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 8일 4차 투어 결승서 최성원에 4-1 승리
시즌 첫 한국 선수 우승… PBA 24번째 투어 챔피언 등극
2289일 동안 PBA 정상 도전…49번째 투어서 '극적 우승'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대구 맏형' 이승진(55)이 2289일 만에 48전 49기의 우승을 일구며 프로당구(PBA) 정상에 올라섰다.
8일 오후 9시에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4차 투어 'SY 베리테옴므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전에서 이승진은 세트스코어 4-1로 최성원(휴온스)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당구 투어 출범 원년인 2019-20시즌에 데뷔한 이승진은 개막전 '파나소닉 오픈'부터 이번 시즌 4차 투어까지 무려 6년 3개월여 동안 49차례나 PBA 정상을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7시즌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이승진은 그동안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세 차례나 큐스쿨에서 살아남아 1부 투어에 출전했다.
그러다가 이번 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에서 준결승에 진출했으나, 당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웰컴저축은행)에게 0-4로 져 결승행에 실패했고, 마침내 이번 4차 투어에서 사상 첫 결승에 진출해 우승을 차지하며 PBA 통산 24번째 투어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승진의 우승으로 지난 시즌 왕중왕전 'SK렌터카-제주 월드챔피언십'에서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웰컴저축은행)의 우승을 시작으로 이번 시즌 3차 투어까지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하나카드),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크라운해태), 모리 유스케(일본·에스와이)로 이어진 외국 선수들의 우승 행진은 마감됐다.
이번 우승으로 당구선수 경력 중 최고 상금인 1억원을 획득한 이승진은 이번 시즌 총 1억1천만원을 기록하며 시즌 제비스코 상금랭킹 1위로 처음 올라섰다. 또한, 총 1억 5천400만원을 받아 전체 시즌 누적 상금랭킹은 24위를 기록했다.
1년 10개월여 만에 데뷔 후 두 번째 결승에 진출한 최성원은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며 3천400만원을 획득, 시즌 상금랭킹 6위(3천900만원)와 누적 상금랭킹 18위(1억7천900만원)에 자리했다.
"연륜의 정석"…이승진, 세트스코어 3-0으로 최성원 압도
이승진은 결승에서 예상과 달리 최성원을 상대로 3세트까지 내리 승리를 거두며 세트스코어 3-0으로 앞섰고, 4세트를 내줬으나 5세트에서 승부를 마무리하며 우승상금 1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1세트 시작과 동시에 2-2-2 연속타로 6:3으로 리드하던 이승진은 6이닝에 4점, 7이닝 2점을 득점해 12:4로 앞섰다.
9이닝에 다시 1점을 보태 13:5로 앞서가던 이승진은 11이닝부터 최성원이 2-5 연속타를 터트려 13:12까지 추격을 당했으나 후공에서 남은 2점을 득점해 15:12로 승리했다.
2세트에서도 이승진은 12:6으로 리드하다가 9이닝에 4점타를 맞고 12:10까지 따라잡혔다가 11이닝에서 뱅크 샷을 성공시켜 15:10으로 승리를 거두고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섰다.
이승진은 4:4 동점이던 3세트 5이닝부터 3-2-6 연속타로 15점을 모두 득점해 7이닝 만에 15:4로 승리를 거두고 3-0으로 크게 앞섰다.
우승까지 단 한 세트를 남긴 이승진은 4세트 초구에 8점을 득점했으나 최성원이 4-1-2 연속타로 따라붙어 8:7의 접전이 벌어졌다.
4이닝에는 1점 , 2점을 주고받아 점수는 9:9 동점. 벼랑 끝에 몰린 최성원이 5이닝에서 4점을 득점한 뒤 6이닝에 2점을 마무리하면서 9:15로 한 세트를 내줬다.
이승진은 5세트 초구에 최성원이 7득점을 올리면서 4이닝까지 2:10으로 크게 뒤져 계속 추격을 허용하는 듯했다.
그러나 4이닝 후공에서 3점, 5이닝에 뱅크 샷 두 방을 포함해 대거 6점을 득점하면서 11:11 동점을 만들었고, 다음 6이닝에 남은 4점을 모두 득점하면서 15:11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확정했다.
"나는 그저 당구 칠 때 가장 행복하다"
1970년생인 이승진은 아마추어 시절에 과거 2000년대 초반에 한국 당구계 최고 대회였던 'SBS 한국당구최강전', '아리랑TV배' 등 국내 굴지의 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며 국내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이후 후배 최성원, 강동궁(SK렌터카), 조재호(NH농협카드), 고 김경률, 허정한(경남) 등이 치고 올라오면서 밀려나 전성기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2019년 6월에 출범한 프로당구 투어에 출사표를 던진 이승진은 포기하지 않고 6년 3개월의 긴 시간 동안 계속 PBA의 문을 두드렸다.
결국 이승진은 49번째 출전한 PBA 정규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마침내 프로당구 투어 챔피언의 반열에 올라서며 제2의 전성기를 시작했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이승진은 "너무 행복하다.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인생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내가 또 이 자리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승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괜찮다. 나는 그저 당구 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라고 우승 소감을 남겼다.
준우승에 그친 최성원은 "이번 대회는 전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경기를 했는데, 마지막 결승전을 앞두고 컨디션 조절을 잘 못한 게 아쉽다. 3세트까지 무기력하게 경기를 했다. 이번 결승전을 통해 시합 들어가기 전에 컨디션 조절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대회 '웰컴톱랭킹상'은 128강전에서 애버리지 3.214를 기록한 응우옌꾸옥응우옌(베트남∙하나카드)이 수상했다.
(사진=PBA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