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고양/김민영 기자] "살 뺀 헐크, 파워가 예전같지 않아. 다시 살찌웠다."
'부활한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의 프로당구 투어 2회 연속 우승의 꿈이 '스페인 최강'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에게 막혀 물거품이 됐다.
8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차 투어 '하나카드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강동궁은 마르티네스를 세트스코어 2-0으로 리드했으나 이후 네 세트를 연속으로 패하며 2-4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결승전 직후 강동궁은 "시작은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힘들어져서 이렇게 좀 아쉽게 됐다. 2연승은 못 했지만, 시즌 출발이 괜찮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또한, "준결승전 후에 쉬는 시간이 별로 없었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고 초전 박살 내겠다는 각오로 결승에 임했는데, 체력적으로 조금 힘에 부쳤다. 마르티네스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열심히 쳤다. 체력적인 부분을 더 보완해서 다음 대회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시즌 1차 투어 우승에 이어 2차 투어에 연속으로 결승에 진출한 것에 대해 "결정적인 순간에 이기다 보니 자신감이 더 생겼다. 작년에 살을 많이 빼다.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성적이 안 나와서 살을 다시 찌웠다. 확실히 헐크는 몸을 좀 불려야 상대 선수도 부담을 좀 갖는 것 같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음은 강동궁의 준우승 기자회견 전문이다.
다비드 마르티네스와의 결승전 소감이 궁금하다.
시작은 좋았는데, 갑자기 너무 힘들어져서 좀 (결과가) 아쉽게 됐다. 그래도 시즌 출발이 괜찮은 것 같아서 비록 우승은 못 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기분이 좋다.
1차 투어 우승부터 이번 준결승전까지 2개 투어 동안 13연승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들어 최고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마지막 세트나 결정적인 순간에 이기다 보니 자신감이 붙어서 성적이 잘 나온 것 같다. 지지난 시즌이나 지난 시즌을 보면 좀 긴박한 순간이나 힘든 순간이 오면 많이 무너졌는데, 이번 시즌에는 긴박한 순간에도 집중이 잘 돼서 그런 것 같다.
체력 운동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작년에 조금 부침이 있어서 잘 하지 않던 운동도 조금씩 하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했다. 작년에 살을 많이 빼서 그런지, 꼭 그것 때문은 아닌 것 같지만 성적이 잘 안 나와서 살을 다시 좀 찌웠다. 예전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왔는데, 확실히 나는 살을 좀 찌워야 상대 선수들이 조금 부담을 갖는 것 같고, 앞으로 살을 빼면 안 될 것 같다.
준결승전에서 풀세트 경기를 하고 몇 시간 쉬지 못하고 결승전을 치렀다. 그 부분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쉬는 시간이 적어서 졌다는 건 핑계인 것 같지만, 준결승에서 워낙 치열한 경기를 하다 보니 힘들긴 했다. 밥 먹고 바로 다시 대회장으로 와서 결승에 들어가야 해서 속으로 초전 박살을 내서 빨리 끝내자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힘에 부치는 걸 느꼈다.
또 마르티네스 선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공을 진짜 열심히 치더라. 실력적으로도 내가 졌고, 체력적으로도 졌다. 다음 시합 때는 체력적인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시즌 '헐크' 강동궁이 100% 돌아왔다고 봐도 되겠나?
당구는 항상 자신 있는데, PBA는 어느 누구하고 쳐도 항상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일단 두 대회의 결과가 좋게 나오기는 했는데, 모든 선수들이 너무 잘 치기 때문에 항상 긴장과 집중을 잃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의 결정적인 패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체력적인 열세인가?
2세트까지는 컨디션이 좋았다. 3세트에서 판가름이 날 것 같다는 생각에 3세트도 되게 열심히 쳤는데, 상대 선수도 디펜스도 많이 하고 물고 늘어지고, 나도 그렇게 하면서 서로 왔다 갔다 하다가 마지막에 마르티네스가 집중을 더 잘해서 3세트를 이기는 바람에 힘이 많이 빠졌다.
아마 3-0이 됐더라면 아무리 체력이 떨어졌어도 기분에서 앞설 수 있었는데, 3세트가 큰 분수령이었던 것 같다.
3차 투어 전에 PBA 팀리그가 시작된다. SK렌터카 주장으로서 이번 PBA 팀리그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우리 SK렌터카 팀은 선수가 바뀌지 않았다. 오래 서로 합을 맞춰왔기 때문에 팀워크가 탄탄하다. 일단 기본은 할 것으로 생각하고, 서로를 믿고 이제 다 같이 모여서 열심히 훈련을 하면서 최선을 다해 보겠다.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리그 우승이 너무 하고 싶다. 작년 성적이 너무 아쉬웠고,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팀원들과 힘을 합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회 중간에 계속 TV 광고에 나오던데, TV 광고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어떤가?
당구 선수가 그런 광고를 찍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생소하지만 큰 영광이었다. 기회를 만들어주신 우리 SK렌터카 회사에 큰 감사를 드린다. 이번에는 대사도 별로 없고 한 게 별로 없는데, 다음에 기회가 오면 대사도 좀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별명이 '헐크'인데, 헐크 퍼포먼스는 없나?
원래는 우승하면 옷 안에 헐크 복장을 하고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더워서 여름에는 쉽지 않겠더라. 혹시 기회가 된다면 팀리그나 다음 투어 우승 때 헐크 복장을 하고 세리머니를 한번 해보고 싶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