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 도전 7년 만에 최성원 꺾고 '첫 우승'
2016년 강동궁·조재호를 1쿠션·3쿠션 결승전서 꺾고 우승
늦은 시작에도 그가 변하지 않는 '대구 1번'인 이유는?

이승진(55)은 PBA 도전 7년여 만에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며 당구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이승진(55)은 PBA 도전 7년여 만에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며 당구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우리에게 희망이 됐습니다"

프로당구(PBA) 투어에서 늦깎이 첫 우승을 차지한 이승진(55)은 동료 후배 선수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다. 그중 이승진은 "우리에게 희망이 됐다"는 메시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승진은 8일 밤 9시에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4차 투어 'SY 베리테옴므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전에서 '부산 후배' 최성원(휴온스)을 세트스코어 4-1로 꺾고 프로 데뷔 7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과거 아마추어 시절에는 여러 차례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이승진은 프로당구(PBA) 투어 데뷔 후에는 이렇다할 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장 최근 우승을 차지한 것이 벌써 9년 전이다. 지난 2016년에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국토정중앙배에서 이승진은 3쿠션과 1쿠션 두 종목을 우승해 2관왕을 차지했다.

이때가 이승진의 마지막 우승이었다. 당시 이승진은 1쿠션 결승전에서 강동궁(SK렌터카), 3쿠션 결승에서 조재호(NH농협카드)를 꺾고 한날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4차 투어 시상식 후 프레스룸에서 열린 기자단 공동 인터뷰에서 이승진은 그날을 회상했다. 그는 "2016년 국토정중앙배에서 1쿠션과 3쿠션을 우승한 게 마지막이었다"며 "그때도 적은 나이가 아니었던 만큼 우승을 할 거란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결승에서 만난 상대 선수가 국내 최강자인 강동궁과 조재호였기 때문에 이승진의 우승 확률은 높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1쿠션 결승전을 포기하고, 3쿠션 결승전에만 집중하라"는 조언도 했다고.

그러나 이승진은 "나는 시합하는 게 너무 즐거워서 결승전에 모두 나갔다"라고 말하며 당시를 돌아봤다. 

우승 후 프레스룸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이승진.
우승 후 프레스룸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이승진.
당구선수 생활 25년여 만에 가장 큰 상금 1억원을 획득한 이승진.
당구선수 생활 25년여 만에 가장 큰 상금 1억원을 획득한 이승진.

서른에 선수 생활 시작…20년 넘은 지금도 '불변의 대구 1번'

이승진이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한 것은 서른쯤이다. 당구 큐도 지금 프로 정상에 올라선 선수들보다 한참 늦은 시기에 잡았다. 이번에 결승에서 만난 최성원만 하더라도 처음 큐를 잡은 것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국내외에서 정상에 선 대부분의 선수들을 보면 어린 나이부터 큐를 잡고 훈련을 받은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그에 비하면 이승진은 당구를 시작한 것도 비교적 늦깎이생이었다.

이승진은 "고등학교 때 친구가 당구를 조금 친다고 해서 당구장을 따라가 봤는데, 재미가 있어서 금방 빠져들었다"고 말하며 "군대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당구를 놓은 적이 없다"고 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취미의 영역이었고 선수 생활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1998년에 방콕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당구가 채택되면서 이승진에게 도전 목표가 생겼다.

당구로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나이 서른쯤에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구 지역 최고 실력자로 성장한 이승진은 2001년 4월경에 열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고, 국내 최강자들이 모두 출전한 1차 선발전을 통과하며 2차 선발전에 진출했다.

4차전까지 치러 선발된 인원은 총 4명. 마지막 5차전은 미국에서 활동하던 고 이상천 회장이 합류한 다음 5명이 리그전을 벌여 최종 국가대표 2명을 선발했는데, 이승진은 아쉽게 탈락해 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국내 전국 무대에서 정상급으로 올라선 이승진은 팀선수권 등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며 국가대표의 꿈을 이뤄 '대구 1번'이라는 타이틀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PBA 투어 도전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누구보다도 근면성실했기 때문에 장시간 대구 지역에서는 그를 넘어서는 선수가 없었고, 또래의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실력이 좋은 선수로 평가를 받아왔다.

결승전에서 이승진 응원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지인과 팬들.
결승전에서 이승진 응원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지인과 팬들.
이승진은 평소 일정한 루틴으로 훈련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승진은 평소 일정한 루틴으로 훈련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PBA 도전기'에서 드러난 이승진의 성공 비결…"근면하고 성실하라"

이번 인터뷰에서 이승진은 평소 훈련 루틴에 대해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당구장 문 열기 전인 오전 9시부터 2시간 정도 혼자 연습을 한다. 이후에 연습장에서 동호인들과 게임을 하고서 오후 6~7시쯤에 집으로 돌아간다"라고 밝혔다.

이것은 그가 오랫동안 대구 최고의 실력자로 올라설 수 있는 비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변에서는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는 그를 보고서 "우렁각시 숨겨 놓았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승진은 "선수라면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하기에 이런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라고 이유를 말했다.

이승진이 이런 생활을 오래할 수 있었던 것은 당구에 대한 열정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우승에 대해서 그는 "이런 날을 바라보고 당구를 하진 않는다"며 프로당구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서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만나 나의 당구 역량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구가 늘었다. 지금도 당구가 계속 늘고 있다. 많이 배우는 것 같다"며 "톱랭커나 젊은 선수들 경기를 보면 수월하고 정확하게 칠 때가 많아서 선수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또 경기들을 보면서 혼자서도 연습하며 부족한 부분을 고친다. 늘 배우려는 마음이다. 지금도 당구가 늘고 있다는 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승진은 선배 당구인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그는 "가장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 당구가 있을 수 있었다. 나이와 시간에 상관없이 힘든 길을 다져왔기에 지금과 같은 환경이 생길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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