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마지막 1점이 득점 되는 순간, 다시 우승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2년 7개월 만에 당구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는 우승의 순간 기쁨보다 큰 안도감을 느꼈다. 드디어 월드컵에서 다시 우승을 했다는 안도감.
조명우는 지난 6일 새벽 1시 30분(한국 시각) 포르투갈에서 열린 '포르투 세계3쿠션당구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의 제러미 뷰리를 꺾고 두 번째 월드컵 우승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지난 2022년 12월 이집트에서 열린 '샤름엘셰이크 3쿠션당구월드컵' 결승에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를 꺾고 세계 무대 첫 정상에 선지 2년 7개월 만의 성과였다.
그 사이 조명우는 세 차례 더 결승에 올랐으나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에디 멕스(벨기에) 등 유럽 강호의 벽에 부딪혀 준우승만 3번 달성했다.
"잘 치는 선수들을 이기고 결승까지 간 거라서 또 언제든 우승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지만, 또 내심 '이러다가 계속 준우승만 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결국 그 걱정이 2년 7개월 만에 씻은 듯이 사라졌다.
"마지막에 뒤돌려치기를 쳤는데, 사실 약간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뒤에서 공이 맞기도 전에 누군가 박수를 먼저 쳤고, 그 순간 '나 우승했나 보다'라는 생각과 함께 이전의 걱정들이 다 사라졌다."
특히 조명우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에도 다시 올랐다. 2023년 10월에 세계랭킹 1위에 올라 2024년 4월까지 랭킹 1위를 유지한 조명우는 1년 3개월여 만에 다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기쁘기는 하지만, 세계랭킹 1위는 그냥 숫자일 뿐 아직 진정한 1등은 아닌 것 같다. '야스퍼스' 하면 '세계 최고, 세계랭킹 1위'라고 떠오르는 것처럼 나도 그런 선수가 되기 위해 계속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다음은 조명우의 인터뷰 전문이다.
두 번째 월드컵 우승 소감이 어떤가?
첫 번째 우승 때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첫 우승을 했을 때는 얼떨떨하기도 하고, 사실 그때는 큰 국제대회 우승 경험도 없고 그렇다 보니, 그냥 좋은 감정만 엄청 컸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준우승을 3번하고 나서 결승전에 올라가서 우승을 한거라서 (또 준우승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좀 되고, 그래서 첫 번째보다 조금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동안 3번의 준우승을 하면서 마음에 걱정이나 부담이 있었던 건가?
걱정이라기보다 준우승을 할 때마다 잘 치는 선수들을 이기고 결승까지 간 거기 때문에 또 언제든 우승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매번 했다. 그래도 내심 이러다가 계속 준우승만 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 가지 마음이 계속 공존했던 것 같다.
이번 대회 중 어려웠던 고비는 언제였나?
일단 32강 마지막 경기도 그렇고, 8강에서는 에디 멕스에게 많이 지고 있던 상황에서 역전한 거라서 그게 가장 고비였다.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던 순간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집중했나?
33:41인가에서 15점을 쳤던 걸로 기억하는데, 경기 후반부에 8점 차이가 크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때 경기가 나쁘지는 않아서 그 8점이 엄청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게다가 멕스가 실수해서 기본 공이 하나 와서 최대한 많이 쳐야지 했는데, 그게 운 좋게 다득점으로 이어졌다.
50:47, 3점 차로 멕스를 이겼다.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는데?
15점 치고 2점 남은 상황에서 두 큐 정도 끝낼 수 있는 찬스에 못 끝냈을 때, 사실 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멕스도 같이 미스를 해서 이길 수 있었다. 만약 멕스가 실수를 안 했다면, 다시 역전이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서 완전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지만 다행히 행운이 따라줬던 경기라고 생각한다.
뷰리와의 결승전은 어땠나? 뷰리가 인터벌도 좀 길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로 알려져 있는데.
생각보다 뷰리 선수의 인터벌이 길다는 생각을 안 했다.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다른 선수들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딱히 뷰리 스타일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편하게 쳤다.
뷰리의 집중력이 후반에 많이 떨어졌는데, 상대 선수로서 그런 점을 캐치하고 경기 운영에 이용했나?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느끼지는 못했는데, 잔 실수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이때다 싶어서 열심히 쳤던 것 같다.
우승을 확신한 순간은 언제였나?
사실 결승전에서도 마지막 1점을 한 번에 못 끝냈다. 마지막에 뒤돌려치기가 득점될 때 맞기도 전에 뒤에서 누군가 박수를 먼저 쳤다. 오히려 나는 약간 긴가민가했는데, 박수가 나와서 그때 '나 우승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중석에서 박수가 나오고, 심판이 득점콜을 외칠 때 어떤 기분이었나?
너무 기뻤다. 2년 7개월 동안 우승을 못 했던 것에 대한 걱정을 떨쳐낼 수 있었다.
어려운 순간이 계속 있었는데, 극복할 수 있었던 조명우 만의 비결은 뭔가?
항상 지더라도 쉽게 지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한다. 아무리 점수 차이가 많이 나도 절대 쉽게 지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하다보면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지고 있더라도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월드컵 통산 2승과 함께 세계랭킹 1위도 다시 올랐다. 기분이 어떤가?
운이 좋아서 1등이 된 거지 진짜 1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야스퍼스 하면 딱 떠오르는 게 세계랭킹 1위, 이런 이미지가 있다. 그냥 랭킹 숫자만 1등이라고 진정한 1등은 아닌 것 같다. 야스퍼스처럼 누가 뭐래도 1등인 그런 선수가 되기 위해 계속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에 월드컵 우승을 오랜만에 했으니까, 이 기운을 잘 살려서 세계선수권에서도 다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사진=SOOP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