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프로당구 최강자'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왼쪽)과 '현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 쩐뀌엣찌엔(베트남)이 '2024 포르투 3쿠션 당구월드컵' 32강 조별리그에서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사진=SOOP 제공  
'구 프로당구 최강자'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왼쪽)과 '현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 쩐뀌엣찌엔(베트남)이 '2024 포르투 3쿠션 당구월드컵' 32강 조별리그에서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사진=SOOP 제공  

[빌리어즈앤스포츠=김도하 기자] '구 프로당구 최강자'와 '아마추어 현 세계랭킹 1위'가 벌인 세기의 맞대결에서 '아마 1위'가 승리했다.

'UMB(세계캐롬연맹) 세계랭킹 1위' 쩐뀌엣찌엔(베트남)은 아마추어로 복귀한 '당구 황제'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세계랭킹 100위)과 6년 만에 벌인 리벤지매치에서 승리하며 조 1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지난 11일 밤 10시(이하 한국시간)에 포르투갈에서 개최된 '포르투 3쿠션 당구월드컵' 32강 조별리그전에서 쩐뀌엣찌엔이 쿠드롱에게 18이닝 만에 40:38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결은 한국의 프로당구(PBA) 투어에서 다승, 상금 등 각종 기록을 쏟아내며 명실상부한 '랭킹 1위'를 달리다가 다시 아마추어로 돌아간 쿠드롱과 전통 3쿠션 방식으로 치러지는 UMB 무대에서 정상에 올라선 쩐뀌엣찌엔이 펼치는 자존심이 걸린 승부였다.

과거 두 선수는 지난 2018년에 베트남에서 열린 '호찌민 3쿠션 당구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대결해 쿠드롱이 26이닝 만에 40:39로 쩐뀌엣찌엔을 꺾고 승리를 거둔 바 있다.

PBA 투어가 출범하기 이전이었던 당시에 쿠드롱은 UMB에서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쩐뀌엣찌엔은 18위에 올라 있었다.

이후 2019년 6월에 한국에서 PBA 투어가 출범하면서 프로당구로 이적한 쿠드롱은 5시즌 동안 상금 10억원과 통산 8승을 거둔 뒤 지난 시즌에 소속 팀이었던 웰컴저축은행 웰뱅 피닉스와 계약 불발로 PBA 투어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 지난 5월에 열린 호찌민 당구월드컵에서 UMB로 복귀해 이번 대회까지 세 차례 대회에 나오고 있다.

쿠드롱은 프로당구(PBA) 투어에서 통산 8승과 상금 10억원을 획득한 뒤 아마추어 무대로 다시 돌아갔다.
쿠드롱은 프로당구(PBA) 투어에서 통산 8승과 상금 10억원을 획득한 뒤 아마추어 무대로 다시 돌아갔다.

2018년 대결에서는 쩐뀌엣찌엔이 '세계 1위' 쿠드롱에게 도전하는 경기였는데, 쿠드롱을 상대로 명승부를 펼치며 활약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 선수의 위치가 달라져 복귀한 쿠드롱이 '세계 1위'로 올라선 쩐뀌엣찌엔에 도전하는 경기였다.

쿠드롱은 프로당구로 외도하면서 5년간의 공백이 생겨 새로운 대회 방식과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반면에 쩐뀌엣찌엔은 지난달에 베트남 선수로는 최초로 당구 종목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또한, 지난해 '포르투 당구월드컵'과 올해 '보고타 당구월드컵'에서 두 차례 우승하며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현 3쿠션 세계 최강자 간의 맞대결인 이번 승부는 초반부터 아주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다. 1시간 15분 동안 난타전이 벌어지며, 승리한 쩐뀌엣찌엔이 애버리지 2.222와 하이런 11점, 쿠드롱은 2.111과 7점을 기록했다.

쩐뀌엣찌엔은 지난해 '포르투 당구월드컵'과 올해 '보고타 당구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지난달에 베트남 선수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쩐뀌엣찌엔은 지난해 '포르투 당구월드컵'과 올해 '보고타 당구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지난달에 베트남 선수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초구를 잡은 쿠드롱이 1-1-3 연속타를 올려 0:5로 출발한 뒤 세 타석 동안 침묵하던 쩐뀌엣찌엔이 3이닝 5득점과 4이닝에 1점을 더해 6:5로 역전했다.

5이닝에는 쿠드롱의 하이런 7점타가 나오면서 다시 6:12로 전세가 뒤집혔고, 7이닝에는 쩐뀌엣찌엔이 6점타로 만회해 12:12 동점을 만들었다.

