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두 번째 준우승을 차지한 조재호와 크라운해태 기종표 단장.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시즌 두 번째 준우승을 차지한 조재호와 크라운해태 기종표 단장.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고양/김민영 기자]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가 올 시즌 두 번의 결승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다.

비록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특히 지난 6일 오후 3시에 열린 2025-26시즌 5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한가위 2025' 준결승전에서 김종원(웰컴저축은행)을 세스트코어 3-3, 7세트 3이닝 7:7 박빙의 상황에서 5이닝에 먼저 남은 4점을 쓸어 담으며 11:7로 승리한 조재호는 이어 밤 9시에 진행된 에디 레펀스(벨기에, SK렌터카)와의 결승전 대결에서도 풀세트까지 가는 초접전 끝에 마지막 7세트를 6이닝 만에 6:11로 레펀스에게 빼앗기며 세트스코어 3-4의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경기 후 조재호는 "이번 대회는 예선부터 너무 힘들게 한 경기, 한 경기 이기고 올라왔다. 막상 결승까지 올라오니 우승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라며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또한, "테이블 컨디션 때문에 나나 레펀스 선수가 좋은 경기를 보여 주지 못했다.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그 정도가 아닌데, 너무 못 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서 그게 조금 더 힘들다"라며 팬들과 시청자를 향한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특히 조재호는 하루에 준결승 7세트와 결승전 7세트 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밝히며, 선수들이 좋은 기량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경기 운영에 대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결승전에서 에디 레펀스와 대결 중인 조재호.
결승전에서 에디 레펀스와 대결 중인 조재호.

다음은 준우승을 차지한 조재호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결승까지 올라왔는데,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일단 결승까지 갈 줄 몰랐다. 예선부터 너무 힘들게 해서 한 경기, 한 경기 그냥 좀 '살아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경기를 했는데, 어떻게 또 결승전까지 왔고, 마지막에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좀 아쉽게 됐다. 그래도 나름 올해는 결승 두 번을 가서 절반의 만족은 하고 있다.

결승전에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

테이블 컨디션이 아쉬웠다. 조금 짧게 다녀서. 거기에 맞춰서 치는 게 당연히 선수들의 몫이겠지만, 계속 얽히고설켜서 한없이 어려운 테이블이 될 수 있는 게 뻑뻑한 테이블이다. 나도 그랬고, 레펀스 선수도 그랬고, 좀 그런 것들 때문에 보시는 분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사실 결승까지 올라온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이 정도는 아닌데, 너무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게 조금 더 힘들었다.

끝까지 공의 진로를 확인하는 조재호.
끝까지 공의 진로를 확인하는 조재호.

준결승도 굉장히 힘들게 이기고 올라왔는데, 그 영향이 결승전에도 미친 것은 아닌가?

준결승전에서 풀세트 경기를 하고 두 시간도 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밥도 잘 못 먹고 결승전을 해야 했다. 사실 4강전과 결승전을 같은 날 하는 게 너무 힘들다.

여자부 LPBA 투어는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각각 하는 것처럼 차라리 낮에 여자부 결승을 하고 밤에 남자부 결승을 하는 방식으로 경기 진행을 하면 좀 낫지 않을까. 7세트 경기를 하루에 두 번, 14세트 경기를 이렇게 하고 지면 사실 진짜 너무 힘들다.

6세트에서는 조재호 특유의 집중력이 나온 것 같은데, 7세트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6세트 후에 화장실을 열심히 뛰어갔다 왔다. 숨을 제대로 고르지 않은 상태로 7세트 초구를 쳤다가 놓쳤다. 6세트 종료 후 7세트까지 2분 30초의 시간이 있는데, 화장실을 다녀오기에는 좀 짧다.

PBA 운영진에게 마지막 7세트를 앞두고는 화장실에 갈 경우 시간제한을 좀 넉넉하게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마지막 7세트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풀세트 접전 끝에 우승을 놓친 조재호가 우승자 에디 레펀스에게 축하를 건네고 있다.
풀세트 접전 끝에 우승을 놓친 조재호가 우승자 에디 레펀스에게 축하를 건네고 있다.

두 번의 결승 진출이 절반의 만족이라고 했지만, 막상 결승까지 와서 우승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클 것 같은데.

두드리다 보면 열리지 않을까. 일단은 결승까지 올라가는 게 제일 중요하고, 당연히 우승은 하고 싶은데, 사실 결승 한 번 못 가본 선수들이 너무 많은데 우승을 못 했다고 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4강만 가도 정말 행복한 거고, 결승에 가면 훨씬 더 행복한 거다. 이번 대회는 지고 있다가 역전하는 경기가 많았다. 8강전에서 김임권 선수를 상대로 1세트를 내주고도 역전했고, 준결승전에서는 김종원 선수를 상대로 두 세트를 지고 있다가 역전해서 이겼다. 평소 이렇게 지고 있다가 역전하는 경기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냥 앞서 나가서 끝내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진짜 한 경기, 한 경기 스스로 대견하다고 느낄 정도로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럽다.

이번 경기를 바탕으로 다음에는 마지막 순간에 해내는 선수가 되도록 준비하겠다. 이번 결승전은 마지막 세트 레펀스 선수의 행운의 샷이 너무 아팠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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