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롱 피아비가 김가영을 꺾고 17개월여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스롱 피아비가 김가영을 꺾고 17개월여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고양/김민영 기자] '김가영 천적' 스롱 피아비(캄보디아, 우리금융캐피탈)가 끝내 김가영의 9연속 우승을 저지하고, 17개월여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5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차 투어 '하나카드 LPBA 챔피언십 2025-26' 준결승전에서 스롱은 김가영을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결승행 티켓을 차지했다.

1세트를 11:6(10이닝)으로 차지하며 좋은 출발을 시작한 스롱은 2세트를 11:10(10이닝)으로 김가영에게 빼앗겼지만, 3세트와 4세트를 연달아 11:9(11이닝), 11:2(8이닝)으로 이기고 세트스코어 3-1의 승리를 완성했다.

스롱은 지난 3월 열린 시즌 왕중왕전인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LPBA 월드챔피언십 2025' 준결승에서 김가영을 만났으나 당시 세트스코어 0-4의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결국 두 대회 만에 설욕에 나선 스롱은 3-1로 김가영을 꺾었다. 

김가영과 대결 중인 스롱 피아비
김가영과 대결 중인 스롱 피아비

한 시즌동안 결승 진출이 없었다. 오랜만에 결승에 오른 기분이 어떤가?

한 고비 넘었구나, 오랜만에 설레고 기뻤다. 마지막 샷이 성공하는 순간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어떤 복잡한 마음이었나?

그동안 너무 기대가 많았고,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한동안 성적을 못 내면서 계속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다. 왜냐하면 최근 여자 선수들의 실력이 너무 많이 늘어서 걱정도 되고, 더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성적이 잘 안 나온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봉사활동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서 연습이나 개인적인 시간을 갖지 못했다. 당구는 멘탈 스포츠인데, 마음은 테이블 앞에 있지만, 정작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혼자서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힘들 때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정답은 없었다. 결국 나 혼자 극복해야 했다.

오늘 김가영이라는 큰 산을 하나 넘었다.

김가영 선수는 진짜 대단하다. 존경하고 배우고 싶은 선수다. 여자선수로서 어떻게 계속 이렇게 늘까 싶어서 부럽고, 또 같은 여자 선수로서 부끄러웠다. 다문화 이주 여성으로서 저런 멘탈을 배우고, 나 같은 다문화 이주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한 6만명 정도 되는데, 요즘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김가영 같은 강한 멘탈을 전하고 싶고, 당구를 통해 행복을 전하고 싶다. 나를 보고 뿌듯하다고 말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보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노력을 많이 했다.

준결승전에서 경기 중인 김가영.
준결승전에서 경기 중인 김가영.
승리를 확신한 스롱 피아비가 포효하고 있다. 
승리를 확신한 스롱 피아비가 포효하고 있다. 

김가영 선수와 스롱 피아비 선수를 비교하는 시선이 많은데,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언니가 너무 잘해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김가영 선수를 이겨야 한다고 하셔서 그런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어깨가 무거워졌다. 나도 당연히 이기고 싶었고, 할 수 있는데 왜 안 될까 했는데, 오늘 드디어 해냈다.

오늘 경기는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스스로 컨트롤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매번 공을 치고 나서 내 마음 때문에 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은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마인드컨트롤을 잘했던 것 같다. 사실 경기 도중 지난 월드챔피언십 때 준결승전 경기가 생각나서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잘 극복한 것 같다. 

또 오늘 경기장에 와서 응원해 주신 많은 팬들의 응원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든든했다. 최근 후원자 한 분이 암에 걸리셨는데, 오늘 경기장까지 와서 응원해 주셔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비시즌 동안 이번 시즌을 어떻게 준비했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특히 4, 5월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개인 레슨을 받으면서 시즌을 준비했다. 매일 일산에서 성남까지 레슨을 받으러 다녔다. 남편 혼자 당진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못 챙겨줘서 너무 미안하다. 

오랜만의 결승전인데 어떤 각오로 임할 텐가?

반드시 우승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 멋진 플레이로 많은 팬분들을 재밌게 해드리겠다. 결승 상대가 김보라 선순데, 5년 지기 친구다. 준결승전 시작 전에 화장실에서 마주쳐서 꼭 결승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됐다. 절대 봐주지 않겠다.(웃음)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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