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한 스롱 피아비가 대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승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13개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한 스롱 피아비가 대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승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고양/김민영 기자] 1년 5개월 만에 LPBA 투어 최정상에 오른 스롱 피아비(캄보디아, 우리금융캐피탈)의 첫 마디는 "꿈을 이루었다"였다.

지난 2023-24시즌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2024-25시즌을 무관으로 보낸 스롱은 "계속 우승을 하다가 한동안 우승이 없으니까 불안했다. 혹시 앞으로 내가 우승을 못 할까 봐 너무 걱정했다"라며 "다시 우승하는 게 목표였고, 오늘 그 목표를 다시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4-25시즌은 스롱에게 혹독한 시기였다. 개인적인 일로 어려움을 겪었고, 잦은 이사로 연습할 구장을 정하지 못했다. 여러 안 좋은 타이밍이 겹치면서 설상가상 무관으로 한 시즌을 마쳤다. 

결국 스롱은 "남편의 권유로 PBA 전용구장이 있는 일산에 집을 마련하고 연습에 매진하면서 조금씩 안정적인 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스롱은 17개월 만에 다시 선 결승전에서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김보라와 맞대결을 펼쳤다. 많은 사람들이 첫 결승 무대에 선 김보라보다 스롱이 훨씬 유리한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측했지만, 스롱은 김보라를 상대로 고전했다.

김보라와 결승전 경기 중인 스롱 피아비.
김보라와 결승전 경기 중인 스롱 피아비.

"힘든 경기였다. 친구랑 나름 재밌는 경기를 했지만, 생각보다 공이 너무 안 맞았고, 덕분에 긴장감이 더 커졌다. 또 극적인 순간에 득점을 하면서 지켜보신 분들은 재미있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 힘든 경기였다."

지난 시즌 긴 슬럼프를 겪었던 스롱은 "나를 버리지 않은 것, 나 스스로 격려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스스로에게 불어 넣으면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 또 조국 캄보디아와 엄마, 아빠, 내가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버텼다"라고 고백했다.

특히 "남편에게 너무 고맙다. 지금 내가 당구를 칠 수 있게 만들어 준 사람이 바로 남편이다.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너무 고마운 사람이다. 내가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당구장에서 연습할 때 다른 캄보디아 사람들은 더운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난 아무리 힘들어도 당구를 칠 거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캄보디아 국기를 어깨에 두른 스롱이 크메르 여전사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캄보디아 국기를 어깨에 두른 스롱이 크메르 여전사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상식에 나란히 선 준우승자 김보라와 우승자 스롱.
시상식에 나란히 선 준우승자 김보라와 우승자 스롱.

이번 우승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스롱은 "오랜만에 이런 감정을 느꼈다. 해냈다는 생각에 앞으로는 더 재밌게 당구를 치고 더 많은 우승을 하려고 노력하겠다"라고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또한, "내년에는 캄보디아 가족들을 한국에 초대할 생각이다. 가족들이 등 뒤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순간을 꿈꾼다"라고 작은 소망을 덧붙였다.

한편, 프로당구 2차 투어 '하나카드 LPBA 챔피언십 2025-26' 준결승전에서 김가영(하나카드)의 9연속 우승을 저지하고 17개월여 만에 결승에 오른 스롱은 6일 밤 세트스코어 4-1로 김보라를 꺾고 개인 통산 8승을 달성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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