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점' 서서아, 남자 프로 최강자들 출전한 '월드챔피언십 64강 쾌거'
'세계선수권 2회 우승' 알빈 우샨 9-2로 꺾는 '역대급 이변' 연출
총상금 100만달러, 우승 25만달러, 준우승 10만달러 걸린 세계 최고 규모 대회
[빌리어즈앤스포츠=김도하 기자] "이건 김가영도 못 이룬 일인데…"
한국의 여자 포켓볼 최강자 서서아(전남)가 스승 김가영(하나카드)을 서서히 뛰어넘고 있다.
상금 100만달러가 걸린 세계 최고 규모의 프로 포켓볼 '월드챔피언십'에 주최측 초청으로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출전한 서서아가 과거 세계선수권자를 누르고 스테이지2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 것.
서서아는 지난 2016년과 2021년에 세계포켓9볼선수권대회를 두 차례나 우승한 알빈 우샨(오스트리아·세계랭킹 18위)을 꺾어 역사상 유례 없는 여자 선수가 남자 세계챔피언에게 공식 대회에서 승리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1시 30분에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월드 풀 챔피언십 2025' 패자 2라운드-스테이지2(64강) 진출전에서 서서아는 우샨을 세트스코어 9-2로 제압하고 스테이지2 64강에 진출했다.
포켓볼을 비롯한 당구 대부분 종목에서 남녀 선수 간에 승부는 대부분 핸디캡 매치로 치러지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서서아는 핸디캡 없이 남자 선수들과 포켓 9볼 종목으로 정면승부를 벌였다.
서서아는 김가영(하나카드)의 전성기 시절을 보듯 완벽한 포팅과 콘트롤로 남자 선수들을 압도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서서아는 '세계랭킹 4위' 다니엘 마치올(폴란드)에게 세트스코어 2-9로 져 패자조로 밀려났으나, 패자 1라운드에서 제이제이 파울(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9-3의 승리를 거두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2라운드 상대가 세계 최강자로 손꼽히는 우샨이었기 때문에 서서아의 스테이지2 진출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서서아가 경기 초반부터 우샨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면서 이변을 예고했고, 경기장 내의 모든 시선이 두 선수의 당구대 위로 쏠렸다.
'수비 대결' 압승…포팅 및 포지셔닝 등 공격도 '완벽'
1세트에 우샨이 공 3개를 남겨두고서 애매하게 포지셔닝을 하면서 첫 기회를 잡은 서서아는 행운의 샷으로 6볼 포팅에 성공한 뒤 당구대 위에 남은 8볼과 9볼을 처리하고 한 세트를 선취했다.
2세트는 우샨이 완벽하게 숨긴 2볼을 서서아가 투뱅크 샷으로 맞추는 데는 성공했으나, 우샨에게 포팅 기회를 주면서 세트스코어 1-1 동점이 됐다.
3세트에서는 서서아가 우샨에게 그대로 복수했다. 2볼을 9볼 뒤에 완벽하게 숨겨서 우샨의 뱅크 샷을 유도했고, 이 기회를 살려 남은 공을 모두 포팅하며 세트스코어 2-1로 앞섰다.
서서아는 4세트에 5볼을 놓고 벌어진 수비 대결에서도 우샨에게 승리하며 3-1을 만들었고, 5세트는 5볼에서 포팅 실수가 나왔지만 우샨이 6볼을 코너포켓에 털면서 다시 기회를 얻어 한 차례 수비를 성공한 뒤 세트스코어 4-1로 리드했다.
6세트에서는 2볼 수비에 성공한 뒤 우샨이 수비로 대응했으나, 2-9볼 캐롬 샷을 포팅시켜 5-1로 달아났다. 7세트 역시 서서아의 2볼 수비를 우샨이 풀지 못하면서 6-1로 벌어졌다.
8세트도 2볼울 두고 두 선수의 치열한 수비 싸움이 전개되다가 서서아가 시도한 원뱅크 샷이 포팅에 실패하면서 한 세트를 내주고 6-2가 됐다.
정확하게 포지셔닝을 이어가며 9세트를 따낸 서서아는 10세트에 2볼 수비에 성공, 8-2로 승리까지 단 한 세트를 남기게 됐다.
마지막 11세트에서는 우샨의 6볼 공격이 포팅 직전에 코너포켓 앞에서 멈춰 서면서 서서아가 9-2로 승리를 거두고 스테이지2 진출을 확정했다.
서서아, 남자 세계선수권자 꺾고 64강행 '역대급 이변'
서서아가 우샨을 꺾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면서 이번 대회 열기는 한층 더 달아올랐다. 스테이지2에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우승한 페도르 고르스트(미국)를 비롯해 에클렌트 카치(알바니아), 프란시스코 산체스 루이즈(스페인), 쉐인 반 보닝(미국), 조슈아 필러(독일) 등 포켓볼 세계 최강자들이 진출했다.
64강에서 서서아는 라스베이거스 오픈과 미시간 오픈 등에서 우승한 강호 빅토르 지엘린스키(폴란드)와 대결해 다시 한번 이변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세트스코어 4-11로 져 32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세계챔피언이 즐비한 월드챔피언십에서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64강까지 올라가면서 세계 당구계는 서서아의 진가를 다시 확인했다.
서서아는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5 프레데터-PBC 인도네시아 인터내셔널 10볼 오픈' 여자부에서 통산 세 번째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대회를 마친 서서아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 아시아 시드로 출전한 한국의 하민욱(부산체육회)은 첫 경기에서 루카스 베르너(미국)를 세트스코어 9-5로 꺾고 승자 2라운드로 올라갔다.
다음 경기에서는 모리츠 뉴하우젠(독일)에게 4-9로 져 패자조로 밀려났고, 스테이지2 진출전에서 부이쯔엉안(베트남)에게 1-9로 패하며 아쉽게 탈락했다.
한편, 32강까지 진행된 이번 대회는 25일 오후 8시부터 16강전이 벌어진다. 26일 새벽에 8강까지 치러지면 다음 날 4강전과 결승전을 열고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우승자는 25만 달러(한화 약 3억4천만원), 준우승자는 10만 달러(약 1억3천800만원), 4강은 5만 달러(약 7천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서서아는 64강 상금 3천500달러(약 500만원)를 받았다.
(사진=WNT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