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 '8회 연속 우승-통산 15승-우승상금 7억원 돌파' 등 대기록 작성
3쿠션 연속 우승史, '클루망 세계선수권 11회' '블롬달 야스퍼스 당구월드컵 3회'
김가영은 포켓볼 선수 시절 '세계선수권 女 유일 2연승'
LPBA서 이미래 스롱 '천적'…24-25시즌 'Avg. 1.208' 급성장해 적수 없어져

김가영(하나카드)의 313일, 9개 투어 동안 이어진 독주의 역사가 아쉽게 막을 내렸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김가영(하나카드)의 313일, 9개 투어 동안 이어진 독주의 역사가 아쉽게 막을 내렸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의 대기록 독주 행진이 313일, 9개 투어 만에 막을 내렸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당구 팬들은 김가영의 경기를 보며 여자 당구 역사상 최고의 승부를 경험할 수 있었다.

8개 투어 연속 우승과 38경기 연속 승리, 시즌 종합애버리지 1.208, 그리고 우승상금 7억원 돌파 등 숱한 기록을 남기고 당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나카드 PBA-LPBA 챔피언십 2025' 여자부 준결승에서 김가영은 '유일한 라이벌'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에게 세트스코 1-3으로 져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지난 시즌 왕중왕전 'SK렌터카 제주 LPBA 챔피언십' 32강 조별리그에서 김예은(웰컴저축은행)에게 패해 38경기 연속 승리 행진을 멈춘 이후 다시 14경기를 연속으로 승리하던 김가영은 준결승에서 스롱에게 발목을 잡히면서 기나긴 독주를 완전히 멈춰 섰다.

지난해 8월에 베트남에서 개최됐던 24-25시즌 3차 투어 '에스와이 하노이 오픈'에서 시작해 올해 7월까지 장장 11개월을 달려온 김가영의 8회 연속 우승은 프로당구(PBA) 투어 역사상 유례 없는 독주였다.

김가영은 지난해 8월부터 11개월 동안 이어진 8회 연속 우승의 전무후무한 독주 우승 대기록을 작성했다.
김가영은 지난해 8월부터 11개월 동안 이어진 8회 연속 우승의 전무후무한 독주 우승 대기록을 작성했다.

세계 3쿠션 무대에서는 과거 '당구 전설' 레이몽 클루망(벨기에)이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를 1963년부터 1980년까지 무려 11차례나 우승한 적이 있다.

비교하자면, 김가영은 1년 내 단기간에 8개 투어를 독식한 반면에 세계선수권은 1년에 한 번 열리기 때문에 클루망의 독주는 11년이나 이어졌다.

PBA와 형식이 비슷한 프로당구 투어에서 8회 연속 우승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UMB(세계캐롬연맹)가 주최하는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는 토브욘 블롬달(스웨덴)과 딕 야스퍼스(네덜란드)가 기록한 3회 연속 우승이 최다 연승이다.

이마저도 블롬달은 8, 90년대에 두 차례, 야스퍼스는 2008년에 딱 한 번 3회 연속으로 우승했고, 최근에는 없다.

또한, 2회 연속 우승도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와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 그리고 한국의 김행직(전남-진도군청) 외에 아무도 달성하지 못했다.

이처럼 단기간에 벌어지는 투어는 승부가 치열하기 때문에 연속 우승을 8번이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과거 포켓볼 선수 시절에 김가영은 21살에 불과했던 2004년에 한국 선수로 처음 세계선수권을 우승했고, 2006년에 열린 대회에서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과거 포켓볼 선수 시절에 김가영은 21살에 불과했던 2004년에 한국 선수로 처음 세계선수권을 우승했고, 2006년에 열린 대회에서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가영, 과거 女 포켓볼 역사상 유일하게 세계선수권 '2연속 우승'

포켓볼 선수 출신인 김가영은 과거 '세계여자포켓9볼선수권대회'에서도 역사상 유일하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김가영은 21살이었던 지난 2004년에 세계9볼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국 당구 역사상 최초로 세계챔피언에 등극했고, 이어 2006년에도 정상에 올라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9년에 PBA 출범과 동시에 3쿠션 선수로 강제 전향한 김가영이 전혀 다른 종목인 3쿠션 큐를 잡고 과연 정상급 선수로 활약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6년 만에 김가영은 140여 명의 LPBA 투어 선수 중에 아무도 적수가 없을 만큼 실력이 급성장했다.

