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 투어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에디 레펀스. 우승 직후 프레스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PBA 투어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에디 레펀스. 우승 직후 프레스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고양/김민영 기자] '벨기에의 베테랑' 에디 레펀스(SK렌터카)가 55세의 나이에 프로당구(PBA) 개인 통산 2승을 달성했다. 무려 3년 10개월 만의 두 번째 승리다.

2021-22시즌 3차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할 당시 당구대 위로 뛰어오르는 인상적인 퍼포먼스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레펀스는 이번 두 번째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또 한 번 당구대 위로 뛰어올랐다.

프로당구 출범 원년인 2019-2020시즌부터 PBA 투어에서 뛴 레펀스는 3번째 시즌인 2021-22시즌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한 후 무려 4시즌 만에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특히 조재호(NH농협카드)와 결승에서만 3번째 대결을 벌인 레펀스는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의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평소 경기 중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레펀스였지만, 세트스코어 2-1로 밀리던 4세트에는 자신의 뜻대로 득점되지 않자 본인에게 화가 난듯 물수건을 내리쳐 경고를 받는 이례적인 장면까지 연출됐다. 

경기 후 레펀스는 "이번 승리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의 승리"라고 밝히며 "그동안 영국의 당구전문 멘탈 코치에게 도움받은 것이 이번 승리는 물론, 팀리그에서도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우승 직후 울컥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매 투어 곁에 있어 줬던 아내가 딸아이의 생일을 챙기느라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고국에서 지켜보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라며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앞으로 다음 우승까지 4년이 더 걸릴 수도 있지만, 출전하는 모든 대회마다 우승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출전하겠다"라고 다음 우승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마지막 매치 포인트가 득점되자 당구대에 뛰어올라 승리를 만끽하고 있는 에디 레펀스.
마지막 매치 포인트가 득점되자 당구대에 뛰어올라 승리를 만끽하고 있는 에디 레펀스.

다음은 레펀스의 우승자 기자회견 전문이다.

먼저 이번 대회 결승전 소감과 우승 소감 부탁한다.

오늘의 승리는 정말 최고다. 항상 당구는 상대와의 싸움도 있지만 나 스스로와의 싸움이 더 중요한데, 오늘 경기에서 나는 나 스스로를 이겨냈다. 믿을 수 없는 기분이다.

처음에 0-2로 끌려갈 때만 하더라도 온갖 생각이 들었다. 준결승전까지 굉장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결승전을 시작하고 두 세트까지 시작이 정말 좋지 않았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당황스러웠고, 3세트마저도 0:9로 밀리면서 침착하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하이런을 반복하면서 경기에 돌아왔고, 집중력을 그 순간부터 한 번도 잃지 않았다.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내 경기를 보여줬다.

4년여 만에, 너무 오랜만의 우승인데, 그사이 초조하거나 혹은 몇몇 선수들처럼 이제 PBA를 떠나야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

지난 패배들을 통해 자극을 받았고, 포기란 내 사전에 없었다. 스스로와 계속해서 싸웠고, 굉장히 많은 노력 끝에 세트를 마무리하는 선수가 됐다. 그동안 마무리하는 능력을 좀 더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에 영국의 멘탈 코치에게, 스누커를 비롯해 당구선수만 전문으로 케어해주는 멘탈 코치에게 멘탈 코칭을 받으면서 노력했고, 앞선 팀리그와 이번 투어에서 그 부분들이 많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런 긴장감이 도는 경기에서 포인트를 놓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줄었고, 놓치더라도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내 게임을 마무리할 수 있는 그런 멘탈을 지니게 됐다.

사실 이번 대회도 굉장히 쉽지 않은 대진이었다. 서현민, 김준태 등 하이레벨의 잘 치는 선수들을 상대하며 멘탈 코칭 덕분에 다 이겨내고 세트를 끝내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었다.

조재호와 3번째 결승전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에디 레펀스.
조재호와 3번째 결승전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에디 레펀스.

