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티, 8강서 타슈데미르에 50:49 '신승'…준결승 진출
16강전에서는 김행직 상대로 Avg. 3.125 기록
호프만과 9일 오후 3시 30분 준결승전…SOOP 생중계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올해 63세인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가 세계 3쿠션 최강자들이 총출전한 광주 세계3쿠션당구월드컵 준결승에 진출했다.
자네티는 8일 광주광역시 빛고을체육관에서 열린 '김행직(전남-진도군청)에 이어 '튀르키예 최강자' 타이푼 타슈데미르까지 제압하며 4강 한 자리를 꿰찼다.
이날 자네티는 애버리지 3점대를 넘나드는 공격력과 1점 차 박빙의 승부에서 승리하는 저력까지 보여주며 펄펄 날았다.
오후 2시 30분에 먼저 열린 16강전에서 한국의 김행직(전남-진도군청)을 16이닝 만에 50:26으로 제압하면서 애버리지 3.125를 기록했던 자네티는 잠시 후 오후 7시 30분에 열린 8강전에서는 타슈데미르와 치열한 1점 차의 승부에서 50:49(32이닝)로 승리를 거뒀다.
자네티는 당구월드컵 초창기인 80년대부터 활약했던 베테랑 중의 베테랑 선수다.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자네티의 큐는 전혀 녹슬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그와 동년배인 '3쿠션 사대천왕'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이 최종예선에서 떨어지고, 3살 어린 딕 야스퍼스(네덜란드)가 32강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대천왕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듯한 상황에서도 자네티의 승부력은 여전히 세계 정상을 향하고 있다.
이날 16강전과 8강전에서 자네티는 절정의 샷 감각을 보여주며 세계 최고의 3쿠션 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16강에서는 8이닝까지 5-6-4-6 연속타 등을 쉴 새 없이 몰아치며 김행직이 쫓아갈 틈도 주지 않았고, 29:20, 9점 차로 겨우 따라붙었을 때는 다시 3-8-5-2-3 연속득점을 올려 불과 16이닝 만에 승부를 끝내버렸다.
타슈데미르와 벌인 8강 승부는 극적이었다. 8이닝에 10점타를 치며 21:12로 앞서던 자네티는 13이닝까지 27:16으로 11점 차까지 점수를 벌렸다가 타슈데미르가 16이닝부터 8-4-2 연속타로 반격하면서 29:32로 역전을 허용했다.
자네티는 22이닝에 30:35로 뒤처졌지만,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23이닝에 얻은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고 5점을 만회하며 35:35 동점을 만든 자네티는 다음 공격에서 4점, 1점 등을 이어가며 40:37로 역전에 성공했다.
타슈데미르가 곧바로 5점, 1점을 받아쳐 40:43으로 재역전당한 자네티는 28이닝에서 5점을 만회해 45:43으로 승부를 다시 뒤집었다.
그러다가 29이닝에 타슈데미르가 5점, 30이닝에 1점을 득점하면서 살얼음판 승부는 47:49로 타슈데미르 쪽으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네티는 상대방이 승리까지 단 1점을 남긴 상황에서도 집중력이 남아 있었고, 31이닝에 2점타로 49:49 동점을 만든 뒤 32이닝에서 먼저 매치포인트를 득점하며 기어코 승리를 거뒀다.
지금까지 이탈리아의 3쿠션 일인자로 장시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자네티는 3쿠션 당구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 국제 무대에 쉬지 않고 도전장을 던졌다.
3쿠션 세계 무대의 메인 이벤트인 당구월드컵에서 자네티는 5번의 우승과 준우승 10차례, 24회의 4강 입상 등 기록을 남겼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우승 2회와 준우승 2회, 4강 7회 등 총 11회 입상했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에 이집트에서 열린 '샤름 엘 셰이크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에디 멕스(벨기에)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는 '포르투 당구월드컵' 준결승에 올랐다.
당시 준결승에서 자네티는 제레미 뷔리(프랑스)에게 49:50(37이닝)으로 1점 차의 분패를 당해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달에 벨기에에서 열린 '앤트워프 당구월드컵'에서는 16강에서 조명우(서울시청)와 대결해 이때도 24이닝 만에 49:50으로 져 탈락했다.
이번 광주 당구월드컵에서 자네티는 조별리그에서 2승을 거둔 뒤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의 황봉주(시흥체육회)에게 36:40(21이닝)으로 패해 E조 2위로 밀려났지만, 이날 16강과 8강전에서 다시 한번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며 준결승까지 올라왔다.
과연 자네티가 광주에서 처음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대회 마지막 날인 9일 오후 3시 30분에 시작하는 준결승전에서 자네티는 글렌 호프만(네덜란드)과 진검승부를 벌인다.
90년생인 호프만은 올해 35세로 주니어 시절을 거쳐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움한 선수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호프만은 타슈데미르를 상대로 하이런 17점을 치며 단 9이닝 만에 40:20으로 승리해 애버리지 4.444를 기록하고 G조 1위를 차지했다.
이날 16강전에서 응우옌찌롱(베트남)에게 50:27(26이닝)로 승리한 호프만은 8강에서 마틴 호른(독일)을 28이닝 만에 50:42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올해 앙카라 당구월드컵과 앤트워프 당구월드컵에서 두 차례 4강에 오른 호프만은 이번 광주 당구월드컵에서도 준결승을 밟아 2회 연속 및 시즌 3회 입상을 기록했다.
연륜의 절정을 달리고 있는 자네티와 역대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호프만이 벌이는 승부에서 과연 누가 승자로 기록될 것인지 주목된다.
이번 광주 당구월드컵은 조명우와 멕스가 9일 오후 1시에 시작하는 준결승전에서 결승 한 자리를 놓고 격돌하고, 이어 자네티와 호프만 경기의 승자가 오후 7시에 결승전에서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광주 당구월드컵 준결승과 결승 경기는 SOOP의 온라인 플랫폼과 케이블채널에서 생중계된다.
(사진=광주/이용휘 기자, SOOP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