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3쿠션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3쿠션 사대천왕의 오랜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베겔 당구월드컵에서 쿠드롱을 꺾고 우승한 쩐뀌엣찌엔(왼쪽)과 보고타 당구월드컵 준결승에서 야스퍼스를 제압한 쩐타인룩(오른쪽).  사진=SOOP 제공
베트남의 3쿠션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3쿠션 사대천왕의 오랜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베겔 당구월드컵에서 쿠드롱을 꺾고 우승한 쩐뀌엣찌엔(왼쪽)과 보고타 당구월드컵 준결승에서 야스퍼스를 제압한 쩐타인룩(오른쪽).  사진=SOOP 제공

[빌리어즈앤스포츠=김도하 기자] 18년 전의 돌풍이 마침내 태풍으로 바뀌었다. 베트남 선수들의 돌풍에 기라성 같았던 유럽의 '3쿠션 사대천왕'들마저 쩔쩔매고 있다. 

오랜 시간 실력을 다지고 올라온 베트남 선수들은 이제 대회 초중반 라운드가 아닌 메인 경기 준결승과 결승에서 세계 정상들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베트남 선수들은 3쿠션 사대천왕들을 준결승과 결승에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정상을 탈환했다.

지난 3일(한국시간)에 콜롬비아에서 열린 올해 첫 3쿠션 세계대회 '보고타 3쿠션 당구월드컵'  준결승에서 베트남은 쩐타인룩(세계 4위)이 '세계랭킹 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36이닝 만에 50:37로 꺾고 결승에 올라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유럽 본토에서 열린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베트남 간판선수' 쩐뀌엣찌엔(세계 3위)이 '3쿠션 사대천왕'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22위)을 28이닝 만에 50:38로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해 아시아 선수 최초로 당구월드컵 4승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 무대 준결승과 결승에서 3쿠션 사대천왕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선수는 쩐귀엣찌엔이 유일했다. 

쩐뀌엣찌엔은 지난 2018년 호찌민 당구월드컵에서 쿠드롱을 준결승에서 40:39(26이닝)로 어렵게 꺾고 결승에 진출해 우승한 뒤 지난해 베겔 당구월드컵에서는 결승에서 다시 쿠드롱에게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은 쩐뀌엣찌엔이 2018년에 한 번 준결승에서 사대천왕을 넘어섰으나, 2022년 앙카라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쩐뀌엣찌엔이 야스퍼스에게 19이닝 만에 23:50으로 패하면서 여전히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러나 2년 8개월 뒤 쩐뀌엣찌엔이 쿠드롱을 상대로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이번에 쩐타인룩이 야스퍼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마지막 날 준결승과 결승에서 건재했던 3쿠션 사대천왕의 아성을 위협하게 됐다.

베트남이 처음 3쿠션 사대천왕의 아성에 도전했던 2007년 '수원 당구월드컵' 결승전. 이 대회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킨 베트남의 쩐찌타인은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다.  빌리어즈앤스포츠 DB
베트남이 처음 3쿠션 사대천왕의 아성에 도전했던 2007년 '수원 당구월드컵' 결승전. 이 대회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킨 베트남의 쩐찌타인은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다.  빌리어즈앤스포츠 DB
지난해 베겔 당구월드컵에서 쩐뀌엣찌엔(오른쪽)과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의 결승전 뱅킹 장면. 이 경기에서 쩐뀌엣찌엔은 쿠드롱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SOOP 제공
지난해 베겔 당구월드컵에서 쩐뀌엣찌엔(오른쪽)과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의 결승전 뱅킹 장면. 이 경기에서 쩐뀌엣찌엔은 쿠드롱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SOOP 제공

2007년 쩐찌타인 수원 당구월드컵 '깜짝 준우승'…이후 계속된 4강 탈락 '높은 벽 실감'

15년 넘게 3쿠션 세계 무대를 두드렸던 베트남은 2010년대 후반이 돼서야 마침내 결승 관문을 통과했다.

베트남은 오래 전인 2007년에 쩐찌타인이 한국에서 열린 수원 당구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3쿠션 세계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캐롬 4구 종목과 유사한 '빠띠 리브레'나 1쿠션 종목에서 아시아 최강국이었던 베트남은 3쿠션 보급이 뒤늦게 이뤄져 당시에는 세계 무대에 나설 만한 선수가 없었는데, 쩐찌타인이 결승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긴장감을 몰고 오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쩐찌타인이 결승에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에게 세트스코어 0-3(14:15, 9:15, 4:15)으로 완패를 당하면서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 밖에도 베트남은 세계선수권과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사대천왕과 한국 선수들에게 막혀 우승이 수차례 좌절됐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총 6차례 준결승에 올라가 결승문을 두드렸던 베트남은 한 번도 준결승전을 승리하지 못하다가 2017년 포르투 당구월드컵 준결승에서 응우옌꾸옥응우옌이 허정한을 40:20(26이닝)으로 꺾고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당시 결승에서 김행직(전남-진도군청)에게 23이닝 만에 34:40으로 패한 응우옌꾸옥응우옌은 준우승에 그쳤다.

베겔 당구월드컵에서 쿠드롱을 결승에서 꺾고 우승한 쩐뀌엣찌엔. SOOP 제공
베겔 당구월드컵에서 쿠드롱을 결승에서 꺾고 우승한 쩐뀌엣찌엔. SOOP 제공
이번 보고타 당구월드컵 준결승에서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꺾고 결승에 올라가 우승을 차지한 쩐타인룩. SOOP 제공
이번 보고타 당구월드컵 준결승에서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꺾고 결승에 올라가 우승을 차지한 쩐타인룩. SOOP 제공

쩐뀌엣찌엔 이어 쩐타인룩까지 '사대천왕 벽' 넘고 우승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속 세계선수권 4강에 입성한 베트남은 2019년에 응우옌득아인찌엔이 결승에 진출했지만, 역시 사대천왕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에게 37:40(22이닝)으로 아깝게 져 우승에 실패했다.

베트남은 2018년에 자국 호찌민 당구월드컵에서 쩐뀌엣찌엔과 응오딘나이, 응우옌꾸옥응우옌이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 공동 3위를 휩쓸면서 3쿠션 세계 지형의 변화를 예고했다.

첫 우승을 차지한 쩐뀌엣찌엔은 2022년에 앙카라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야스퍼스에게 패한 뒤 2023년 세계선수권 결승에서는 바오프엉빈(베트남)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다.

이어 그해 포르투 당구월드컵에서 사미흐 시덤(이집트)을 50:30(27이닝)으로 제압하며 통산 2승을 달성했고, 지난해 보고타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재대결한 시덤에게 50:44(31이닝)으로 승리하며 한국의 김행직(전남-진도군청)에 이어 아시아 선수 2번째로 3승 고지를 밟았다.

쩐뀌엣찌엔은 세계3쿠션팀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해 베겔 당구월드컵에서 쿠드롱을 꺾으며 통산 4승을 달성해 세계선수권과 팀선수권, 당구월드컵 등 세계대회에서 베트남에 6번째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베트남은 당구월드컵에서 쩐뀌엣찌엔이 유일하게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번 보고타 당구월드컵에서 쩐타인룩이 쩐뀌엣찌엔에 이어 다시 사대천왕의 벽을 넘으면서 7번째 세계당구대회 우승을 기록했다.

또한, 3쿠션 사대천왕을 결승에서 꺾고 우승한 값진 2번째 감투도 쓰게 됐다. 

 

(사진=SOO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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