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구용품협동조합이 출범했다. 2014년을 맞는 지금 당구계에서 가장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국 당구계는 용품업계의 지원 덕에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구가 문화로 뿌리내리고 다시 스포츠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용품업계의 아낌 없는 지원이 있었다. 이는 당구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또 누구도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협동조합이라는 체제로는 처음이지만, 과거에 당구용품 제조, 유통업자들의 조합체로 한국당구용품생산판매자협회가 있었다.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과 (주)허리우드 홍광선 회장이 의견을 모아 결성한 범당구계적인 역할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였다. 당구용품으로 얻은 이익을 일정 부분 도네이션하자는 인식이 시작된 것은 이 무렵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충분히 지원하는 업체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이 많았다. 당위성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용품협회의 구성은 당구인들의 전반적인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거의 모든 국내 당구용품 업체들이 참여하여 당구계를 위한, 당구선수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했다. 

대한당구연맹이나 당구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원활했음은 물론이다. 역사상 가장 풍족했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이렇게 당구는 성장의 토대를 확고히 쌓을 수 있었다. 

간혹 체육계 인사 중에서도 엘리트 체육인도 없고, 엘리트 체육의 기초가 전무한 당구가 어떻게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나 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용품업계의 지원에 대해 설명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당구의 스포츠화라는 1단계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스포츠 당구의 토대 구성이라는 2단계 사업이 시작되면서 용품협회는 좌초되었다. 바로 대한당구연맹과 국민생활체육전국당구연합회가 갈등이 생기면서 애먼 불똥이 용품협회에 튄 것이다. 

용품업계의 지원으로 자리를 잡은 이런 단체들이 자신들의 기득권과 권위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당구역사에 최대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용품협회의 해체가 결정된 날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부 업체 대표들은 “이렇게 끝내선 안 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끝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해체를 종용하던 몇몇 인사들은 아직까지도 용품협회가 왜 중요하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듯 엉뚱한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한다. 

용품협회가 허무하게 해체된 결과는 지금 나타나고 있다. 용품협회 해체의 불씨가 되었던 한국대학당구연맹은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공통분모를 가진 대한중고당구연맹은 거의 해체 수순까지 와 있다. 

한국대학당구연맹과 대한중고당구연맹이 결성되고 자리를 잡기 위한 토대 역시 용품업자들의 개별적인 지원으로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한두 업체나 이해관계로만 얽혀 있는 몇몇 업체만의 지원으로는 탄력을 받기 어려웠다. 게다가 불황의 시기가 계속되자 업체들은 손익을 따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기득권자들이 용품업체를 ‘길들여야 할 대상’으로 판단하는 심각한 수준의 발언들이 쏟아지면서 당구에 대한 지원의 손길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곧 선수들과 꿈나무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결과로, 2014년 현재 엘리트 당구선수를 지향하는 학생선수들의 숫자는 고작 50여 명뿐이다. 왜 학생들이 당구선수가 될 수 없고, 당구선수의 꿈을 키울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학생선수들의 성장 기반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당구의 스포츠화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대학당구연맹이나 중고당구연맹이 자리 잡지 못하면서 당구는 엘리트 교육을 전혀 받을 수 없었던 성인 선수들만 즐비한 역피라미드의 기형적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당구인들이 지금 현재 상황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숙명적인 과제가 있다면 이런 기형적인 구조의 당구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만약 과거에 용품협회가 지속되었다면 대한체육회에 정가맹단체가 되는 시점부터 지금까지 정상적인 엘리트 구조를 만드는 두 번째 임무를 완수했을 것이다.

국민생활체육경기도당구연합회를 오랜 기간 끌어가고 있는 (주)오페라의 마광현 회장이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이번 협동조합은 지난번보다 더 큰 틀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물론 이해관계가 얽힌 용품업자들을 하나로 묶는다는 것이, 지금 같은 불황의 시기에 더욱 쉽지 않아 보이지만, 유통업자 중에 생각이 있는 몇몇 사람들이 자진해서 움직였다. 벌써 많은 업체가 참여자 모두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힘을 실었다. 이렇게 두 번째 용품협회 구성의 불씨는 당겨졌다. 

2014년의 첫 페이지에 한국당구용품협동조합의 결성을 알린다. 

시기가 어렵지만, 혼자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보다는 서로가 힘을 합치는 것이 당연히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단순한 지원의 범위를 넘어서 조합원들의 이익창출을 최대의 목적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다.

이번 한국당구용품협동조합은 과거처럼 당구의 스포츠화를 위한 사업에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당구가 문화로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사업과 당구인 모두의 이익창출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당구업체 관계자들과 당구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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