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팀선수권 우승, 당구월드컵 2회 우승, 3회 연속 결승 진출, 세계랭킹 1위"
최근 무섭게 성장한 베트남이 3쿠션 세계무대에 내놓은 성적표다. 역대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베트남의 돌풍은 과연 이번 '3쿠션 세계선수권'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만약, 베트남 선수가 이번 세계선수권을 우승하면, 사상 최초로 아시아의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심지어 이번 대회는 베트남의 자국 대회이고, 최다 인원인 7명이나 도전하기 때문에 기록 달성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제76회 세계3쿠션선수권대회'가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 간 베트남 빈투언에서 개최된다.
베트남은 지난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최초로 결승전에 두 명의 선수가 올라가 우승을 다툰 바 있다.
당시 '3쿠션 세계챔피언'에 오른 선수는 바오프엉빈(세계랭킹 3위). 결승에서 바오프엉빈은 종전 베트남의 최강자였던 '세계랭킹 2위' 쩐뀌엣찌엔을 33이닝 만에 50:34로 제압하고, 베트남에 사상 첫 당구 종목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안겼다.
바오프엉빈은 작년 세계선수권 우승 전까지 '3쿠션 당구월드컵' 최고 성적이 16강(2회)에 불과했으니, 당시 세계선수권 우승은 글자 그대로 '깜짝 우승'이었다.
깜짝 우승이었지만, 바오프엉빈은 이후 국제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바오프엉빈의 현 세계랭킹은 무려 3위다.
세계선수권 직전까지 UMB(세계캐롬연맹) 3쿠션 세계랭킹 21위였던 바오프엉빈은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랭킹점수 120점을 받아 시드권인 11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이후 지난해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 당구월드컵 8강과 올해 앙카라 당구월드컵 준우승 등 좋은 활약을 펼치며 3위까지 올라와 세계 정상급 선수로 급성장했다.
그런데 그는 과연 언제 어디서 나타난 선수일까. 바오프엉빈이 국제무대에 등장한 것은 코로나가 끝나고 재개된 지난 2022년 '호찌민 3쿠션 당구월드컵'이었다.
당시 예선 2라운드(PPQ)에서 한국의 박수영(강원)과 이범열(시흥체육회)에게 져 2패로 탈락했던 바오프엉빈은 3개월 후 서울에서 개최된 당구월드컵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두각을 나타내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서울 당구월드컵 첫 경기부터 한국의 소재권을 상대로 9이닝 만에 30:14로 승리해 애버리지 3.333을 기록했고, 조 1위와 종합순위 2위로 3라운드(PQ)에 진출한 뒤 이번에는 하이런 14점의 대포를 앞세워 유럽 선수들을 연파하며 애버리지 2.0으로 3라운드 종합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최종예선(Q)까지 유럽의 강자 2명을 연달아 누르고 처음으로 본선 32강 조별리그에 진출한 바오프엉빈은 32강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타이푼 타슈데미르(튀르키예)와 '3쿠션 4대천왕'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을 꺾고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음 16강전에서 에디 멕스(벨기에)에게 34:50(30이닝)으로 져 탈락했지만, 바오프엉빈은 처음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12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두 차례 네덜란드와 이집트 당구월드컵에서 예선전을 치르며 경험을 쌓은 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당구월드컵 16강에 다시 한번 올라왔다.
이 대회 후 바오프엉빈은 세계랭킹 57위까지 올라섰다. 예선 3라운드(PQ)와 최종예선(Q)을 4승과 2.105(종합 2위)의 애버리지로 통과한 바오프엉빈은 32강 조별리그에서 이번에는 '세계랭킹 1위'를 독주하던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첫 경기에서는 '멕시코 복병' 하비에르 베라에게 39:40(31이닝)으로 져 출발이 좋지 않았는데, 두 번째 경기에서 만난 야스퍼스에게 2이닝에 하이런 13점까지 맞고 8:23까지 뒤지는 등 고전했지만, 막판에 연타를 쏟아내며 18이닝 만에 40:36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다음 경기에서 '클루망 손자' 피터 클루망(벨기에)에게 반대로 13점타를 쏟아부어 20이닝 만에 40:16으로 승리하며 조 1위를 차지, 야스퍼스와 자신을 이긴 베라를 탈락시키고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는 응우옌득아인찌엔에게 39이닝 만에 43:50으로 패배하며 8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얼마 후 아시아캐롬선수권에서 4강에 진출하면서 바오프엉빈은 세계랭킹이 33위까지 올라 국제무대에 등장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 정상급 선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랭킹이 오르면서 다음 호찌민 당구월드컵부터는 PQ를 거치지 않고 최종예선(Q)으로 직행했고, 한국의 정승일(서울)과 황봉주(시흥체육회)에게 1승 1무를 기록하며 조 1위를 차지해 세 번째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호찌민 당구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만난 상대는 쩐뀌엣찌엔이었다. 당구월드컵에서 처음 맞붙는 두 선수의 승부에서는 쩐뀌엣찌엔이 하이런 11점타 등 13이닝 만에 40:16, 애버리지 3.076을 기록하며 완승을 거두기도 했다.
첫 경기 패배의 충격이 컸던 바오프엉빈은 이어 디온 넬린(덴마크)과 블롬달에게 연속 패배를 당해 32강에서 탈락했고, 세계랭킹 31위로 다음 포르투 당구월드컵에 재도전해 통산 네 번째 본선행과 세 번째 16강 진출을 달성하며 21위까지 랭킹을 올렸다.
