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 LPBA 4차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가영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프로당구 LPBA 4차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가영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고양/김민영 기자] '당구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이 77일 만에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에게 빼앗긴 왕좌를 되찾았다.

7일 열린 2025-26시즌 4차 투어 'SY 베리테옴므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가영은 스롱을 세트스코어 4-2로 꺾고 LPBA 투어 개인통산 16승을 달성했다.

지난 2차 투어 4강전에서 스롱에게 패하며 연속 우승 행진이 막힌 김가영은 이번 4차 투어 결승에서 스롱을 만나 직접 지난 패배를 설욕하며 다시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시즌 3차 투어로 열린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김가영은 이후 8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다시 '에스와이 베리테옴므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가영
김가영

우승 직후 김가영은 "작년 에스와이 대회부터 기운이 좋았는데, 다시 에스와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라며 반색했다.

"이번 대회 출발이 좋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다"는 김가영은 "잠도 잘 못 자고, 컨디션 조절을 하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 옆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컨디션을 찾아가려는 과정이 잘 맞아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한, 스롱과의 라이벌 구도에 대해서는 "내가 3쿠션에서는 한참 후배다. 내가 처음 3쿠션을 시작할 때 스롱 선수는 확연하게 경험 면에서도 월등한 게 보였고, 경기 운영에서도 내가 부족한 면이 많았다"라며 "사람들이 라이벌이라고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보는 분들이 재밌으면 됐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우승자 김가영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LPBA 투어 개인 통산 16승을 거둔 김가영.
LPBA 투어 개인 통산 16승을 거둔 김가영.

두 대회 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기분이 어떤가?

기분 좋다. 이번 대회 같은 경우, 출발이 많이 안 좋아서 고민을 많이 했다. 잠도 잘 못 자고, 컨디션 조절을 하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 옆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찾아가려는 과정이 잘 맞아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지난 2차 투어 하나카드 대회 4강에서 스롱 피아비에게 졌는데, 그때와 오늘 경기를 비교하자면?

그때는 집중을 제대로 못 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칠 수 있는 공을 제대로 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보다 나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났다. 그때는 '왜 이렇게밖에 집중을 못 했을까, 뭐가 부족했나' 생각하는 대회였고, 이번 대회는 처음 스타트부터 안 좋아서 마음을 비우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찾아가려고 했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장타력이 돋보였다. 특별한 준비가 있었나?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포지션 플레이에 중점을 두고 연습을 했다.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당연한 과정이었지만, 오히려 평소에 잘할 수 있었던 것들이 불안해졌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고,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그 덕분에 장타는 꽤 나왔던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밸런스를 잘 맞춰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김가영이 결승에서 스롱 피아비와 대결하고 있다.
김가영이 결승에서 스롱 피아비와 대결하고 있다.
우승을 확신한 김가영이 큐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우승을 확신한 김가영이 큐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스롱 선수가 6세트에 오구 파울을 범했는데, 흐름상 유리해질 거라고 생각했나?

처음에는 오구파울을 했는지 몰랐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다음 포지션의 공이 쉽지 않아서 좀 실망했다(웃음). 내가 LPBA에서 타임파울과 오구파울을 가장 많이 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오구파울을 한다고 해서 상대 선수에게 꼭 좋은 건 아니다. 그다음 포지션이 안 좋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오구파울을 했다고 해서 상대 선수에게 다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9연승 기록이 스롱에 의해서 무산되고, 그 후 스롱이 2승을 챙겼다. 올 시즌 스롱과 LPBA 투어를 양분하고 있는데, 스롱이 달라졌다고 느낀 점은?

이전의 투박함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키스도 덜 내는 것 같고. 3쿠션에서는 내가 한참 후배다. 확연하게 경험 면에서 월등하다는 게 보였고, 여전히 경기 운영에서는 내가 부족한 면이 많다. 라이벌이라고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구도가 있으면 보는 사람들은 재미있기 때문에 좋다. 어리고 젊은 선수들이 많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선수가 나타나면 우승할 거라고 생각한다.

같은 팀 선수 중 조언을 해주는 선수가 있나?

무라트 나지 초클루가 주로 냉정하게 조언을 많이 해주는데, 얼마 전에는 스트로크가 안 좋다는 말을 직설적으로 해줘서 마음에 스크래치가 좀 났다. LPBA의 다른 선수들 이름을 나열하면서 가서 보고 배워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더라. 상처는 좀 받았지만, 직접 보고 나니 초클루가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더라.

우승 소감을 전하고 있는 김가영
우승 소감을 전하고 있는 김가영
하나카드 하나페이 동료 및 구단 관계자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김가영
하나카드 하나페이 동료 및 구단 관계자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김가영
부모님과 포즈를 취한 김가영
부모님과 포즈를 취한 김가영

포켓볼 선수에서 3쿠션 선수로 자의 반, 타의 반 전향을 했는데, 포켓볼 선수로서의 커리어가 끝난 게 아쉬운지? 혹은 3쿠션으로 전향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지?

포켓볼 선수로서의 커리어가 끊긴 게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거다. 내가 놓은 게 아니라서. 3쿠션 선수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생 쌓아온 것들을 놓치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LPBA로 넘어와서 좋은 점은 한국에서 시합을 하다보니 부모님을 자주 뵐 수 있고, 가족들과 친구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물론 외국에서 20년 넘게 친하게 지냈던 선수들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다. 또 포켓볼 선수는 선수 수명이 짧다. 당구선수 생활을 오래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좋다. 3쿠션을 치다가 포켓볼을 치기는 힘들지만, 포켓볼 선수였기 때문에 3쿠션 선수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PBA와 LPBA가 글로벌로 나아가서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

PBA와 LPBA는 점점 좋아지고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3쿠션을 하는 국가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PBA-LPBA가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3쿠션 종목 자체가 더 많이 홍보가 되어야 한다. PBA-LPBA가 글로벌 스포츠가 되는 데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다.

LPBA 결승전 경기력에 대해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 경기만큼은 두 선수 모두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줬는데, 이번 결승전이 LPBA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까?

잘 모르겠다. 경기력을 평가하는 건 보는 사람의 몫이고,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니까. 그동안 애버리지를 올리려고만 노력했는데, 초클루도 1점대를 치고도 마음에 드는 경기가 있는 반면, 2점대 애버리지를 쳐도 마음에 안 드는 경기가 있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이제 애버리지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여자 선수들의 실력이 올라가고, 팬층도 두터워지고 있는 건 선수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거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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