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고양/김민영 기자]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웰컴저축은행)를 꺾고 1년 전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 결승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한 엄상필(우리금융캐피탈)이 이번 시즌 프로당구 3차 투어 결승전에 올랐지만, 또 한 번 준우승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엄상필은 이번 투어 중 응우옌꾸옥응우옌(베트남·하나카드), 다비드 사파타(스페인·우리금융캐피탈), 마민껌(베트남·NH농협카드) 등을 연달아 꺾고 결승에 올라 첫 우승을 노렸다.
11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바른 생활카드 NH농협카드 PBA 채리티 챔피언십 25-26’ 결승에서 '일본 기대주' 모리 유스케(에스와이)와 대결한 엄상필은 초반 1, 2, 3세트를 연달아 모리에게 빼앗기며 코너로 몰렸지만, 4, 5, 6세트를 연달아 차지하며 세트스코어 3-3으로 맞섰다.
결국 마지막 7세트에서 새롭게 시작한 엄상필과 모리. 5이닝까지 4:4 동점으로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지만, 엄상필이 6이닝을 공타로 득점에 실패하자 모리는 7이닝 선공 타석에서 뱅크샷을 성공시키며 남은 5점을 한 번에 획득해 11:4로 최종 승리를 확정했다.
이로써 PBA 투어에서 준우승만 3번을 차지한 엄상필은 "7세트 5이닝 뱅크샷을 칠 때 타임아웃을 불렀더라면…"이라고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일단 빠르게 올 시즌에도 왕중왕전에 진출한 것에 만족한다"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아쉽게 3번째 결승에서도 준우승에 그쳤다. 결승전 소감과 준우승을 차지한 소감은?
일단 올 시즌에도 파이널 월드챔피언십에 일찌감치 올라간 것에 만족한다. 여름에는 쉽지 않다는 걸 이번에도 느꼈다. (웃음)
결승전 초반 3세트를 내리 졌다. 결승전 초반 고전했던 이유가 있나?
아침부터 준결승전 준비를 하면서 땀을 너무 많이 흘렸다. 또 준결승에서 다니엘 산체스와 힘든 경기를 하다 보니 몸이 너무 힘들었다. 스트로크할 때 팔이 마음대로 안 움직여서 큐가 잘 안 들어갔다. 결승전을 치르면서 점점 감각을 되찾았다.
반면, 4세트부터는 모리가 나와 같은 상황에 놓였고, 4, 5, 6세트는 내가 리드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만족스러웠던 경기와 불만족스러운 경기가 있다면?
베트남의 응우옌꾸옥응우옌과 경기한 32강이 가장 불만족스러운 경기였다. 그날도 오늘 1, 2, 3세트처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가장 만족스러운 경기는 역시 베트남의 마민껌과의 8강전 경기다.
다니엘 산체스와의 4강전은 이긴 것에 의미가 있지, 사실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다. 두께가 맞지 않으면서 옆돌리기가 계속 빗나갔다. 오기로 계속 옆돌리기를 시도했지만 계속 빠졌다. 결국 결승전에서도 준결승전의 잔상이 조금 남아서 초반에 좀 애를 먹었다.
0-3으로 지고 있다가 3-3 동점까지 만들었지만, 아쉽게 7세트에서 지고 말았다. 7세트는 어땠나?
4:4 상황인 5이닝째에 파이브뱅크샷을 시도했는데, 실패했다. 당시 시스템적으로 확신이 없었는데, 타임아웃을 부르지 않고 감각에만 의존해서 샷을 시도했다. 그때 타임아웃을 불렀어야 했다. 그 공격을 실패하면서 경기가 기울어졌다.
이번 시즌 3차례 투어에서 모두 외국인 선수가 우승을 했다. 최근 PBA 투어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에서 하는 대회이다 보니 환경은 한국 선수들에게 더 유리하지만, 유럽 선수들은 한국에 와서 달리 할 게 없다 보니 당구를 더 많이 치고 당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특히 한국 생활에 적응을 끝낸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더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여자부 LPBA 우승자인 스롱 피아비 선수가 우승 소감에서 주장 엄상필 선수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평소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하던데, 주로 어떤 조언을 하나?
선수마다 다르다. 그 눈높이로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선수 스스로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게 냉정한 조언을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2~3번 시도해서 한 번 성공하는 공을 놓치고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자기 공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냉정하게 말한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