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 LPBA 투어 첫 결승에 진출한 김보라.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프로당구 LPBA 투어 첫 결승에 진출한 김보라.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준우승자 김보라가 기자회견에서 첫 결승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준우승자 김보라가 기자회견에서 첫 결승전 소감을 말하고 있다.

[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LPBA 투어 프로 당구선수 김보라가 11년의 긴 무명 생활을 드디어 청산했다.

김보라는 지난 6일 열린 프로당구 2차 투어 '하나카드 LPBA 챔피언십 2025-26'에서 11년 당구 경력 중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김보라는 64강에서 이우경(에스와이), 32강에서 '베트남 여자 강호' 응우옌호앙옌니(에스와이), 8강에서 '일본 여자 3쿠션 여왕' 히다 오리에(SK렌터카) 등 LPBA를 대표하는 팀리거들을 제압하고 결승까지 올랐다.

특히 결승에서는 5년 지기 절친인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를 만나 잊을 수 없는 첫 결승전을 경험했다.

결승전에서 김보라는 첫 세트를 스롱에게 2:11(7이닝)로 빼앗겼지만, 두 번째 세트에 1이닝부터 5-1-1-1-2점을 연속으로 획득하며 10:1로 스롱을 압도했다. 결국 12이닝째에 남은 1점을 처리하며 11:3으로 스롱을 꺾고 한 세트를 차지했다. 세트스코어 1-1.

첫 결승전 시작 전, 미소로 여유롭게 결승전을 준비하고 있는 김보라.
첫 결승전 시작 전, 미소로 여유롭게 결승전을 준비하고 있는 김보라.
보라색 풍선으로 김보라를 응원하는 지인들과 팬들.
보라색 풍선으로 김보라를 응원하는 지인들과 팬들.

3세트에 스롱에게 10:6으로 밀리던 김보라는 17이닝에 4득점을 올리고 10:10까지 따라붙었지만 아쉽게 1점을 놓치며 10:11로 한 세트를 내주었고, 4세트까지 연달아 10:10 팽팽한 대결 끝에 10:11로 1점 차 패배를 당한 김보라는 5세트 스롱의 하이런 8점 공격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결국 경기는 5세트를 2:11로 차지한 스롱의 1-4 승리.

3세트와 4세트를 연속으로 1점 차로 놓친 게 컸다. 결승전을 끝내고 나온 김보라는 "인생 첫 결승전이었는데, 아쉬움이 99%다. 역시 피아비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라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김보라는 "이전까지는 누구에게 뭘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결승전까지 올라오고 나니 못 치는 경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욕심 때문에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아쉽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친구인 스롱이 우승해서 기쁘다"라고 애써 아쉬움을 털어낸 김보라는 "이전에는 스롱과 자주 만나서 당구도 치고 했는데, 사실 지난 1년은 스롱에게 굉장한 힘든 시기였다. 스롱에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일부러 1년 정도는 대회 때 말고는 안 만났다. 하지만 전화 통화를 많이 하면서 서로를 격려했다"라고 스롱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보라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체력 훈련에 그 어느 때보다 매진했다.

"구장에서의 애버리지와 대회 때 애버리지가 차이가 많이 났다. 어떻게 하면 시합에서 잘할 수 있을지 비시즌 내내 고민을 많이 했다. 선수들의 당구 치는 시간은 거의 비슷한데, 뭐가 부족한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시상식에서 선 김보라와 하나카드 성영수 대표
시상식에서 선 김보라와 하나카드 성영수 대표
준우승자 김보라와 우승자 스롱 피아비.
준우승자 김보라와 우승자 스롱 피아비.

그래서 이번 비시즌 내내 그 어느 때보다 체력 훈련에 매진했다.

"전에는 건강을 지키려고 일주일에 2번 정도 운동을 했는데, 이번에는 운동 강도를 높이고 일주일에 6일, 거의 매일 체력훈련을 했다. 체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시합 때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비시즌 기간 남편과 다녀온 유럽 여행에서도 10일 동안 거의 매일 산을 타면서 체력을 다졌다.

"독일에서부터 거의 매일 만 보 이상을 걸었다. 9시간짜리 산행을 하면서 '내가 이거 이겨내고 집에 가면 당구는 진짜 감사한 마음으로 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으로 겨우 살아 돌아왔다."

결국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항상 투어마다 제일 큰 캐리어에 마지막 날까지 있을 짐을 다 싼다는 김보라는 결국 그 마지막 짐을 이번 투어에서 처음으로 풀었다.

"마음은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사실 언제 어떻게 결승까지 갈지 모르는 거니까. 준비가 되어 있어야 어느 순간이든 준비된 경기를 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순간을 준비해 온 김보라는 다음 3차 투어에서도 가장 큰 캐리어에 결승전까지 있을 짐을 챙길 예정이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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