초반 두 세트에서 부진했던 이유가 있었나?

잘 모르겠다. 이유가 있다면, 루틴이 깨진 것 때문이지 않을까. 보통은 아침에 일어나면 낮에 낮잠을 자지 않는데, 오늘은 준결승전이 끝나고 1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그러면서 루틴이 좀 무너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보통 경기에 들어가기 전 최상의, 첫 번째 샷부터 최고의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여야 하는데, 그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낮잠을 절대 자지 않겠다.(웃음)

결승에서 '슈퍼맨' 조재호를 상대했는데, 우승 세리머니에서는 당신이 슈퍼맨 같았다. 당구대 위로 올라가는 세리머니를 하는 이유가 있나? 또 마지막 샷 이후 큰 함성을 지는 건 어떤 이유에서였나?

세리머니는 큰 의미는 없지만, 첫 번째 우승 후에 테이블 위에 올라가는 세리머니를 했더니 주위 사람들이 한 번 더 우승하게 되면 꼭 다시 한번 그 세리머니를 해달라고 했다. 이제는 나만의 세리머니로 발전한 것 같다.

그리고 크게 소리를 지른 것은 마지막 샷 이후 나 자신을 이겨냈다는 감정이 많이 올라오면서 행복감을 표출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한국의 당구 팬들이 전임 교황을 닮았다고 '당구 교황'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알고 있나? 마음에 드는 별명인가?

잘 알고 있다. 방송에 보여지는 내 모습이 그렇게 보인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고, 좋은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득점을 확인하고 있는 에디 레펀스와 심판.
득점을 확인하고 있는 에디 레펀스와 심판.

55살이 젊은 나이가 아닌데, 톱 플레이어로서 경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헬스장도 가고 러닝도 하면서 주 3~4회 정도는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몸 자체가 건강해야 집중도 잘 되고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젊은 사람들의 기운을 받기 위해서 젊은 사람들을 주변에 많이 두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나도 좀 젊어지는 느낌을 받고 또 그런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그들 속에서 나이 들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것도 조금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당구만 잘 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PBA 같은 녹다운 토너먼트는 한 게임 한 게임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일단은 몸이 건강한 상태여야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

대회 후 조금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떤 이유에서 감정이 올라왔나?

이번 결승전은 나와의 싸움이 굉장히 힘들었고, 그걸 이겨냈다는 생각에 감정이 올라왔고, 또 이번 투어에 함께하지 못한 아내 생각이 나면서 격해진 것 같다.

나를 따라 한국까지 와서 내조를 해주던 아내가 딸아이 생일을 챙기기 위해 고국에 잠시 가서 이번 대회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곳에서도 지켜보고 있었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감정이 올라왔다.

결승전 후 얼굴을 감싸 쥐고 눈물을 삼키고 있는 에디 레펀스.
결승전 후 얼굴을 감싸 쥐고 눈물을 삼키고 있는 에디 레펀스.

이제 개인 통산 2승을 달성했는데, 올 시즌 얼마나 더 우승하고 싶은가?

모든 선수가 우승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회에 임한다. 이런 동기부여와 우승에 대한 열망이 없다면 대회에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대회가 끝나면 현실적으로 승자는 결국 한 명뿐이지만, 이것이 스포츠의 현실이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프로선수로서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음 우승까지 또 4년이 더 걸릴 수도 있지만,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 우승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최후의 승자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출전할 것이다.

프로당구 원년부터 지금까지 PBA 투어에서 뛰고 있는데, PBA 팀리그에서도 우승을 하고 MVP로도 선정됐다. 또 이번에 우승까지.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라고 생각하나?

작년에 팀리그 파이널 우승도 하고 두 차례 MVP도 탔다. 지금이 내 최고의 순간인 것 같고, 또 그렇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순간이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볼 수는 없었지만,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스스로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멘탈적으로나 피지컬적으로나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기 때문에 그것들이 이제 결실로 따라와 주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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