박빙의 승부에서 먼저 포문을 연 선수는 쿠드롱. 10이닝 공격부터 두 선수는 매 타석 점수를 이어가며 난타전을 벌였는데, 쿠드롱의 화력이 더 우세하면서 쩐뀌엣찌엔은 24:37(16이닝)까지 크게 뒤졌다.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울어질 무렵 쩐뀌엣찌엔의 한 방이 완전히 전세를 뒤집었다. 쩐뀌엣찌엔이 16이닝 후구에서 하이런 11점타를 터트려 35:37까지 쫓아간 것.

전 타석에서 2점을 득점해 37점에 도달한 쿠드롱이 3점째 시도한 길게 비껴치기가 아깝게 빗나가면서 쩐귀엣찌엔에게 원뱅크 넣어치기가 돌아간 것이 화근이 됐다.

쩐뀌엣찌엔은 원뱅크 샷 득점 후 옆돌리기와 대회전, 뒤돌리기 등으로 그림 같이 포지셔닝을 하며 장타를 이어갔다.

11점째는 정교한 두께로 제1적구를 공략해 앞돌리기 대회전을 뽑아내며 득점에 성공했고, 12점째 다시 먼 거리에 있는 1적구를 정확하게 강타해 뒤돌리기를 시도했으나 마지막 3쿠션을 돌아 2적구로 향하던 수구와 1적구가 충돌하면서 아쉽게 동점타는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어 쿠드롱이 17이닝 선구에서 1점을 더 달아난 뒤 시도한 길게 비껴치기가 2적구를 간발의 차로 돌아나가 아깝게 득점되지 않으면서 쩐뀌엣찌엔의 대역전 드라마가 완성됐다.

쩐뀌엣찌엔은 24:37에서 하이런 11점타를 터트려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쩐뀌엣찌엔은 24:37에서 하이런 11점타를 터트려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17이닝 후구에 나온 쩐뀌엣찌엔은 안정적으로 포지셔닝을 이어가며 4득점에 올려 39:38로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쩐뀌엣찌엔이 매치포인트를 남겨두고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범해 쿠드롱의 18이닝 타석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쿠드롱은 재역전을 시킬 수 있었던 이 공격에서 그동안 PBA 투어에서 2점짜리로 숱하게 성공시켰던 원뱅크 넣어치기를 시도했으나, 1적구가 쿠션과 다소 멀리 있었던 탓에 정확한 두께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아쉽게 득점에 실패했다.

이어 18이닝 후구에 쩐뀌엣찌엔이 옆돌리기로 매치포인트를 득점하면서 결국 40:38로 쩐뀌엣찌엔이 역전승을 거뒀다.

이 경기에 앞서 쿠드롱은 루이 마누엘 코스타(포르투갈·34위)를 22이닝 만에 40:23으로 꺾었다.

쩐뀌엣찌엔에게 져 1승 1패가 된 후 '남미 복병' 하비에르 베라(멕시코·50위)와 다시 한번 난타전을 벌이며 힘겹게 승부를 이어간 끝에 19이닝 만에 40:38로 신승을 거두고 2승 1패로 B조 2위에 올라 16강에 진출했다.

쩐뀌엣찌엔은 첫 경기에서 베라에게 35이닝 만에 40:21로 승리했고, 쿠드롱을 꺾은 다음 코스타를 24이닝 만에 40:21로 제압하며 3승으로 B조 1위를 차지했다.

쩐뀌엣찌엔은 16강전에서 C조 2위로 올라온 '전 세계 1위'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와 8강행을 다툰다.
쩐뀌엣찌엔은 16강전에서 C조 2위로 올라온 '전 세계 1위'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와 8강행을 다툰다.

12일 오후 8시에 시작하는 16강전에서 쩐뀌엣찌엔은 '전 세계 1위'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6위)와 8강행을 다툰다.

조명우는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를 거두며 허정한(경남·12위)에 이어 C조 2위로 16강에 올라왔다.

쿠드롱은 이날 밤 10시 30분에 '벨기에 동료' 에디 멕스(9위)와 16강에서 맞붙는다. 멕스는 E조에서 2승 1무를 거두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두 선수는 16강전을 이길 경우 쩐뀌엣찌엔은 '허정한-타이홍찌엠' 경기 승자와 8강에서 맞붙고, 쿠드롱은 '마르코 자네티-응우옌쩐타인뚜'의 16강전 승자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이번 대회 8강전은 13일 새벽 1시 30분과 3시 30분에 열리고, 준결승전은 13일 오후 7시 30분과 10시, 결승전은 14일 자정에 치러질 예정이다.

(사진=SOO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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