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가 '제76회 빈투언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조별리그 첫날 어렵게 승리를 거두었다.  사진=SOOP 제공
'세계랭킹 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가 '제76회 빈투언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조별리그 첫날 어렵게 승리를 거두었다.  사진=SOOP 제공

[빌리어즈앤스포츠=성지안 기자] 최정상의 선수도 첫 경기의 승부는 어렵다. 당구처럼 예민한 스포츠는 미세한 차이로 득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시합 전에 공평하게 정해진 연습시간을 소화하지만 새로 설치된 당구대와 경기 분위기 등 낯선 환경에서 감을 찾아야 하고, 긴장된 상황에서 멘탈이 다소 불안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우승 후보들이 첫 경기에서 패배하는 이변이 종종 일어난다. 3쿠션 세계챔피언에 5차례나 올랐던 '세계랭킹 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도 첫 경기의 압박은 피할 수 없었다. 야스퍼스는 세계선수권대회 첫 경기부터 아주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지난 25일 베트남 빈투언에서 열린 '제76회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예선 조별리그에서 야스퍼스는 베트남의 타이홍찌엠(세계랭킹 20위)과 대결했다. 첫 경기부터 홈 선수를 만난 야스퍼스가 출발부터 힘겨운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경기 내내 끌려가던 야스퍼스는 패배가 유력한 상황에서 끝내기타 한 방으로 벼랑 끝에서 탈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첫 경기를 어렵게 승리로 장식했다. 한때 점수 차가 13점까지 벌어지면서 위기가 찾아왔지만, 야스퍼스는 막판에 세 차례 몰아치기로 따라붙어 끝내 역전했다.

이미 한 경기를 치러 승리를 거둔 타이홍찌엠과 달리 야스퍼스는 첫 경기였다.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에서 타이홍찌엠이 초구부터 하이런 12점을 치면서 야스퍼스는 최악의 상황에서 첫 발걸음을 떼었다. 3이닝까지 야스퍼스는 3-4-2 연속타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6이닝부터 3-2-1 연속득점을 올려 8이닝까지 야스퍼스는 15점을 득점했다.

야스퍼스는 첫 경기에서 만난 타이홍찌엠(베트남)에게 한때 점수가 13점까지 벌어져 쉽지 않은 승부가 이어졌다. 
야스퍼스는 첫 경기에서 만난 타이홍찌엠(베트남)에게 한때 점수가 13점까지 벌어져 쉽지 않은 승부가 이어졌다. 
야스퍼스를 상대로 이변을 연출할 뻔했던 타이홍찌엠.
야스퍼스를 상대로 이변을 연출할 뻔했던 타이홍찌엠.

그런데 타이홍찌엠이 초구 12점타 후 8차례 공격에서 계속 단타를 쏟아부으면서 15:26으로 점수가 벌어졌고, 12이닝에는 16:29로 무려 13점이나 차이가 났다. 5점타 한 방씩을 주고받아 17이닝 야스퍼스의 공격 전까지 점수는 23:35.

여전히 먼 거리에서 추격하는 야스퍼스와 단 5점밖에 남지 않은 타이홍찌엠의 승부는 끝나는 분위기였는데, 야스퍼스는 막판에 세 차례 공격에서 추격에 성공하며 극적으로 점수를 뒤집었다. 야스퍼스는 17이닝 4득점으로 포문을 연 뒤 18이닝에 6점을 쳐 순식간에 33:35로 추격에 성공했다.

다음 두 번의 공격이 실패하면서 점수는 33:37로 다시 벌어졌지만, 야스퍼스는 21이닝 후구 타석에서 1시간 30분 동안의 열세를 한 방에 뒤집는 끝내기 7점타 한 방에 쓸어 담고 결국 40:37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귀한 1승을 챙겼다.

야스퍼스를 첫 경기부터 쩔쩔매게 한 타이홍찌엠은 '3쿠션 세계챔피언' 바오프엉빈(세계 3위)과 '세계랭킹 2위' 쩐뀌엣찌엔 등 2명을 제외하면 베트남 선수 중 가장 순위가 높은 선수다. 지난해 포르투 당구월드컵에서 바오프엉빈과 마틴 호른(독일) 등을 꺾고 4강에 오르며 이변을 연출했다.

야스퍼스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16강전에서 에디 멕스(벨기에)에게 1점 차의 분패를 당해 탈락했다.
야스퍼스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16강전에서 에디 멕스(벨기에)에게 1점 차의 분패를 당해 탈락했다.
야스퍼스와 26일 오후 4시(한국시간)에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르는 투르가이 오라크(튀르키예).
야스퍼스와 26일 오후 4시(한국시간)에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르는 투르가이 오라크(튀르키예).

다음 베겔 당구월드컵에서도 8강까지 올라가며 활약을 이어간 타이홍찌엠은 올해 32강에서 연속 탈락했다가 최근 열린 두 차례 당구월드컵에서 모두 16강에 진출하며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세계선수권에는 지난 2022년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한 차례 출전한 바 있다. 타이홍찌엠은 당시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해 16강까지 진출하며 활약했고,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는 4강에 진출하며 베트남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이날 앞서 열린 경기에서 투르가이 오라크(튀르키예)를 16이닝 만에 40:27로 꺾어 애버리지 2.5를 기록한 타이홍찌엠은 1승 1패(2.081)로 조별리를 마치면서 현재까지는 2위로 16강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B조 마지막 경기 야스퍼스 대 오라크의 경기 결과에 따라 야스퍼스와 타이홍찌엠의 순위가 결정된다. 야스퍼스는 지난 2021년 세계선수권을 우승한 뒤 2022년에는 준결승에서 탈락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16강에서 에디 멕스(벨기에)에게 1점 차의 분패를 당했다.

야스퍼스는 첫 경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으면서 본선 진출도 청신호를 켰다. 다음 경기에서 오라크를 꺾으면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하고, 만약 오라크가 야스퍼스를 이길 경우에는 세 선수 모두 1승 1패 동률이 돼 애버리지가 높은 타이홍찌엠이 가장 유리하다.

다음 경기에서 야스퍼스는 큰 점수 차로 패하지만 않으면 2위로 본선(32강)에 진출할 수 있다. 야스퍼스 대 오라크의 B조 최종전은 26일 오후 4시에 시작된다.


(사진=SOO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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