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결승서 엄상필에 4-3 승 '통산 1승'
3년 11개월여 만에 '34전 35기' 우승
엄상필은 '0-3 → 3-3' 저력 …세 번째 준우승
'아시아 3쿠션의 대부' 일본이 마침내 프로당구(PBA) 투어 정상에 올라섰다.
'일본 신성' 모리 유스케(31·에스와이)가 PBA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지 1천424일 만에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11일 오후 9시에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바른 생활카드 NH농협카드 PBA-LPBA 채리티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전에서 모리는 한국의 엄상필(우리금융캐피탈)을 세트스코어 4-3으로 꺾고 역대 23번째 투어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난 21-22시즌 2차 투어 'TS샴푸 챔피언십'에서 PBA 투어에 데뷔한 모리는 3년 11개월여 동안 35번의 투어에 도전한 끝에 정규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8년 만에 일본 3쿠션을 세계무대 정상에 올려놓았다.
일본은 과거 6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세계 정상에 수차례 올라서며 오랜 시간 3쿠션 강국으로 아시아를 대표해왔다.
한국에 당구 문화가 전파되고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데 일본은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인 지난 91년에 서울에서 3쿠션 당구월드컵이 처음 개최된 것도 일본의 도움으로 치를 수 있었고, 당구대와 큐 등 용품부터 선수 육성까지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후진 양성에 실패한 일본 3쿠션 종목은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걸었고, 지난 2007년 세계선수권에서 우메다 류지가 우승을 차지한 뒤 세계무대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모리는 그런 일본 당구계에서 몇 명 안 되는 젊은 3쿠션 종목 선수였고, 유소년 선수 시절부터 국제 무대로 진출해 활발하게 한국과 교류하며 실력을 키워왔다.
3년 11개월여 동안 펼쳐진 '34전 35기' 우승…살아 있는 일본 3쿠션 '확인'
지난 21-22시즌에 PBA 투어에 데뷔한 모리는 이미 세계 정상권에 올라선 한국 선수들과 실력 차를 보였다. 두 시즌 동안 최고 성적이 32강에 그칠 정도여서 실력자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난 23-24시즌 4차 투어 '에스와이 챔피언십'에서 깜짝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크라운해태)와 접전 끝에 3-4로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모리의 준우승은 반짝 활약에 그쳤다. 이후 남은 정규투어 성적이 16강(2회)에 그칠 만큼 좋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시즌 2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4강 진출에 성공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7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과 왕중왕전 'SK렌터카-제주 월드챔피언십'에서 8강까지 올라오며 정상을 향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는 32강에서 이번 결승 상대인 엄상필에게 3-1로 승리했고, 월드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는 조건휘(SK렌터카)와 마민껌(베트남·NH농협카드), 김종원에게 3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는 '승부사' 최성원(휴온스)과 대결, 세트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두며 사상 처음 월드챔피언십 8강에 진출했다. 이어 8강에서 모리는 강동궁(SK렌터카)에게 1-3으로 져 준결승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매 시즌 실력 '상승 곡선'…준결승서 사이그너 '완파'
프로당구 시즌마다 점점 실력이 늘어 성적도 계속 좋아졌던 모리는 월드챔피언십 8강 이후 이번 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과 2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는 한국 복병들에게 패하며 상위 라운드에 올라오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3차 투어에서 모리는 김재근(크라운해태)과 신정주(하나카드), 사바시 불루트(튀르키예) 등 PBA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을 상대로 연전 연승을 거듭하며 4강에 진출했고, 이날 앞서 벌어진 준결승전에서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웰컴저축은행)를 4-2로 제압하는 기염을 토하며 통산 두 번째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모리와 대결한 엄상필도 응우옌꾸옥응우옌(베트남·하나카드)과 다비드 사파타(스페인·우리금융캐피탈), 마민껌(베트남·NH농협카드) 등 연달아 누르고 준결승에 올라왔다.
이날 앞서 벌어진 준결승전에서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웰컴저축은행)를 4-2로 돌려세우며 통산 세 번째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두 선수 모두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PBA 투어 챔피언 탄생이 예고된 가운데 우승상금 1억원이 걸린 최종 결승전이 시작됐다.
1세트를 4이닝 만에 15:3으로 승리를 거두고 기선 제압에 성공한 모리는 이어 2세트 15:9(6이닝), 3세트 15:7(6이닝) 등으로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3-0을 만들고 우승에 성큼 다가갔다.
그러나 배수의 진을 친 엄상필이 집중력을 살려 4세트를 15:8(14이닝), 5세트 15:11(7이닝), 6세트마저 3이닝 만에 15:1로 따내 3-3 동점이 되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7세트에서 모리는 1:3으로 끌려가던 5이닝부터 3-2-3 연속타를 터트려 11:4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확정했다.
모리 "꿈같은 우승…정말 간절하게 원했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모리는 "아직도 꿈같다. 정말 간절하게 트로피를 원했다. 2년 전 에스와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을 때 꿈에서 계속 나올 정도로 아쉬웠는데, 드디어 목표를 이뤄 너무 기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컨디션 난조가 있었는데, 이상하게 공이 잘 맞았다. 이게 내 실력이 될수록, 더 많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0-3에서 3-3 동점을 만드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준 엄상필은 "아침부터 땀을 많이 흘렸다. 산체스와 벌인 준결승전이 정말 힘들었다. 결승에서는 스트로크할 때 팔이 마음대로 안 움직였는데, 뒤늦게 감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모리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 1억원을 받아 누적상금 1억8천650만원이 됐고, 우승자 이름으로 1천만원 상당의 쌀도 기부하게 됐다. 엄상필은 준우승상금 3천400만원을 받아 누적상금 1억7450만원이 됐다.
이번 3차 투어는 타이틀스폰서 NH농협카드의 후원으로 장타(한 타석 5점 이상) 1회당 4kg 상당의 쌀을 기부했다. 5점 이상 장타는 PBA 587회와 LPBA 14회 등 총 734회가 나와 총 2천936kg의 쌀을 어린이재단 등 소외계층에 기부한다.
남자부 PBA에서는 모리가 31회로 가장 많은 장타를 기록했고, 여자부 LPBA는 한지은(에스와이)이 9회로 가장 많은 장타를 터트렸다.
한편, 모리의 3차 투어 우승으로 PBA 투어는 지난 시즌 왕중왕전 'SK렌터카-제주 월드챔피언십'부터 4회 연속 외국 선수 우승이 이어졌다.
PBA는 오는 17일부터 9일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2025-2026’ 2라운드를 재개한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