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원은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챔피언이 되었다.

아지피 챔피언에 오른 최성원. <사진제공 코줌>

3월 27일 또 한 명의 세계 챔피언이 탄생했다. 

프랑스에서 매년 1회 열리는 아지피 빌리어드 마스터스에서 한국의 최성원이 프랑스의 제레미 뷰리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파이널라운드에 진출했던 최성원이 8강전에서 벨기에의 강호 에디 멕스를, 준결승전에서 그리스의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를 50:49로 연파하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깜짝 놀랐다.

월드컵 본선에 여러 번 진출해 최성원이라는 이름 석 자는 이미 세계에 알려져 있었지만, 멕스나 카시도코스타스와 같은 세계 최강의 벽을 이렇게 극적으로 허물어 내릴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놀라운 역전의 명승부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것도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펼쳤기 때문에 최성원의 선전이 더욱 빛났던 것이다.

최성원이 활약하는 모습은 인터넷 코줌사이트(www.kozoom.com)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한국에서는 프랑스와의 시차 때문에 새벽 4~5시에 최성원 선수의 경기를 볼 수 있었다.

8강전, 준결승전에서 “에이, 졌네!”라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최성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승부를 뒤집어 냈다. 승부는 끝나지 않았는데 보는 사람들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다. 최성원은 할 수 있다고 더 힘을 내는데, 미안하게도 보는 사람이 먼저 포기해 버렸다. 최성원이 마지막 50점을 득점하고 보란 듯이 큐를 치켜들었을 때,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지피 마스터스 결승전에 진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김경률에 이어 또 한 명의 세계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결승전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8강전, 준결승전과 같은 명승부가 노트북 화면 안에서 다시 한 번 펼쳐지길 기대했다.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또다시 벌어졌다. 누군가 마법을 부리는 것인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들이 화면 위에 그려졌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위력이나 저력 따위 단어로 그날, 그 장면을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최성원이 세계 당구팬들에게 보여준 것은 어쩌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그런 승부일지도 모른다. 명승부야말로 스포츠 세계에서 유일하게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다.

최성원이 보여준 명승부는 영원히 당구팬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될 것이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당구선수가 된 지 9년, 마침내 세계 챔피언에 오른 그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최성원이 보여준 최고의 승부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당구인의 한 사람으로 최성원 선수에게 고생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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