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 PBA 투어 개막전에서 첫 4강 진출에 성공한 이승진이 다니엘 산체스와 준결승전 대결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프로당구 PBA 투어 개막전에서 첫 4강 진출에 성공한 이승진이 다니엘 산체스와 준결승전 대결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1세트를 놓치지 않았다면, 결과가 바뀌었을지도 모르죠."

지난 개막전에서 프로당구 PBA 투어 첫 4강 무대에 선 이승진(55)이 2차 투어 첫 128강 대결에서 '대형 신입' 김준태(하림)와 맞붙는다.

이승진은 지난 개막전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준결승에 올랐으나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웰컴저축은행)에게 세트스코어 0-4로 완패를 당했다.

1세트에 13:13의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나 13:15로 1세트를 차지한 산체스는 이후 완벽한 경기력으로 대결을 마무리했다.

이승진은 프로당구 PBA 투어 원년부터 프로 당구선수로 활약했지만, 이전 명성이 무색할 만큼 프로당구 무대에서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23-24시즌 마지막 정규 투어인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2024'에서 첫 16강에 오른 이승진은 2024-25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8강에 올랐다.

이승진과 준결승전 대결 중인 다니엘 산체스.
이승진과 준결승전 대결 중인 다니엘 산체스.
경기 후 포옹을 나누고 있는 이승진과 다니엘 산체스.
경기 후 포옹을 나누고 있는 이승진과 다니엘 산체스.

결국 이승진은 1년 만인 올 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에서 8강의 벽을 넘고 준결승에 진출해 산체스와 결승 무대를 향한 대결을 펼쳤다.

특히 이승진은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4강에 이름을 올려 한국 당구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0-4의 패배. 하지만 경기를 마치고 나온 이승진의 표정은 아쉬움보다 흥분으로 가득했다.

"너무 재밌었다"라고 준결승전 소감을 시작한 이승진은 "대회 마지막 날까지 경기할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다. 산체스는 진짜 잘 치더라. 1세트를 놓치면서 분위기가 확 넘어갔다. 이후 산체스가 확실히 편해진 것 같았다"라고 패인을 분석했다. 

10이닝까지 이어진 1세트는 그야말로 접전이었다. 이승진이 6이닝에 10:6으로 앞서자 7이닝에 6점을 보탠 산체스가 10:12로 점수를 뒤집었다. 9이닝에 13:13 동점을 만든 이승진은 원뱅크 샷으로 마무리를 노렸으나 아쉽게 득점에 실패했다.

첫 준결승전을 치른 소감을 전하고 있는 이승진.
첫 준결승전을 치른 소감을 전하고 있는 이승진.

후공의 산체스 역시 득점 없이 기회를 10이닝으로 넘겼고, 이번에도 이승진은 쓰리뱅크 샷으로 마무리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득점에 실패했고, 결국 후공을 받은 산체스가 뱅크샷으로 남은 2점을 먼저 처리하며 13:15로 1세트를 차지했다.

이후 1세트의 팽팽했던 접전이 무색할 만큼 산체스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2세트를 3이닝 만에 15:5로 차지한 산체스는 3세트와 4세트까지 연달아 15:6(4이닝), 15:9(7이닝)로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4-0의 완승을 거뒀다.

"서로 몸이 좀 덜 풀렸을 때 기회가 왔는데, 놓친 게 가장 아쉽다. 마무리 원뱅크 샷과 쓰리뱅크 샷을 놓치고, 산체스가 1세트를 차지하는 순간 산체스가 이후 세트를 아주 편하게 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너무 잘 치더라. 많이 배웠다."

사실 30년 당구선수 경력 동안 이승진은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 등 '3쿠션 사대천왕'을 모두 만났지만, 산체스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이승진의 4강 진출 소식에 아침부터 대구와 부산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을 찾아 응원을 펼쳤다.
이승진의 4강 진출 소식에 아침부터 대구와 부산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을 찾아 응원을 펼쳤다.
경기가 끝난 후 이승진을 격려하는 지인들.
경기가 끝난 후 이승진을 격려하는 지인들.
비록 패배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경기를 보여준 이승진에게 환호를 보내는 관중들.
비록 패배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경기를 보여준 이승진에게 환호를 보내는 관중들.

"이번 대회에서 산체스를 처음 만났다. 산체스가 8강에서 어렵게 김재근 선수를 이기고 4강에 올라왔기 때문에 준결승에 올라온 자체만으로도 조금 가벼워졌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비록 경기에서 패했지만, 너무 오랜만에 재밌는 경기를 했고, 행복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계속 만들려고 노력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 이 재밌는 걸 자꾸 하고 싶다."

특히 이승진의 4강 진출 소식을 듣자, 가족들과 지인들이 대구와 부산에서 아침부터 먼 길을 달려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경기 후 이승진은 "아내랑 부산에 계신 친형, 그리고 대구에 있는 친구들이 4강에 갔다고 아침부터 먼 길을 와줬다. 너무 고맙고, 덕분에 많은 힘이 됐다. 이런 주변 사람들의 응원 덕에 사는 것 같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근 담배를 끊었다는 이승진은 "담배를 끊은 지 5개월이 됐는데, 체력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 일단 피곤함이 덜하고, 머리가 깨끗해지는 게 너무 좋다"라며 "프로당구 초기에는 좀 안일하게 당구를 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체력적인 부분과 생활 패턴까지 훨씬 더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4강 진출이 당구가 얼마나 재밌고 즐거운지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 더 자주 대회 마지막 날까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프로당구 2차 투어 '하나카드 PBA 챔피언십' 128강 첫 경기에서 이승진과 대결하는 김준태. 
프로당구 2차 투어 '하나카드 PBA 챔피언십' 128강 첫 경기에서 이승진과 대결하는 김준태. 

개막전 이후 6일 만에 재개된 2차 투어에서 이승진은 이번 시즌 PBA로 이적한 '세계랭킹 1위' 출신 김준태와 128강에서 맞붙는다.

김준태는 지난 개막전 128강에서 애버리지 3.063을 기록했지만, 승부치기에서 패해 데뷔전에서 첫판 탈락의 쓴맛을 봤다.

김준태와 이승진의 128강 대결은 1일 밤 11시 진행된다. 승자는 64강에서 배정두 대 김병호(하나카드)의 128강 승자와 대결한다. 


(사진=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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