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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산체스(에스와이)가 프로당구 PBA 팀리그 5라운드 6일차 경기 3세트 남자단식에서 김영원(웰컴저축은행)과 첫 승부를 벌인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 DB

[빌리어즈앤스포츠=김도하 기자] '3쿠션 사대천왕'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에스와이)가 34년 전 자신의 데칼코마니를 마주한다.

프로당구 '최연소 투어 챔피언' 김영원(18·웰컴저축은행)과 PBA 무대에서 처음 큐를 맞대게 된 것.

12일 오후 6시에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2024-2025' 5라운드 6일차 에스와이 대 웰컴저축은행의 경기 3세트 남자단식에서 산체스와 김영원이 사상 첫 대결을 벌인다.

산체스는 과거 90년대에 10대 나이로 세계 당구 무대에서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했던 3쿠션 당구 역사상 유일한 선수였다.

지난 91년에 서울 삼풍백화점에서 열렸던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에 17세에 불과했던 산체스가 출전해 본선 8강까지 올라오면서 3쿠션 당구계는 처음 10대 돌풍이 불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사상 처음으로 3쿠션 당구월드컵을 유치했다. 어렵게 열린 대회인 만큼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 당구계는 물론 외부의 관심도 컸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17세의 산체스가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내 당구계는 상당한 충격에 빠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당구장에 미성년자가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법적인 규제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이라면 당구 큐도 잡기 못할 나이인 산체스가 세계 정상급 선수와 대등한 기량을 선보였다는 사실은 무척 충격적이었다.

이미 산체스는 서울에 오기 전 스페인 팔마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 32강에서 '3쿠션 레전드' 고 이상천과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아깝게 패하기도 했다.

당대 최고의 당구선수였던 이상천을 상대로 17세 선수가 보여준 실력이 놀라웠기 때문에 서울 당구월드컵에서 산체스의 플레이는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본선 8강까지 올라올 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산체스는 이후 3쿠션 당구월드컵 등 세계대회에서 정상권의 선수들과 자주 경기를 하게 되면서 실력을 쌓아 20세인 94년에 이집트와 네덜란드에서 두 차례 결승에 진출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95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세 번째 결승에 올라와 이번에는 조르즈 테리아가(포르투갈)를 세트스코어 3-2로 꺾고 대망의 첫 우승을 차지한다.

지난 2023년 프로당구(PBA) 투어에 데뷔하기 전까지 산체스는 당구월드컵 15승과 세계선수권 4회 우승 등 성적을 거두며 30년 넘게 세계 최정상 선수로 군림했다.

산체스와 김영원이 12일 오후 6시에 시작하는 에스와이 대 웰컴저축은행의 3세트 남자단식에서 사상 첫 대결을 벌인다.
산체스와 김영원이 12일 오후 6시에 시작하는 에스와이 대 웰컴저축은행의 3세트 남자단식에서 사상 첫 대결을 벌인다.

'원조 10대 돌풍' 산체스 vs '세계 최초 10대 우승' 김영원의 첫 대결

90년대에 산체스가 시작한 10대 돌풍은 지난해 PBA 투어에서 2007년생 김영원과 2006년생 부라크 하샤시(튀르키예·하이원리조트)에 의해 30여 년 만에 다시 불었다.

이번 24-25시즌에 정식으로 1부 투어에 데뷔한 두 선수는 개막전부터 각각 결승과 4강에 진출하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김영원은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만난 하샤시를 4-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도 8강까지 올라와 전 세계 당구계를 30년 만에 다시 한번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어 6차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는 프로당구 최강자인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크라운해태)를 준결승에서 4-2로 꺾고 올라와 결승에서 오태준(크라운해태)에게 4-1의 완승을 거두며 17세의 나이로 프로당구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34년 전 원조 10대 돌풍의 주인공인 산체스가 이루지 못한 꿈을 김영원이 달성하면서 세계 당구사에 한 장을 장식했다.

산체스는 지난 91년 서울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 17세의 나이로 8강에 진출하며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산체스는 지난 91년 서울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 17세의 나이로 8강에 진출하며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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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은 17세의 나이로 지난해 6차 투어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을 우승하며 최연소 프로당구 챔피언에 등극했다.

산체스와 김영원은 그동안 직접 만나지 못했는데, 이번 팀리그 마지막 5라운드 경기에서 마침내 3세트에서 처음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개인투어에서는 한 번도 대진이 성사되지 못했고, 김영원이 팀리그 정식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지난 2라운드에서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의 대체선수로 잠시 웰컴저축은행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단식전에서는 일 대 일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5라운드에서 다시 대체선수로 팀리그에 김영원이 합류해 3세트 남자단식에 기용되면서 산체스와의 승부가 성사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프로당구협회(총재 김영수)가 이날 오전에 발표한 세트오더에 두 선수는 마침내 3세트 남자단식에서 승부를 벌이게 됐다. 

과연 34년 전 데칼코마니를 마주한 산체스와 김영원이 어떤 승부를 연출할 것인지 주목된다.


(사진=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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