오랜 선수 경력을 바탕으로, 세계 정상을 수차례 올라갔던 경험을 자산으로 김가영은 마침내 3쿠션 종목까지 프로 최정상에 우뚝 올라섰다.

김가영은 19-20시즌에 6차 투어 'SK렌터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로 20-21시즌부터 서서히 상승세를 보였다.

첫 시즌 애버리지가 0.860이었던 김가영은 당시 3쿠션 최강자였던 '원조 여왕' 이미래(하이원리조트)의 0.933을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다음 시즌에는 이미래가 0.914로 낮아진 한 반면, 김가영은 0.899로 올라갔고 시즌 톱애버리지를 기록한 김세연(휴온스·0.930)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당시 5차례 정규투어와 월드챔피언십까지 김가영은 4번이나 4강에 올라와 준우승만 두 차례 차지했다.

이미래(하이원리조트)는 20-21시즌에 김가영에게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이미래(하이원리조트)는 20-21시즌에 김가영에게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스롱은 21-22시즌 혜성처럼 등장하며 김가영을 상대로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스롱은 21-22시즌 혜성처럼 등장하며 김가영을 상대로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김가영, 21-22시즌부터 애버리지 1점대…'천적' 이미래 → 스롱에 가로막혀

이때는 이미래가 김가영의 천적이었다. 김가영은 3차부터 5차 투어까지 결승전과 8강, 준결승에서 연속으로 대결한 이미래에게 모두 패했고,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는 김세연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다.

기대를 모았던 20-21시즌에 뼈아픈 흑역사를 남긴 김가영은 21-22시즌부터는 아예 애버리지 1점대로 올라서며 서서히 독주의 시동을 걸었다.

김가영은 시즌 애버리지 1.018을 기록하며 여자 사상 최초로 1점대의 벽을 완전히 넘어섰고, 총 8차례 투어에서 우승 2회와 준우승 1회를 기록했다.

그러나 당시 막 데뷔한 스롱이 김가영의 천적으로 등장하면서 김가영이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한 실력인 1점대 애버리지를 보유하고도 독주하지는 못했다.

김가영은 혜성처럼 등장한 스롱에게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결승(1-3), 4차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8강(1-2), 5차 투어 '에버콜라겐 태백 챔피언십' 8강(0-2) 등에서 3번 연속 패배를 당했다.

김가영은 이미래에 이어 스롱에게 연속으로 패배를 당하면서 아쉬운 두 시즌을 보냈고, 패배를 딛고 일어나 실력이 급성장했다.
김가영은 이미래에 이어 스롱에게 연속으로 패배를 당하면서 아쉬운 두 시즌을 보냈고, 패배를 딛고 일어나 실력이 급성장했다.

6차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사카이 아야코(하나카드), 차유람(휴온스), 강지은(SK렌터카)을 차례로 꺾고 우승하면서 정규투어 1승을 거뒀지만, 전 시즌에 이미래에게 당한 3회 연속 패배의 악몽이 스롱에게 다시 살아나면서 뜻밖의 암초에 무너졌다.

그러나 마지막 왕중왕전 'SK렌터카 챔피언십' 결승에서 다시 스롱을 만나 4-1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해 시즌 상금랭킹과 각종 경기기록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2-23시즌에도 김가영은 시즌 애버리지 1.011로 실력을 유지했으나, 스롱이 1.021의 톱애버리지를 거두면서 김가영의 천적으로 톡톡히 활약해 양강 체제로 시즌을 마감했다.

