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민영 기자] "한 세트만 이겨도 잘한 거라고? 자존심 상했다."
지난 추석 연휴 열린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2025 한가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임경진(하이원리조트)이 경기 후 비장하게 임했던 결승전 소감을 털어놨다.
LPBA 톱 랭커 32명에게 주어지는 64강 시드를 받고 이번 투어를 시작한 임경진은 32강부터 권발해, 이우경(이상 에스와이), 이미래(하이원리조트), 김세연(휴온스) 등 팀리거들을 연파하고 결승에 올라 '당구여제' 김가영(하나카드)과 '추석 당구여왕'의 자리를 놓고 마지막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4-3의 김가영의 신승. 사실 임경진이 김가영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벌일 거라고 예측하는 당구 팬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김가영의 압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달랐다.
1세트를 8이닝 만에 김가영이 3:11로 차지하자, 2세트에서 임경진은 8:10(7이닝)의 위기에서 8이닝 선공에 남은 3점을 먼저 처리하며 11:10으로 역전승을 거두고 한 세트를 만회했다. 이어 3세트와 4세트를 김가영이 6:11(7이닝), 4:11(7이닝)로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1-3으로 앞섰지만, 임경진은 5세트와 6세트를 11:8(11이닝), 11:9(13이닝)로 연달아 따내며 세트스코어 3-3으로 추격했다.
결국 마지막 7세트까지 연장된 승부에서 김가영이 7이닝 만에 3:9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임경진도 나름의 목표를 달성했다.
"결승전 상대가 김가영 선수라 주변에서 다들 1세트만 따도 성공한 거라고 그랬다. 왜 그런 말을 할까 서운했고, 어떻게든 마지막 세트까지 가서 우승에 가까이 다가가 보자는 생각으로 이번 결승전에 임했다."
또한, "이번 시즌 팀리그에 참여하면서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마냥 좋기만 했는데, 많은 경험을 하고 있고, 팀 선수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기존에 연습하던 것과 달라서 좀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팀리그를 준비하면서 팀원들과 연습했던 게 많이 도움이 됐다. 또 경험에 있어서도 많은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다"라고 결승 진출의 원동력을 팀리그로 꼽았다.
다음은 임경진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김가영과의 결승전 소감은?
결승전 상대가 김가영 선수라 주변에서 다들 1세트만 따도 성공한 거라고 하더라. 왜 그런 말을 할까 서운했고, 어떻게든 마지막 세트까지 가서 우승에 가까이 다가가 보자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됐다. 둘 다 실수를 많이 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즐거운 경기였다.
어떤 점을 잘 공략했다고 생각하나?
최대한 기본 공이 왔을 때 득점하려고 노력했다. 평소에는 시원시원하게 치는 스타일인데, 힘을 조절해서 섬세하게 치려고 했다. 이게 플러스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려운 공이 왔을 때 그냥 치고 보자가 아니라 다음 공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쳤던 것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세트까지 가서 주변의 예상을 깬 것도 나름대로 열심히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선수인데, 아이는 엄마가 오늘 결승까지 간 걸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인데, 대회 기간 동안 엄마가 보고 싶다고 얘기해서 그럼 엄마 빨리 갈까 라고 물으면 또 지는 건 싫다고 하더라. 끝까지 이기고 오라고 응원도 해주고, 엄마 너무 멋지다는 말도 해주고, 어린 아들이지만 든든하다.
올 시즌 팀리그에도 들어갔다. 팀리그를 하면서 개인 투어에 도움이 되는 요소가 있었나?
값진 경험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마냥 좋기만 했다. 팀리그에 들어갔다는 것에. 팀리그를 하면서 이런저런 경험도 하고, 팀원들과 같이 연습하면서 캡틴과 팀원들에게 배우기도 하면서 헷갈리는 것도 있었지만, 팀리그를 하면서 팀원들과 연습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 그 부분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또 경험에 있어서도 많은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다.
팀리그도 이제 절반이 지났는데, 본인의 활약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운가?
아니다. 개인전은 결과에 대한 책임이 나한테만 있으니까 부담이 없는데, 팀리그는 팀에 피해를 끼친다는 생각에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것 같다. 팀원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나를 팀에 뽑아 줬는데, 더 잘하고 싶고, 더 열심히 하고 싶고,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쉽지가 않더라.
지금 3라운드까지 끝났는데,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들이 이번 개인 투어를 하면서 도움이 된 것 같다. 이전보다 긴장도 덜 하고, 덜 떨렸다.
두 번째 결승전이었다. 첫 번째 결승전보다 만족스러운가?
지난 시즌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 때는 좀 아쉬웠다. 마지막 7세트를 못 쳤으니까. 그게 제일 아쉬웠지만, 첫 준우승이라서 기뻤다. 이번 결승전은 목표했던 7세트까지 갔다는 것은 만족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은 아쉽다. 더 늘고 싶어서 훈련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시행착오와 실수가 좀 있었다.
(사진=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