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중 청소기를 든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 그는 왜 대회를 중단하고 당구대를 청소해야 했을까?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대회 중 청소기를 든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 그는 왜 대회를 중단하고 당구대를 청소해야 했을까?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국제당구대회에서 당구선수가 직접 당구대를 청소한다고? 사실일까, 거짓일까.

현재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2007년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

2007년 11월, 한국당구용품협회의 주최한 '2007 한국당구용품협회장배 3C 코리아 오픈 토너먼트'에는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 등 4명의 유럽 최고의 선수들이 초청되어 한국 선수들과 대결을 벌였다.

11월 15일~16일 인천 투어를 시작으로 17~18일 대전 투어, 19~20일 메인 토너먼트, 그리고 21일에는 한국 대 유럽 대항전이 진행되었다. 또한, 사이그너의 예술구 시범 경기 등이 곁들여지며 다양한 이벤트가 함께 펼쳐졌다.

다니엘 산체스를 테이블 위에 뉘어 놓고 예술당구 시범을 보이는 세미 사이그너.
다니엘 산체스를 테이블 위에 뉘어 놓고 예술당구 시범을 보이는 세미 사이그너.

한국당구용품협회, 국제대회 경험 없는 한국 선수들 위해 외국 선수 초청대회 열어 

당시만 해도 국제무대 경험이 적은 한국 당구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준비된 이 대회는 운영에서 다소 미숙함이 드러났다. 

국내에 당구 전문 심판조차 많지 않았던 때여서 당구선수들이 운영과 심판을 자처하며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노력했지만, 초청된 외국 선수들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당구공은 왁스를 발라서 어디로 튈지 몰랐고, 당구대 청소 상태도 미흡했다. 

결국 대회 도중 사이그너와 자네티는 경기를 중단하고 직접 마른 수건으로 당구공을 닦기도 했다. 심지어 직접 청소기를 들고 당구대 청소를 하며 어떻게 청소를 해야 하는지 시범까지 보였던 것.

유럽팀(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 세미 사이그너, 다니엘 산체스, 마르코 자네티)과 한국팀(고 김경률, 황득희, 최재동, 최성원)
유럽팀(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 세미 사이그너, 다니엘 산체스, 마르코 자네티)과 한국팀(고 김경률, 황득희, 최재동, 최성원)
메인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미 사이그너(오른쪽)와 준우승자 김경률(왼쪽)
메인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미 사이그너(오른쪽)와 준우승자 김경률(왼쪽)
대회가 모두 끝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당시 한국당구용품협회 홍광선 회장. 
대회가 모두 끝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당시 한국당구용품협회 홍광선 회장. 

미숙한 대회 운영에 직접 청소 시범까지 보인 자네티와 사이그너 

자칫 불쾌한 순간이 될 수 있었지만, 이 베테랑 선수들은 그런 상황마저도 코믹한 사진으로 승화하며 즐거운 추억으로 남겼다. 

SBS미디어넷이 녹화 중계한 해당 대회는 황득희(인천투어), 다니엘 산체스(대전투어), 세미 사이그너(메인 토너먼트)가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메인 토너먼트에서 고 김경률을 20이닝 만에 40:35로 물리친 사이그너는 우승 상금 800만원을 손에 넣었다. 김재근과 함께 공동3위에 오른 자네티는 2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또한, 김경률, 최성원, 황득희, 최재동이 한국 대표팀으로 나선 팀 대항전에서는 복식은 한국이 승리했으나 단식 3경기를 모두 유럽팀이 이기며 3-1 유럽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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