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생 사이그너, 16강까지 2점대 애버리지 '쾌속 질주'
조별리그서 42살 어린 '2007년생' 하샤시 꺾고 16강 진출
8강에서 93년생 몬테스와 4강행 놓고 맞대결

1964년생인 세미 사이그너(휴온스)가 월드챔피언십에서 연일 2점대 애버리지로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진출, 노장의 투혼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사진=PBA 제공
1964년생인 세미 사이그너(휴온스)가 월드챔피언십에서 연일 2점대 애버리지로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진출, 노장의 투혼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사진=PBA 제공

[빌리어즈앤스포츠=김도하 기자] 프로당구 투어에서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튀르키예 레전드' 세미 사이그너(웰컴저축은행)가 과연 월드챔피언십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사이그너는 14일 오후 4시 30분에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챔피언십 2025' 16강전에서 사이그너는 김종원을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8강에 올라와 2년 연속 월드챔피언십 4강 진출에 도전하게 됐다.

1964년생인 사이그너는 올해 61세의 나이로 여전히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지만, 변화무쌍한 PBA 투어에서는 첫 우승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3-24시즌 프로당구 투어에 데뷔해 첫 대회부터 우승을 차지하며 로얄로더로 등극했던 사이그너는 이번 시즌까지 총 16차례나 더 정규투어에 도전했는데 이렇다 할 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데뷔전 우승 이후 가장 좋은 정규투어 성적은 이번 시즌 4차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4강이었다.

나머지 대회는 대부분 8강 이전에 탈락했고, 지난 시즌에 두 차례 8강을 밟은 것이 그나마 많이 올라온 성적이었다.

첫 등장부터 임팩트가 강했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가 컸는데, 이후 좀처럼 상위 라운드에서 그의 얼굴을 보기 어려웠다.

사이그너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무려 42살 어린 부라크 하샤시(하이원리조트)를 애버리지 2.111의 맹타를 앞세워 3-1로 꺾었다.
사이그너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무려 42살 어린 부라크 하샤시(하이원리조트)를 애버리지 2.111의 맹타를 앞세워 3-1로 꺾었다.

그러나 사이그너는 지난 월드챔피언십에서 데뷔전 때처럼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32강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서현민에게 0-3으로 패해 시작부터 단추가 어긋났던 사이그너는 다음 경기에서 박인수(에스와이)를 3-1로 잡으면서 본격적인 승리의 궤도에 올라섰다.

1승 1패로 16강행 운명이 걸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일본 신성' 모리 유스케(에스와이)에게 5세트 11:10(5이닝)의 단 1점차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패했던 서현민과 재대결을 벌여 애버리지 2점대의 난타전 끝에 이번에도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하며 8강에 올라갔고, '언더독 신화'의 주인공 박기호를 다시 3-2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노장이 된 사이그너가 월드챔피언십의 치열한 경쟁에서 계속해서 젊은 선수들을 상대로 풀세트 승리를 이어가며 준결승까지 올라가는 모습은 투혼 그 자체였다.

당시 준결승에서는 다비드 사파타(스페인·우리금융캐피탈)에게 0-4로 져 아쉽게 큐를 접었지만, 생존이 치열한 프로당구 무대에서 다시 보여준 사이그너의 투혼은 당구 팬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해 월드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다비드 사파타(우리금융캐피탈)와 대결한 사이그너.
지난해 월드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다비드 사파타(우리금융캐피탈)와 대결한 사이그너.

'61세 투혼' 사이그너 "레전드는 살아있다"…2점대 애버리지로 연전 연승

오랜 세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해 온 사이그너는 월드챔피언십처럼 큰 무대에 강했다. 

이번 대회 역시 최근 정규투어에서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조별리그를 3승으로 통과하고 16강전까지 승리를 거두며 두 번째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무려 42살 차이가 나는 2006년생의 같은 나라 신예 부라크 하샤시(하이원리조트)를 상대로 애버리지 2.111의 맹타를 휘두르며 3-1로 승리를 거뒀고, 이어 정규투어에서 역대 최고 활약을 펼쳐 '시즌 상금랭킹 2위'에 오른 강동궁(SK렌터카)을 애버리지 2.000과 하이런 14점을 앞세워 3-1로 제압했다.

2승으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마지막 경기에서도 박인수를 세트스코어 3-1로 누르고 3전 전승, 그리고 종합순위 1위를 차지하며 2년 연속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16강에 진출했다.

사이그너는 16강전 역시 2점대의 화력으로 상대방을 압도했다. 하이런 11점과 애버리지 1.955를 친 김종원의 반격이 절대 만만치 않았는데, 절정에 올라 있는 사이그너를 끌어내리지는 못했다.

