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당구여왕' 자리를 지켜낸 김가영이 당구 팬들에게 추석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한가위 당구여왕' 자리를 지켜낸 김가영이 당구 팬들에게 추석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고양/김민영 기자] 프로당구 역사상 통산 17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또 한 번 '한가위 당구여왕'에 등극한 김가영(하나카드)이 우승 후 "죄송하다"라는 뜻밖의 소감을 전했다.

5일 밤 10시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5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한가위' 여자부 결승전에서 김가영은 임경진(하이원리조트)을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으로 꺾고 프로당구 17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지난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한가위 2024'에 이어 올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열린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한가위 2025'에서도 2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한 김가영은 '추석 당구여왕'의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우승 소감으로 "너무 좋다. 이번 결승전이 최근 했던 경기 중 제일 길고도 험난하고 힘든 경기였다"고 밝힌 김가영은 경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승을 해서 좋은데 졸전이라 죄송한 마음이 크다"라고 속마음을 전했다.

특히 "뭘 해도 잘 안됐다. 어느 정도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못할 것 같은 것을 컨디션이 안 좋을 때라도 예측이 가능한데, 이번에는 이게 전혀 예측이 안 됐다"라며 "어떻게든 뭐라도 해서 그 상황을 헤쳐 나오려고 멀쩡한 상대도 바꿔봤다"라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결승전에서 임경진을 4-3으로 물리친 김가영.
결승전에서 임경진을 4-3으로 물리친 김가영.

다음은 김가영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우승 축하한다. 우승 소감 한 마디 부탁한다.

당연히 우승해서 좋지만, 졸전이라서 죄송하다.

마지막 7세트에는 얼굴 표정에서도 드러날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뭘 해도 안되니까. 어느 정도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못할 것 같은 것을 보통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예측이 가능한데, 이게 전혀 예측이 안 됐다.

그렇다 보니 엄청 불안한 상태였다. 그래서 표정 관리도 안 됐던 거고, 그게 다 드러났던 것 같다. 사실 내 표정이 어땠는지도 잘 모르겠다. 뭐라도 해서 그 상황을 헤쳐 나오려고 했고, 솔직히 그 상황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7세트까지 접전이 펼쳐지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느껴진 건 아닌가?

그런 건 아니다. 몸이 아픈 건 아니었고, 마음이 아팠다. 경기장이 좀 더워서 땀도 많이 나고 좀 몽롱한 상태였다. 그런 데다가 공격이 잘 안 나오니까 집중력도 좀 해이해지고, 루즈해졌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에도 특별한 세리머니 없이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김가영이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에도 특별한 세리머니 없이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김가영이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하나카드 구단 관계자들과 팀 동료들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 대신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가영.
하나카드 구단 관계자들과 팀 동료들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 대신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가영.

7세트 중간에 상대를 한 번 바꿨다. 이번에도 큐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나?

전혀 없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내 안에서 원인을 찾는 데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니까 뭐라도 해보자는 거였다.

이번 '한가위 투어'에서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언제였나?

결승전이다.

결승전이 유독 힘들었던 이유는 상대의 견제 때문인가? 아니면 본인의 컨디션 때문인가?

이번 대회는 전반적으로 내용이 좋지 않았다. 특히 준결승전부터 공 컨디션이 좀 달라졌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결승전에 들어갔는데, 맞춰서 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컨트롤이 잘 안됐다.

지난 대회 우승 후 스트로크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시도가 있었나?

꾸준히 계속 노력하는 부분이다. 공 하나에 대한 스트로크가 아니라 전반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주려고 하는데, 하나를 고치면 다른 문제가 튀어나오고, 좀 좋아졌다 생각하면 더 좋아지고 싶은 욕심이 생기다 보니 끝이 없는 것 같다.

당구를 알면 알 수록 어려운 것 같고, 내가 당구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욕심도 끝이 없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계속 반복이다.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나뿐만 아니라 당구선수라면 다들 그럴 것 같다.

결승전에서 생각이 많은 김가영.
결승전에서 생각이 많은 김가영.
추석을 하루 앞두고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한가위 2025'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한가위 당구여왕'에 오른 김가영.
추석을 하루 앞두고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한가위 2025'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한가위 당구여왕'에 오른 김가영.

이번 결승전을 경험 삼아 다음 투어는 어떻게 대비할 건가?

이렇게까지 실수한 공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없다. 실수가 너무 많다 보니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니터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 전에 일단 좀 쉬어야 할 것 같다. 맛있는 것도 먹고 정신을 좀 차리고, 그 다음에 모니터링을 하고 정리를 해보겠다. 진짜 뭐부터 해야 될지 모르겠다.

매번 우승을 한 후에도 연습실로 간다고 했는데, 오늘은 쉴 생각인가?

아니다. 오늘도 연습실로 간다. 쉰다는 게 며칠을 쉰다는 게 아니라 한 1시간 정도? 길게는 두 시간 정도다. 일단 밥은 먹어야 하니까.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