포르투 당구월드컵 32강 조별리그에서는 당시 '세계랭킹 2위'였던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를 15이닝 만에 40:25로 제압하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번에도 16강이 고비였는데, 조별리그에서 한 차례 패했던 같은 나라 타이홍찌엠에게 28이닝 만에 48:50으로 아깝게 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바오프엉빈은 이때까지 당구월드컵에서 만난 베트남 선수를 상대로 5전 5패를 기록했다.
다음 대회가 세계선수권이었고, 바오프엉빈은 48명 중 39번째 순번으로 쩐뀌엣찌엔과 함께 처음 출전하게 됐다.
48명 중 32명이 통과하는 Q라운드에서 바오프엉빈은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그리스)와 라도반 자예크(체코) 등을 가볍게 꺾고 세계선수권 본선을 밟았다.
그리고 토너먼트로 치러진 32강전에서 한국의 안지훈(대전)을 32이닝 만에 50:31로 제압한 뒤 16강에서 그웬달 마레샬(프랑스)을 24이닝 만에 50:45, 8강에서는 미국의 페드로 피에드라부에나에게 34이닝 만에 50:49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바오프엉빈이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한국의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였다.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는데, 29이닝 만에 50:48로 바오프엉빈이 승리하며 결승행 돌풍을 일으켰다.
결승에서는 준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타슈데미르를 32이닝 만에 50:47로 꺾고 올라온 쩐뀌엣찌엔과 대결, 앞서 호찌민 당구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완패했던 쩐뀌엣찌엔에게 설욕에 성공하며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선수권 이후 '3쿠션 세계챔피언' 타이틀이 붙은 바오프엉빈은 최종예선을 통과하고 다음 베겔 당구월드컵 32강에서 만난 첫 상대가 허정한(경남)이었는데, 16이닝 만에 24:40으로 패하면서 1승 2패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세계선수권 우승과 4회 연속 당구월드컵 본선에 오르며 톱랭커의 반열에 올라선 그는 시드를 받아 이후 열린 모든 당구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서울 당구월드컵 32강에서 탈락했지만, 12월에 샤름 엘 셰이크에서 8강에 진출해 자신의 당구월드컵 최고 성적을 갈아치웠다.
세계선수권 우승과 함께 세계랭킹 8위에 올라 데뷔 두 시즌 만에 커리어하이를 찍은 바오프엉빈은 올해 보고타와 호찌민 당구월드컵에서 2회 연속 32강 탈락하며 시작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샤름 엘 셰이크 8강전에서 22:50(23이닝)으로 패했던 한국의 김준태(경북체육회)에게는 보고타 조별리그에서 재대결해 연속으로 15이닝 만에 40:16으로 졌다.
바오프엉빈은 이후 국가대항전인 '세계3쿠션팀선수권'에서 쩐뀌엣찌엔과 함께 사상 첫 우승을 합작, 마침내 베트남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베트남은 보고타 당구월드컵에서 쩐뀌엣찌엔의 우승과 팀선수권 우승, 그리고 호찌민 당구월드컵은 무명의 쩐득민이 우승을 차지하며 UMB 시리즈를 3회 연속 독식했다.
특히, 쩐뀌엣찌엔은 200번째 당구월드컵인 의미 깊은 보고타 대회를 우승했고, 이후 베트남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음 앙카라 당구월드컵에서는 바오프엉빈이 앞서 두 번 패했던 멕스에게 19이닝 만에 40:35로 승리하며 조 1위를 차지한 뒤 당구월드컵 첫 결승에 진출하며, 베트남은 올해 열린 4번의 세계대회를 모두 결승에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결승에서는 바오프엉빈이 두 번째 대결한 허정한에게 26이닝 만에 31:50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쳐 베트남의 독식은 마감됐다.
바오프엉빈은 앙카라 당구월드컵 준우승으로 처음 세계랭킹 4위에 진입하며, '톱5' 반열에 올라섰다.
이어 포르투 당구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1무 2패로 부진했지만, 종전 1위였던 김준태가 4위로 내려오면서 3위 자리를 꿰찼다.
이후 야스퍼스와 쩐뀌엣찌엔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톱시드를 받아 조별리그 A조에 출전하게 됐다.
이번 세계선수권 조별리그에서 바오프엉빈의 상대는 나세르 아와드(요르단), 미야시타 타카오(일본).
그동안 다소 약세를 보였던 한국과 유럽, 남미 등을 피했기 때문에 16강행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쩐뀌엣찌엔은 C조에서 다니엘 모랄레스(콜롬비아)와 코스탄티누스 코크코리스(그리스) 등과 대결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총력전에 나설 전망이다.
베트남은 두 선수 외에 B조에 타이홍찌엠, F조 쩐득민, N조 쩐딴룩, 레타인티엔, P조 응우옌반타이 등 7명이나 이번 세계선수권 문을 두드린다.
개최국 시드 2장을 받아 한국(5명)과 튀르키예(4명)보다도 많은 선수가 출전하게 된 만큼 홈의 이점을 살린 베트남이 또 한 번 돌풍을 몰고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세계선수권 전 경기는 SOOP을 통해 전 세계 생중계되며, 아프리카TV 당구 페이지에서 대회 결과와 일정, 하이라이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김도하 편집장
(사진=SOOP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