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패자' 강동궁(SK렌터카)이 무언가 말하자 '승자'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 크라운해태)가 빵 터졌다.
지난 29일 이번 시즌 5번의 투어 중 4번의 투어에서 결승에 오른 강동궁이 두 번째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결승에서 강동궁에게 두 번의 패배를 안긴 사람은 동일인이었다. 바로 '스페인 대세' 다비드 마르티네스.
이전까지 강동궁과 마르티네스는 3번 맞대결을 벌여 강동궁이 2승1패로 상대 전적에서 앞서 있었으나 이번 4번째 대결에서 마르티네스가 승리하며 2승2패로 동률이 되었다.
무엇보다 마르티네스가 얻은 승리가 모두 결승전에서의 승리였기에 강동궁으로서는 이번 패배가 더 뼈아팠다. 마르티네스의 통산 6승 중 2승은 강동궁을 꺾고 얻은 승리였다.
20년 만에 부모님이 고향인 경남 진해에서 아들의 경기를 보러 경기도 고양시까지 온 날이었기에 강동궁으로서는 더 지고 싶지 않은 경기였으나 잘하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독이 됐을까, 초반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역전승의 기회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후 강동궁은 "정말 이기고 싶은 경기였다"고 말할 만큼 우승에 대한 의지가 강했지만, 결국 스스로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마르티네스는 우승을 확정한 직후 우승 세리머니와 크라운해태 팀원들의 응원에 답하느라 상대 선수인 강동궁과의 인사를 잊었다.
대부분 경기가 끝나면 승자가 패자에게 악수를 청하러 오지만 이날 마르티네스가 이를 잊은 듯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패자인 강동궁은 오히려 먼저 마르티네스의 자리로 찾아가 축하의 말을 전했다.
강동궁의 방문에 마르티네스도 포옹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강동궁이 자리를 뜨기 전 뭐라고 말하자 마르티네스가 대회 내내 굳었던 표정을 펴고 환하게 웃었다.
강동궁은 과연 뭐라고 말했을까. 비록 완벽한 언어 소통이 아니었더라도 마르티네스는 충분히 강동궁의 말을 이해한 듯하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