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민영 기자] 6월 3일, 대구 중구 태평로1가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에서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
오후 6시 2분쯤 발생한 화제로 인해 상가 건물 2~5층 내부 등 2,000㎡가 불에 탔으며, 소방서 추산 5천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이 불은 48분 만에 진화했으나 4층 당구장에서 신원미상의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로 인한 질식사’로 숨진 이 남성은 61살의 당구장 주인 A씨다. 건물에 불을 지른 사람이 바로 숨진 A씨였다.
경찰은 “세입자인 A씨가 3일 오후 6시쯤 건물 앞에 주차된 차량 3대의 주유구를 강제로 열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고 시도했으나 불이 붙지 않자, 자신이 운영하던 4층 당구장에 올라가 당구공 광택제로 사용되는 인화성 물질을 이용해 2층부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불을 붙인 것”이라고 발표했다.
젊은 시절 군 공병대 장교로 복무하며 폭발물을 취급했던 A씨는 인화성 물질을 통에 넣어 불을 붙여 폭발시키는 방법으로 불을 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왜 자신의 당구장에 불을 붙이고, 그곳에서의 죽음을 택했을까?

치열한 당구장끼리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 A씨의 계속되는 영업부진은 생활고로 이어졌고, 결국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며 건물주와 다툼까지 벌이게 되자 급기야 방화와 자살이라는 극단의 상황으로 치달은 것이다.
옳지 못한 선택으로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와 피해를 남긴 그가 처했던 상황이 비단 그만의 상황이 아닐 것이다.
점점 대형화되는 당구클럽의 추세 속에 기존의 작은 동네 당구장들은 점점 더 설 곳을 잃었고, 치열한 경쟁이 요금 덤핑 등으로 이어져 큰 문제로 등장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갈등과 불균형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요금 체계를 확정하고 요금을 적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당구장 금연에 따른 후속 대책과 새로운 당구 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동네 당구장이 살아야 당구가 산다.
극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A씨의 선택이 안타까울 뿐이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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