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준우승을 차지한 엄상필과 이번 대회 타이틀스폰서인 에스와이의 홍성균 부회장. 사진=하노이/이용휘 기자
두 번째 준우승을 차지한 엄상필과 이번 대회 타이틀스폰서인 에스와이의 홍성균 부회장. 사진=하노이/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하노이/김민영 기자] "베트남이 저랑 잘 맞나봐요. 산체스한테 다음에 또 결승에서 만나면, 그때는 그 트로피 내 꺼라고 말해뒀어요."

프로당구 PBA 첫 해외 투어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엄상필(우리금융캐피탈)이 두 번째 PBA 투어 준우승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26일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호텔 특설경기장에서 '2024 PBA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 결승에서 '3쿠션 사대천왕'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에스와이)와 만난 엄상필은 베트남에서 PBA 첫 우승 트로피를 노렸지만 세트스코어 2-4로 패하고 또 한 번 준우승에 그쳤다.

PBA 투어 출범 원년 2019-20시즌 5차 투어 때 첫 결승에 올라 한 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던 엄상필은 이번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에서 두 번째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엄상필은 이번 대회 32강에서 '베트남 강호' 응우옌꾸옥응우옌(하나카드)을 풀세트 접전 끝에 꺾고 16강에 올라 조재호(NH농협카드)와 최성원(휴온스) 등 PBA 실력자들을 줄줄이 물리쳤다.

또한, 준결승에서는 기세 좋던 '우리원위비스' 동료 강민구(우리금융캐피탈)까지 보란 듯이 제압하고 결승에 올라 PBA 첫 우승에 도전했다.

다니엘 산체스와 첫 우승 트로피를 놓고 승부를 겨루고 있는 엄상필.
다니엘 산체스와 첫 우승 트로피를 놓고 승부를 겨루고 있는 엄상필.

결승에서 1세트를 단 2이닝 만에 2:15로 빼앗긴 엄상필은 2세트와 3세트도 각각 3:15(5이닝), 6:15(6이닝)로 패하며 속수무책으로 산체스에게 끌려갔다.

하지만 4세트를 6이닝 만에 15:13으로 아슬아슬하게 손에 넣은 엄상필은 5세트 1이닝에 뱅크샷 4개를 연달아 성공시키고 9:0으로 리드. 결국 15:2로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3-2로 산체스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산체스가 연속된 뱅크샷 공격에 잠시 주춤한 사이 엄상필은 6세트 4이닝까지 6:3으로 앞섰으나 5이닝에 산체스의 하이런 7점이 터지며 끝내 6:15로 패하고 말았다. 세트스코어 4-2.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엄상필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엄상필

대회가 끝난 직후 오랜만에 기자회견석에 앉은 엄상필은 "결승전이 너무 금방 끝나서 아쉽지만, 베트남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베트남과 잘 맞는 것 같다"며 "내년 베트남 대회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또한, "너무 오랜만에 결승전 무대에 서니 선수 소개 후 자리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울컥한 감정이 들었다. 그런 순간에 산체스가 초반부터 몰아치기 시작했다. 처음 준우승을 했을 때보다 오늘 더 큰 감흥이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상필은 "처음 결승에 갔을 때는 운도 많이 작용했고, 프로당구 초반이라 얼떨떨했는데, 지금은 산체스를 비롯해 조재호, 강동궁, 최성원 등 강자들이 너무 많다. 특히 이번 대회는 조재호, 최성원에 이어 팀 동료인 강민구까지 이기고 결승에 올라왔기 때문에 첫 결승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는다"고 준우승의 아쉬움을 전했다.

트로피를 들고 나란히 시상식에 선 다니엘 산체스와 엄상필.
트로피를 들고 나란히 시상식에 선 다니엘 산체스와 엄상필.

사실 기회가 없지도 않았다. 4세트를 잡은 후 5세트에서는 1이닝에 9점을 치면서 무섭게 산체스를 압박했다.

"초반에 영점이 잘 안 맞았다. 1세트와 3세트에는 초구를 놓쳤는데, 5세트 초구에 하이런 9점을 치면서 만약 6세트를 이기고 7세트까지 가면 내가 초구를 잡기 때문에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6세트 6:3인 상황에 뒤돌려치기를 쳤는데, 힘이 좀 많이 들어갔다. 쉬운 공을 처리하지 못해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간 게 가장 아쉽다."

시상식에서 산체스와 나란히 선 엄상필은 산체스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번에는 네가 첫 우승을 했지만, 다음에 또 만나면 그때는 그 트로피 내 꺼야'라고 말했더니 산체스가 '오케이'라고 하더라."

이로써 엄상필의 두 번째 결승은 또 한 번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그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진=하노이/이용휘 기자)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