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계적인 대회에서 일본 남자 선수가 우승을 한 게 20년도 넘었을걸요. 이번 우승으로 이제 제가 일본 당구선수 중 상금을 가장 많이 번 선수가 됐을 거예요."
'일본 3쿠션 희망' 모리 유스케(에스와이)가 드디어 프로당구 PBA 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11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3차 투어 '올바른 생활카드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25-26' 결승전에서 한국의 엄상필(우리금융캐피탈)과 대결한 모리는 세트스코어 4-3으로 엄상필을 꺾고 그토록 고대하던 프로당구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PBA 대표 스마일맨으로 통하는 모리는 지난 2021-22시즌 2차 투어부터 PBA 투어에 합류해 지난 4년여 간 수도 없이 PBA 챔피언에 도전했다. 그리고 35회째 도전 만에 꿈에서도 원하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결승전에서 1, 2, 3세트를 연달아 차지한 모리는 금방이라도 대회를 끝낼 것처럼 보였지만, 4, 5, 6세트를 엄상필에게 연달아 빼앗기며 세트스코어 3-3 동점이 되면서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마지막 7세트에 엄상필의 팔이 굳었고, 그 사이 모리는 경기 초반의 감각을 되살리며 7이닝 만에 11:4로 엄상필을 꺾고 대회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 후 모리는 "이런 세계대회에서 맨날 박수만 치고, 우승자에게 축하만 건넸지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서 이렇게 기분 좋은 건지 몰랐다"라며 "지금 너무 행복하다"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렇게 큰 트로피를 받고 우승하는 게 꿈이었는데, 2년 전에 준우승을 했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잘 때마다 그때 기억이 나서 우승하는 꿈을 꿀 정도로 우승하고 싶었다"라고 모리는 그동안 간절하게 바라던 심정을 밝혔다.
특히 모리는 지난 2023-24시즌에 에스와이 챔피언십에서 첫 결승 무대에 섰을 때는 팀리그에 속하기 전이었던 반면, 이번 대회는 에스와이에 속해 팀원들과 구단의 응원을 한 몸에 받으며 결승전을 치렀다.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다 보니 힘을 많이 받았다. 응원 덕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실력보다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결승전 마지막 세트가 11점 경기인데, 예전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팀리그 7세트라는 생각으로 '후회 없이 편하게 치자'는 마음으로 마지막 세트에 임했다."
1, 2, 3세트를 연달아 차지하고도 자칫 패배할 뻔한 모리는 "7세트에는 진짜 너무 떨렸다. 처음에는 팔이 너무 떨려서 힘도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 이런 기분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라고 밝혔다.
또한, "왜 4세트부터 경기가 안 풀렸는지는 나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아마도 그게 내 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더 실력이 좋았더라면, 4세트를 잘 마무리하고 경기를 더 빨리 끝낼 수 있었을 텐데, 아직은 내가 부족한 게 많아서 그런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모리는 "사실 일본 캐롬 당구의 상황이 좋지 않다. 하지만 PBA 같은 좋은 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보여주고, 이런 영향으로 일본 당구가 앞으로 더 좋아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모리는 일본에서 더 이상 같이 경쟁할 또래 선수가 없자 24살이 되던 해에 한국 스폰서의 초청으로 1년간 한국에서 오태준과 동고동락하며 한국의 당구를 전수받았다. 그리고 지난 2023년 PBA로 이적하며 한국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오랜 타국 생활이 힘들다기보다 성적이 안 나오는 게 제일 힘들었다. 친한 선수나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국 생활이 힘들지 않았지만, 당구가 안 되는 게 제일 힘들었다."
결국 연습 방법을 바꿨다. 최근에는 게임보다 혼자 연습하는 시간을 대폭 늘렸다. 그 시간에 기본 공과 팀리그 때 선수들에게 배운 공을 연습하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기술을 훈련했다.
그동안 PBA에서 한국 당구를 바라본 모리는 "한국 선수들 나이가 대폭 낮아지면서 나는 더 이상 어린 선수 축에 들지 못한다. 한국은 나이가 어린 데도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김영원이 그렇고, 또 이번에 PBA에 합류한 김준태도 정말 잘하더라"라며 부러움과 동시에 경쟁자로서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평소 웃는 얼굴로 '스마일맨'이라는 별명을 얻은 모리는 "원래 이렇게 생긴거라서 그런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당구를 칠 때 스스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싶어서 어려운 순간에도 가짜라도 웃으려고 노력한다"라고 멘탈 관리 비법을 공개했다.
"앞으로도 계속 계속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전한 모리는 "사실 이번 대회를 시작할 때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아서 '그냥 쳐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 임했는데, 실력에 비해 운이 좋았다. 앞으로 이게 진짜 내 실력이 될 수 있게 더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