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광주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A씨는 광주서부교육지원청으로부터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 금지 처분을 받았다.
 
A씨는 당구장이 학생들의 주 통학로에 있지 않고, 학교에서도 당구장이 보이지 않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처분을 받자 결국 광주서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금지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당구가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에서도 종목을 채택되는 등 스포츠로서 인정을 받고 있는 이때 당구장에 대한 이런 처분은 현실을 역행하는 것이 분명하다.
 
결국 광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박길성)는 당구장이 체육시설업으로 분류되어 있고, 건전한 스포츠로 인식되는 점 등을 들어 학습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시설금지 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구가 국제 및 전국대회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대학에 학과가 개설되는 등 건전한 스포츠로 인식된다. 당구장에는 18세 미만 출입이 허용되고 체육특기생 입학도 가능한 점에 비춰 당구장 시설이 일률적으로 학생들에게 유해환경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내린 재판부는 “당구장 영업으로 학습과 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줄 우려는 크지 않지만, 원고의 재산상 손해는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며 원고 승소의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매우 당연한 결과다. 1993년 5월 13일, 당구는 헌법재판관 9인이 만장일치로 “당구는 스포츠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당구는 스포츠 종목 중 유일하게 법원에서 스포츠라는 것을 판결해 준 종목이다.
 
22년 전 최상위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이미 스포츠임이 결론이 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소송의 판결은 헌재의 판결 범위를 크게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광주지법의 판단은 정확하게 1993년 헌재의 판결과 일치했고, 22년 만에 법원에서 다시 “당구는 스포츠다”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왜 이런 논란이 22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993년 판결문에서 “당구는 스포츠이고, 청소년이 당구를 치는 것은 해롭지 않으며, 당구장은 체육시설이므로 이에 준한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당구장은 22년 동안 변화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한 여성 국회의원에 의해 ‘성인전용 당구장’이 입법 발의되기도 했다. 
 
22년 동안 두 번의 법적 판결은 당구가 스포츠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환경이 변하지 않는 탓에 아직도 논란은 계속될 여지가 남아 있다.
 
머지않아 “당구장은 체육시설이다”라는 판결로 당구장의 환경이 크게 변하게 될 수 있다.
 
당구장이 변화하지 않으면 1993년과 2016년, 두 번의 판결은 무색해진다.
 
 
 
<빌리어즈>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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