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지난 2024-25시즌 프로당구 PBA 투어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10대의 반란'이다.
당시 17살의 김영원은 자력으로 1부 투어 승격을 이룬 것에 그치지 않고 첫 경기인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에서 응우옌득아인찌엔(베트남), 이상용,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 김영섭, 황득희, 부라크 하샤시(튀르키예) 등 실력자들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라 강동궁과 시즌 첫 우승을 놓고 대결을 벌였다. 김영원은 결승전에서도 1세트를 먼저 따내며 세트스코어 2-2로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강동궁에게 5세트를 12:11에서 13:15로 아깝게 빼앗긴 김영원은 6세트를 8:15로 패해 첫 우승 트로피를 아쉽게 놓쳤다.
결국 6차 투어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에서 응우옌꾸옥응우옌(베트남)과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를 물리친 김영원은 결승에서 오태준을 세트스코어 4-1로 꺾고 첫 프로당구 PBA 투어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뿐만 아니라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 대신 웰컴저축은행의 대체선수로 PBA 팀리그에서도 활약한 김영원은 2라운드 마지막 날 7세트 경기를 퍼펙트큐로 승리하며 팀의 2라운드 우승을 견인했다. 결국 김영원은 PBA 팀리그 드래프트 영입 1순위로 떠올랐고, 차기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팀을 창단한 하림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김영원을 차지했다.
김영원이 빌리어즈앤스포츠와 함께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지난 시즌 PBA 1부 투어로 정식 승격되자마자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PBA 최연소로 투어 우승도 차지했는데, 우승 전과 우승 후의 삶에 변화가 있나?
내 삶은 똑같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 주시고, 길 가다가도 아는척 해주는 분도 계셔서 신기하다.
몇 안 되는 10대에 자신의 업적을 이룬 성공한 10대가 됐다. 본인은 자신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싶은가?
일단 너무 좋다. 개막전에서 준우승을 했지만, 그 후 몇 개 투어에서 공백이 있었다. 그 시간이 우승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개막전 준우승 이후로 2차 투어는 8강까지 갔지만, 이후 3, 4차 투어는 64강에서, 5차 투어는 128강에서 탈락하면서 잠시 주춤했다.
사실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기도 했다. 중간에 팀리그도 대체선수로 합류하면서 팀 선수들과 어울려서 당구 연습도 같이하고 많이 배웠다. 팀 같은 걸 안 해봐서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팀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매일 혼자 연습하다가 팀에 합류하면서 팀원들과 새로운 분위기에서 당구를 쳤는데, 어떤 도움을 받았나?
카시도코스타스 선수와 주로 남자 복식 호흡을 맞추면서 정말 많이 알려주셨다. 또 일방적으로 형, 누나들에게 배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도 누나들에게 나의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하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반면에 팀리그 어려웠던 부분은?
제일 어려웠던 건 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서 너무 어려웠다. 팀원들과 단합하는 것도 생각보다 되게 어려웠고, 서로를 배려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팀하고 같이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고 나면 그 성취감이 개인 시합에서 얻는 것보다 더 컸다.
프로당구 1부 투어 승격 이후 첫 대회에서 결승에 올라가고, 결국 승격 첫 시즌에 우승까지 했다. 우승을 할 것 같다는 예감이 좀 들었나?
우승을 한 NH농협카드 챔피언십은 일단 감기 걸린 상태로 대회를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집중도 잘 안되고 공도 잘 안 보여서 '어쩔 수 없다. 이번에는 아프니까 그냥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버텨보자. 조금씩 올라가면 어차피 감은 조금씩 돌아올 거니까 조금만 버티고 무조건 이 경기만 이기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결국 128강과 64강 두 경기를 다 승부치기 끝에 이겼다.
두 경기 연달아 승부치기를 한다는 게 부담이 많이 됐을 것 같은데?
오히려 승부치기로 이긴 후 '고비를 넘겼구나. 이제부터는 좀 편안하게 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이후 감도 좀 돌아오고 내 경기를 제대로 펼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결승에서 오태준을 꺾고 우승을 했는데, 내심 바라던 상대가 있었다고?
사실 강동궁 선수를 만나고 싶었다. 개막전 패배에 대한 복수라기 보다는 강동궁 선수한테서 느꼈던 압박감을 이겨내고 싶었다. 그때는 첫 결승전이었기 때문에 성인 무대 첫 결승 진출이다 보니 욕심도 생기고….
대부분의 10대 선수들이 프로로 전향하기보다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를 목표로 학생 때부터 전문선수 코스를 밟는데, 프로 무대에 곧바로 뛰어들었다. 이유가 뭔가?
프로로 오기 전에 다섯 번 정도 학생 대회를 나갔었다. 거의 다 우승을 하다 보니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거기 있어서는 실력이 더 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에 PBA 2부 투어 와일드카드를 줄 테니 한 번 나가 보겠냐는 제안을 받고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바로 프로 무대로 옮겼다.
아무리 학생부 대회에 적수가 없다 해도 프로 무대는 또 다르다. 긴장이 많이 됐을 것 같은데?
처음에 PBA 드림투어 나갔을 때는 처음 나가는 성인대회다 보니 그냥 너무 재밌었다. 첫 대회에서 32강까지 갔다.
와일드카드로 1부 투어도 뛰었는데, 그때는 어땠나?
맨 처음 1부 투어 나갔을 때 첫 상대가 다비드 사파타 선수였는데, 되게 얼떨떨하고 아직도 기억나는 데 막 덜덜 떨면서 쳤다. 두 번째 대회에서 조재호 선수랑 승부치기까지 갔고, 세 번째 대회에서야 에디 레펀스 선수를 상대로 첫 승을 올렸다.
1부 투어에서 PBA 챔피언을 처음 이겼는데, 기분이 엄청 좋았을 것 같다.
그때 되게 힘들게 이겼다. 레펀스 선수 경기가 잘 안 풀렸고, 나도 잘 못 쳤다. 운이 좋아서 이기니까 실감이 안 났다. 잘 치고 이긴 게 아니라서.
지난 시즌 1부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계속 냈는데, 이것도 운인가?
항상 열심히 했기 때문에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개막전에서 강동궁 선수와 결승전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냥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졌을 때 분했다기보다 저렇게 쳐야 이길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덕분에 면역이 생긴 것 같다. 두 번째 결승은 생각보다 긴장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을 상금 랭킹 4위로 마쳤다. 월드챔피언십 이전에는 3위까지도 올라 있었는데, 기분이 어떤가?
내가 저 위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지금의 김영원이 있기까지 가장 고마운 사람은 누구인가?
아빠가 가장 고맙다.
아빠가 너무 연습만 한다고 걱정하시던데,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독한 면이 있나?
그런 면이 좀 있다고 생각한다. 성취감이나 승부욕 이런 걸 떠나서 재밌다. 재밌어서 계속 연습하게 되는 거 같다. 한 30점에서 35점 칠 때가 제일 재밌었는데, 그때는 한 12시간씩 연습했다.
이제는 '제2의 김영원'을 꿈꾸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에게 '원조 김영원'으로서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당구를 친지 지금 5년 정도 됐는데, 5년만 열심히 해도 이렇게 PBA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거를 보여주고 싶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 친구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김영원의 마지막 목표는 뭔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 지금은 현재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다.
(사진=이우성(675스튜디오)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