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베트남에서 부활한 이충복(하이원리조트)이 이 기세를 국내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이충복은 프로당구 PBA 첫 해외 투어인 '하노이 오픈'에서 PBA 데뷔 후 투어 첫 승을 거두고 마침내 '부진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무려 11번의 패배 끝에 얻은 값진 승리였다.
지난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프로당구 PBA의 첫 해외 투어인 '2024 PBA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에 출전한 이충복은 128강에서 한동우를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PBA 투어 첫 승을 거둔 후 64강에서 '베트남 강호' 응오딘나이(SK렌터카)를 3-1, 32강에서 '주니어 세계챔피언 출신' 김태관을 3-0, 16강에서 'PBA 챔피언' 조건휘(SK렌터카)를 3-2로 꺾고 8강까지 직행했다.
비록 8강에서 이 대회 우승자이자 데뷔 동기인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에스와이)에게 0-3으로 패했으나 일단 PBA 투어에서 연속으로 승리를 거두며 어느 정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이충복의 베트남에서의 활약을 지켜본 팬들은 "베트남에서 이충복의 기운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이충복은 "기운이요? 당구 치는 데 무슨 기운이요? 멘탈과 실력이 돼야 당구를 잘 치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멘탈과 실력에 특별한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이충복은 "큰 변화는 없었다"며 "예전에 잘 쳤을 때의 모습이나 그때 내가 어땠는지도 생각해 보고, 프로 당구선수로서 당구를 잘 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건 뭐가 있을지 많은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충복이 지난 데뷔 시즌 동안 '1라운드 탈락'이라는 악몽을 견뎌내며 깨달은 프로 당구선수로서의 준비는 3가지다.
"프로 당구선수로서 체력적인 것, 정신적인 것, 기술적인 것 3가지가 반드시 준비되어야 한다. 체력적인 것은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내 몸을 만드는 것이고, 정신적인 것은 시합할 때 집중할 수 있도록 평상시에 멘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 기술적인 것은 당연히 연습이다."
특히 그는 "사실 PBA로 이적하면서 큰 변화가 없을 줄 알았는데 너무 큰 변화였다. 대회 내에서의 변화는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경기 외의 주위 환경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의 선전도 이 부분과 연관이 없지 않다.
"베트남에서 대회를 하다 보니 경기 외에 다른 것은 신경 쓸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당구 외에도 대회 중에 신경 쓸 것들이 너무 많다. 여기서는 당구만 신경 쓰면 되니까, 경기가 잘 될지 안 될지는 모르는 거지만, 마음은 너무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또 "이동하지 않고 호텔에만 머물면서 경기에 집중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원래 당구 월드컵을 나갈 때도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시합보다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하는 시합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고 이번 베트남에서의 선전 이유를 되짚기도 했다.
이충복이 어려운 순간을 겪는 동안 주위의 사람들도 이충복이 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충복은 어땠을까?
"나도 당연히 부진에 대한 마음의 짐이 있었다. 당구를 치려고 당구대 앞에 서면 공황장애가 올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누군데, 내 실력에 왜?' 이런 생각은 안 한다. 평생 당구선수로 챔피언도 됐다가 또 랭킹이 떨어지면 다시 정상에 올라가기 위한 노력을 반복해 왔다. 여전히 그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전에 어떤 성적을 냈고, 스스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수가 없다. 끝이 없는 스포츠를 하면서 완벽하지 않은 스포츠 세상에서 완벽한 선수가 어디 있나.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계속할 뿐이다."
'하노이 오픈'에서 이충복은 또 깨달은 게 있다.
"조건휘와의 16강에서는 둘 다 실수를 진짜 많이 했다. 박빙이다 보니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운이 많이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경기를 끝내고 '운까지도 커버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대에게 운이 따를 때, 그걸 담담히 넘기고 내 실력으로 그 운까지도 커버해야 된다."
PBA 투어 첫 8강 진출에 성공한 이충복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목표는 항상 우승이다. 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은 연습량도 많이 늘었다. 우승을 위한 3가지 목표, 내 몸만들기, 스트레스 안 받고 멘탈 좋아지기, 틈나는 대로 당구 연습해서 실력 쌓기. 이 세 가지가 앞으로 꾸준히 이뤄야 할 목표가 될 것 같다. 항상 당구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한편, 프로당구협회는 다시 한국으로 장소를 옮겨 오는 12일부터 18일까지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PBA 4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2024 한가위'를 개최한다.
(사진=하노이/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