김가영은 이 시즌에 4차 투어 '휴온스 챔피언십'과 6차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을 징검다리 우승했는데,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4강과 마지막 8차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8강에서 만난 스롱에게 두 번 모두 패했다.

또한, 왕중왕전 'SK렌터카 챔피언십' 결승에서 2년 연속 스롱과 대결, 세트스코어 3-4로 패하면서 다시 세 경기 연속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김가영은 스롱이 슬럼프에 빠진 이후 애버리지가 더 높아지며 LPBA 투어 독주의 서막을 올렸다.
김가영은 스롱이 슬럼프에 빠진 이후 애버리지가 더 높아지며 LPBA 투어 독주의 서막을 올렸다.

23-24시즌부터 스롱과 격차 벌어져…김가영 독주 '서막'

23-24시즌에 김가영은 최고 시즌 애버리지를 1.033으로 갈아치우며 우승 2회와 준우승 1회, 4강 1회 등의 성적을 거뒀다.

스롱이 2차 투어 '실크로드 안산 챔피언십' 우승 후 급격히 슬럼프가 오면서 두 선수 간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김가영의 24-25시즌 역사적인 독주의 발판이 만들어졌다.

앞서 세 차례 시즌에서 패배를 딛고 일어나 실력이 급성장한 김가영은 23-24시즌 막판에 마침내 독주의 서막을 올렸다.

김가영은 이 시즌 월드챔피언십을 우승 당시 16강에서 오랜만에 만난 스롱을 세트스코어 3-1로 완파했다. 

그리고 24-25시즌에 3차 투어부터 김가영은 남은 시즌 전 경기를 승리하며 월드챔피언십까지 7회 연속 우승의 독주를 이어갔다.

김가영은 1.208의 놀라운 시즌 애버리지를 작성했고, 스롱은 1.001에 그쳐 김가영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5차 투어 '휴온스 챔피언십' 준결승에서는 두 선수가 맞대결을 벌여 김가영이 세트스코어 3-2로 스롱을 꺾었다.

또한, 월드챔피언십 준결승에서 스롱과 대결해 이번에는 4-0의 완승을 거두며 두 선수 간에 벌어진 실력 차를 실감하게 했다.

김가영은 2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 8강전까지 적수가 전혀 없을 정도로 독주를 이어갔다.
김가영은 2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 8강전까지 적수가 전혀 없을 정도로 독주를 이어갔다.
김가영에게 2차 투어 준결승에서 승리한 스롱.
김가영에게 2차 투어 준결승에서 승리한 스롱.

김가영, '통산 15승·8연속 우승' 달성…2차 투어 준결승 스롱戰 '독주 종막'

이번 25-26시즌에도 김가영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선수가 딱히 보이지 않았다.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에서는 애버리지 1.249를 기록하며 통산 15승과 8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2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도 김가영은 8강까지 큰 위기 없이 순항했고, 준결승전에서 다시 맞붙은 스롱을 넘으면 우승이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준결승전에서 1세트를 8이닝 만에 6:11로 패한 뒤 2세트를 11:10(10이닝)으로 승리했던 김가영은 3세트를 9:9 접전 중 11이닝에 뱅크 샷을 허용하면서 9:11로 내주고 대기록 작성의 적신호가 켜졌다.

4세트에 김가영은 7이닝까지 2득점으로 크게 부진했고, 스롱이 8이닝까지 11점을 모두 득점하면서 결국 김가영의 독주는 막을 내리게 됐다.

준결승전에서 김가영을 꺾은 스롱은 처음 결승에 올라온 김보라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4-1의 완승을 거두며 마침내 김가영의 벽을 넘어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편, 김가영의 독주가 막을 내린 프로당구 투어는 오는 8월 3일부터 10일까지 3차 투어가 열린다. 그에 앞서 22일부터는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2025-2026' 개막 라운드가 시작된다.


빌리어즈 김도하 편집장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