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당구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의 독주가 시작됐다. 김가영이 시즌 2승과 함께 '당구황제'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을 넘어 프로당구 통산 첫 9승을 달성했다.
올해 3월 제주도에서 열린 시즌 왕중왕전 'SK렌터카 제주 LPBA 챔피언십'에서 김보미(하나카드)를 꺾고 LPBA 여왕의 자리를 차지한 김가영은 이번 2024-25시즌 시작과 동시에 두 대회에서 연속 64강 첫판에 탈락하며 부침을 겪었으나 지난 8월 3차 투어 '에스와 바자르 하노이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3차 투어 우승과 더불어 LPBA 투어 단독 통산 8승을 거두며 첫 해외 투어 우승과 LPBA 투어 첫 통산 8승을 달성한 김가영은 9월 추석 명절에 열린 4차 투어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2024 한가위'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당구 PBA-LPBA 투어 첫 통산 9승을 달성했다.
결승에서 도전자 한지은에게 세트스코어 2-1로 앞서던 김가영은 5세트 한지은의 끝내기 5점타에 세트스코어 2-3으로 밀리며 한 차례 챔피언십포인트 기회를 한지은에게 먼저 내줬으나 한지은이 첫 결승 무대에서 챔피언십포인트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득점에 실패하자 11:10으로 역전승을 거두고 세트스코어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마지막 7세트에서도 김가영은 3:7로 한지은에게 밀렸으나 노련하게 점수 차를 줄이며 7:7 동점에 성공, 끝내 9:7로 승리하며 또 한 번 극적인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결승전 직후 "진짜 얼떨떨한데, 너무 좋다"고 우승 소감을 전한 김가영은 "결승전 초반 탐색전을 할 때부터 이미 서로의 컨디션이 너무 좋다는 걸 느꼈다"며 쉽지 않았던 결승전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우승 축하한다. 기분이 어떤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몽롱한데 기분은 아주 좋다. 진짜 우승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
한지은과의 결승전이 초박빙이었다. 예상했나?
초반에 사실 탐색전을 할 때 이미 알아버렸다. 서로의 컨디션이 좋다는 걸. 이번 대회 동안 한지은과 내가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결승전 뚜껑을 열어봤더니 서로가 느끼기에 아주 위험했다.
그러다 보니 3세트부터는 서로 불편해졌다. 만약 우리가 좀 더 수준이 높았더라면 더 재미있는 경기를 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서로가 서로의 컨디션을 잘 알다 보니 좀 졸았던 것 같다. 그래서 후반으로 갈수록 더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해서 아쉽다.
승부처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상대 선수를 압도할 수 있는 김가영만의 비결이 있는 것 같다. 이것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인가? 아니면 타고난 성격? 아니면 연습량인가?
경험, 타고난 기질, 연습량 다 복합적인 것 같다. 그중 하나라도 없다면, 어렵다. 기술적인 것은 당연하고, 경험은 불과 2, 3년 전만 해도 우승을 해도 속상한 경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경험부족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경험과 테크닉, 멘탈적인 것까지 복합적으로 갖춰져야 중요한 순간에 흔들리지 않는다.
물론 이번 결승전에도 흔들린 순간이 있었다. 그래도 한지은 선수는 이번이 첫 번째 결승전이고 첫 타이틀이다 보니 나보다 조금 더 흔들리지 않았을까 싶다.
PBA-LPBA 프로당구를 통틀어 통산 9승이라는 첫 획을 그었다. 소감이 어떤가?
몇 번의 우승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예전에 포켓볼을 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우승 횟수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내가 만족할 만한 경기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도 남이 안 쓴 기록을 세우는 건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긴 하다.
총상금에서도 LPBA 투어 처음으로 4억이 넘었다.
통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면 더 크게 실감이 났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크게 와닿지 않는다.
한가위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가족들과 지인들이 응원을 많이 와준 것 같던데.
3쿠션을 치면서 가장 좋은 건 한국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켓볼을 칠 때는 거의 해외에서 대회를 하다 보니 명절을 가족과 보낼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 가족이 대회장에서 공감대를 갖고 즐길 수 있는 게 특별하고 기분 좋다.
갈수록 샷이 더 정교해지는 것 같은데, 어떤 연습을 하고 있나?
지금은 단순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3쿠션 샷에 대한 스펙트럼 자체를 넓히는 작업을 했는데, 점점 복잡해지다 보니 이제는 추릴 건 추리고 단순화하고 있다. 샷을 정리하려면 그만큼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제 경기 수가 늘어나다 보니 추려지는 것 같다.
이번 추석 한가위 당구대전 결승전에 역대급 구름 관중이 몰렸다. 대회 중에 실감할 만한 포인트가 있었나?
사실 시합에 들어가면 주위 환경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때로는 관준의 응원이 힘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나쁜 영향일 미치기도 하기 때문에 되도록 신경 안 쓰려고 훈련해 왔다. 그래도 대회 시작 전부터 그 기운은 충분히 받았다.
이번 우승을 하기까지 가장 고마운 사람은 누구인가?
우리 팀 무라트 나지 초클루에게 꼭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하노이 때도 그렇고 같이 연습을 많이 해줬다. 특히 준결승전 때 내 경기를 본 초클루를 붙잡고 내 문제점이 뭔지 얘기 좀 해달라고 요청했고, 흔쾌히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도와줬다.
너무 많은 우승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동기부여로 선수로서 전념할 생각인가?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지칠 때도 있고, 사실 3쿠션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3쿠션을 선도한다는 생각을 못 했다. 뭔가 쫓을 대상이 없다 보니 뭘 보고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남자 선수들의 경기력을 쫓기도 하고, 후배 선수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을 때도 있다.
특히 후배 선수들이 김가영 선수를 보고 연습하고 있다, 어떻게 연습해야 하나 물을 때면 창피하지 않은 선배가 되려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이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이번에도 한지은 선수가 작년과 올해가 전혀 다를 정도로 많이 늘었다.
베트남 하노이 오픈 때도 결승전 후에 한지은과 용현지에게 거의 1시간을 붙잡혀 있었다. 진짜 궁금한 것도 무척 많고, 나한테도 이러는데 다른 데 가서는 또 얼마나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을까, 나도 노력을 계속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기부여가 또 됐다.
(사진=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