1세트부터 두 선수가 7점씩 주고받으며 치열하게 시작한 승부는 13:13에서 8이닝에 사이그너가 아주 정교한 옆돌리기를 성공시키며 세트포인트에 도달한 다음 비껴치기를 득점하며 15:13으로 승리했다.

사이그너에게 패해 16강에서 탈락한 김종원.
사이그너에게 패해 16강에서 탈락한 김종원.

어렵게 1세트를 따낸 사이그너는 2세트 초구를 파이브쿠션으로 노렸다가 충돌이 나면서 실패했고, 김종원에게 옆돌리기를 내주면서 하이런 11점을 맞았다.

이어 2이닝에 김종원이 남은 4점을 마무리해 1:15로 2세트를 크게 패하면서 1-1 동점을 허용한 사이그너는 3세트 승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사이그너는 3세트 초반에 3-7-2 연속타로 12:9로 앞서며 김종원의 상승세를 견제했고, 13:11까지 추격을 막고 접전을 벌였다.

박방의 승부처인 6이닝에서 김종원이 1세트처럼 뱅크 샷 공격에 실패하자 이번에는 사이그너가 뱅크 샷으로 반격해 2점을 득점하며 15:11로 3세트를 따냈다.

세트스코어 2-1로 주도권을 다시 가져온 사이그너는 4세트에 3:3 동점이던 4이닝부터 4-3-3-2 연속타로 15:4의 승리를 거두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사이그너는 경기 흐름이 상대방에게 넘어가는 타이밍에도 강한 정신력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연속으로 공격에 성공하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안토니오 몬테스(NH농협카드)가 8강에서 사이그너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안토니오 몬테스(NH농협카드)가 8강에서 사이그너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8강서 93년생 몬테스와 대결…사이그너는 월챔 4강에 다시 올라갈까

2년 연속 월드챔피언십 준결승 진출, PBA 투어에서 통산 4번째 4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이그너는 8강전에서도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8강에서 사이그너와 대결하는 선수는 '스페인 해결사' 안토니오 몬테스(NH농협카드)다. 몬테스는 밤 9시 30분 경기에서 에디 레펀스(벨기에·SK렌터카)를 세트스코어 3-0으로 꺾고 월드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8강에 올라왔다.

몬테스는 데뷔 시즌이었던 22-23시즌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해 당시도 레펀스를 3-2로 16강에서 꺾고 8강에 올라간 바 있다. 8강에서는 하비에르 팔라손(스페인·휴온스)에게 2-3으로 아깝게 져 탈락했다.

지난 시즌에도 월드챔피언십 32강 첫 경기에서 레펀스와 맞붙었는데 0-3으로 패했고, 신정주와 최원준1을 각각 3-1로 제압하며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는 엄상필(우리금융캐피탈)에게 1-3으로 져 8강에 올라가지 못했다.

몬테스와 3년째 월드챔피언십에서 맞붙은 에디 레펀스(SK렌터카). 2023년 월드챔피언십 16강에서 몬테스에게 패했던 레펀스는 지난해에는 이겼다가 올해 다시 16강전에서 패배를 당했다. 
몬테스와 3년째 월드챔피언십에서 맞붙은 에디 레펀스(SK렌터카). 2023년 월드챔피언십 16강에서 몬테스에게 패했던 레펀스는 지난해에는 이겼다가 올해 다시 16강전에서 패배를 당했다. 

이번 시즌에 3년 연속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한 몬테스는 조별리그 D조에서 륏피 체네트(튀르키예·하이원리조트)에게 첫 경기를 2-3으로 아깝게 패했지만,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에스와이)와 김재근(크라운해태)을 꺾고 16강에 진출해 레펀스와 다시 한번 맞대결을 벌였다.

몬테스는 16강전에서 레펀스를 상대로 하이런 13점 등 애버리지 2.500의 맹타를 휘두르며 15:3(4이닝), 15:8(10이닝), 15:0(4이닝)의 완승을 거두고 16강에서 사이그너와 첫 대결을 벌이게 됐다.

1993년생인 몬테스는 사이그너보다 30살 가까이 어리다. 몬테스가 체력적으로 절정기인 30대 초반의 나이이기 때문에 사이그너는 다시 한번 치열한 승부를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61세의 노장 사이그너가 보여주는 투혼이 과연 준결승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유일하게 남은 스페인 선수인 몬테스가 매 시즌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 올라갔던 선배들의 전통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이 경기는 15일 9시 30분에 시작한다.

 

(사진=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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