라온다. 강동궁과의 16강전이 그랬던 것"이라고 말했다.

산체스는 "나는 아직 배움에 있어서는 젊은 나이다.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라고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혔다.
산체스는 "나는 아직 배움에 있어서는 젊은 나이다.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라고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혔다.

한국에서 3년 차를 보내고 있는 산체스는 "한국 생활에 100% 적응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한국을 좋아한다. 음식, 당구, 삶까지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적응한다면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생활에 대한 적응은 마쳤지만, PBA 시스템에는 아직 더 적응이 필요하다"며 "내가 UMB에서 활동할 때는 뱅크 샷을 치지 않았다. 그러나 PBA에서 뱅크 샷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체스는 "이번 시즌에 내 뱅크 샷 비율은 18%밖에 되지 않는다. PBA 선수들 중 하위권 기록일 것"이라며 "내가 뱅크 샷에 더 적응한다면, 성적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나는 아직 배움에 있어서는 젊은 나이다(웃음).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팀 웰컴저축은행 소속 용현지와 기념촬영하는 산체스
같은 팀 웰컴저축은행 소속 용현지와 기념촬영하는 산체스
산체스와 같은 스페인 선수 이반 마요르(왼쪽), 이성혁 전 대한당구연맹 전무이사(오른쪽).
산체스와 같은 스페인 선수 이반 마요르(왼쪽), 이성혁 전 대한당구연맹 전무이사(오른쪽).

PBA에서 이루고 싶은 기록이 뭐냐는 질문에 산체스는 "UMB에서는 종합애버리지 신기록을 세운 적이 있지만, 지금은 기록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기록보다는 승리와 승리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하이런이나 애버리지 같은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내용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이상용에게 세트스코어 4-3으로 어렵게 승리한 산체스는 결승전에서 지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괜찮다. PBA에 도전하기로 결정했을 때 이미 결승전은 하루 두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연습 시간을 거기에 맞게 늘렸다"며 "결승전까지 진출하면 최대 14세트를 풀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200점에서 250점까지 점수를 내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훈련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날 승부에 대해서도 "평소 연습량에 비해 오늘은 경기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체력적인 요소보다 준결승전에서 풀세트 경기를 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정선/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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