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9개월 만의 LPBA 투어 우승… “이제야 마음의 근육이 생겼다”
입스와 부상 이겨낸 ‘설원의 여왕’ 이미래, “다시 자신감 얻었다”
[빌리어즈=정선/김민영 기자] ‘원조 LPBA 다승왕’ 이미래(하이원리조트)가 ‘설원의 여왕’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미래는 10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5-26시즌 7차 투어 ‘국민의 행복쉼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전에서 첫 우승에 도전한 이우경(에스와이)을 세트스코어 4-3으로 꺾고, 4년 9개월 만에 LPBA 통산 다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돌아온 이미래입니다”라는 인사로 우승 소감을 시작한 이미래는 “처음엔 금방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너무 오래 걸려서 이제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굉장히 두려웠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이어 “1,234일 만에 5번째 우승이라 신기하고 의미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미래는 “우승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내가 준비해온 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며 “지옥 같았던 시간들을 이겨냈다. 이제는 자신 있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옥 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을 때 힘이 되어준 친구들이 있다”며 용현지(웰컴저축은행), 조명우(서울시청), 이충복(하이원리조트), 조재호(NH농협카드)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다음은 이미래의 우승 기자회견 전문이다.
– 오랜만의 우승이다. 소감은?
마지막 우승 이후 금방 다시 우승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다.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굉장히 컸다. 그래서 이번 우승이 더 기쁘다. 1,234일 만에 5번째 우승이라 신기하다.
– 결승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나?
우승에 대한 확신보다, 내가 준비한 것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과거의 아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 어려움을 결국 이겨냈다. 앞으로는 좀 더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 경기 초반 2, 3세트를 내줬다가 후반에 분위기를 되찾았다.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1세트를 이기고도 ‘이겼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매 세트를 ‘제로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쳤다. 세트를 빼앗겨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준비한 걸 다 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기회만 오면 잡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 심리적인 부담이 컸다고 했다. 입스 증후군을 겪었나?
그렇다.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계속 노력 중이다. 그 과정에서 우승을 하게 돼서 더욱 값지고 기쁘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극복해 나갈 것이다
– 손목 부상은 이제 괜찮은가?
이제는 거의 괜찮다. 부상보다 과사용으로 인한 통증이 있어서 꾸준히 메디컬 피티를 받았다. 당구에 필요한 근력 운동을 병행하며 체력 관리를 꾸준히 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몸 상태가 좋다.
– 결승이 3시간 40분이나 이어졌다. 체력적인 문제는 없었나?
멀쩡하다. 지금도 한 게임 더 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 당구에 필요한 근력 운동이 따로 있나?
당구는 아직 학문적으로 연구된 분야가 많지 않다. 그래서 직접 내 자세와 스윙을 분석해서 어떤 근육을 쓰는지 확인했다. 여러 운동을 시도해보며 당구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다.
–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고비는?
8강전, 정수빈 선수와의 경기였다. 대회를 앞두고 책 한 권을 선물받았는데, 그게 마음을 다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덕분에 결승전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내 루틴을 지킬 수 있었다.
– 이번 대회 전 경기에서 애버리지가 1점을 넘었다. 만족스러운가?
기본기 실수가 매 경기 있었던 게 아쉽지만, 전체적으로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 멘탈 문제로 힘들었던 시간이 길었다.
1,234일 동안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운동선수에게 가장 어려운 벽이다. 지금도 꾸준히 극복하려 노력 중이다.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져야 하는데, 이제 20% 정도는 생긴 것 같다.
– 소속팀 하이원리조트가 타이틀 스폰서인 대회였다. 부담감은 없었나?
예전에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회 후원사보다는 내 자신과의 싸움이 더 크다. 결국 두려움의 대상은 나 자신이다.
– 마지막 챔피언십 포인트가 들어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한때는 ‘다시 우승하면 벅찰 것’이라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우승한다고 크게 기쁠까 싶었다. 요즘은 그냥 ‘다행이다’ 정도로 느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우승하니 주변에서 응원해 주신 분들이 너무 많다는 걸 느꼈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만난 최지민, 김다희, 정수빈, 이우경 선수에게 고맙다고 꼭 전하고 싶다.
–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앞으로의 목표는?
‘이제 계속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내가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게 운동이다. 더 발전하고 안정된 경기력을 유지해야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5년 만의 우승인데, 새로운 단계로 넘어섰다고 느끼나?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나를 완전히 뛰어넘는 날이 온다면, 그때가 진짜 새로운 단계일 것이다. 그래도 이번 우승이 앞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더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사진=정선/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