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고양/김민영 기자] "1, 2세트를 너무 큰 점수 차로 져서 오히려 긴장이 풀렸어요."
이때부터 마법이 시작됐다.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웰컴저축은행)라는 대선수를 상대한다는 긴장감과 첫 방송 경기의 긴장감이 동시에 풀리자 이동규의 플레이가 살아났다.
지난 1일 이동규는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5-26시즌 5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2025 한가위' 남자부 PBA 투어 128강에서 '사대천왕' 산체스와 대결해 승부치기에서 5 대 1로 승리했다.
1세트를 15:4(5이닝)로 산체스에게 내준 이동규는 2세트를 15:1(8이닝)로 무기력하게 빼앗기며 세트스코어 0-2로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3세트에 끝내기 하이런 8점을 터뜨리며 15:6으로 한 세트를 만회한 이동규는 이어진 4세트에서 20이닝 장기전을 펼치며 산체스를 견제한 끝에 15:9로 승리하며 2-2 동점을 만들고 승부치기로 승부를 연장했다.
승부치기에서 선공을 택한 이동규는 5득점을 올리며 기세를 올렸고, 후공의 산체스는 1득점에 그치며 5 대 1로 최종 승부가 결정되었다.
경기가 끝난 후 이동규는 "이길 줄 몰랐다. 솔직히 이긴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라며 "산체스와의 대진을 확인하고 같이 경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좋은 경험하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라고 얼떨떨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1, 2세트를 너무 큰 점수 차로 져서 오히려 그때부터 긴장이 풀렸다. 배우고 간다는 생각으로 남은 경기에 임했다"라고 역전승을 거둔 결정적 순간에 대해 회상했다.
"사실 그동안 2부 투어 예선에서 탈락하다 보니, 시간제 경기를 이번에 처음 해봤다. 1, 2세트는 경기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고, 너무 빨리 샷을 했다. 3세트부터는 조금씩 적응을 하면서 내 타이밍을 잘 가져갔던 것 같다."
승부치기에서 5득점을 올렸지만, 그렇다고 우승을 확신할 수도 없었다. 상대가 산체스가 아닌가.
"산체스 선수와 실력 차이가 워낙 많이 났기 때문에 사실 승부치기에서 5점을 치고도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없었다."
23살에 느즈막히 대대에 입문한 이동규는 만화가이자 당구선수인 박승희의 도전을 보면서 프로당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박승희 선수를 처음 봤을 때 32점을 치고 있었는데, PBA에서 뛰면서 2~3년 사이에 40점을 치는 걸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나도 PBA에 선수 등록을 하고 프로 선수의 꿈을 본격적으로 갖게 됐다"라고 밝힌 이동규는 "2부 투어 2년차인데, 힘들지만 실력이 느는 게 보여서 그거 하나 보면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라고 프로 당구선수의 삶에 대해 말했다.
같은 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김남수가 멘토이자 스승이라고 밝힌 이동규는 "김남수 프로가 산체스와 대결한다고 말하니 '당구 유학 다녀온다고 생각하고 배우고 와라, 대신 후회 없이 치고 와라'라고 조언해 줬는데, 이번 경기로 1부 투어 승격이라는 목표에 큰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동규는 "1부에 올라가서 팀리그에 들어갈 수 있는 성적을 내고 싶다"라고 프로당구선수로서의 목표를 밝혔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