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고양/김민영 기자] "눈물이요?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결승까지 오기 정말 힘들었는데,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동안 고생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프로당구 2차 투어 '하나카드 LPBA 챔피언십' 준우승자 김다희(26)가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눈물을 쏟아냈다.
시상식이 끝난 후 빨갛게 부은 눈으로 기자들 앞에 앉은 김다희는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준우승으로 끝난 결승전은 아쉬운 것 투성이다.
"결승에서 씩씩하게 못 친 것 같아서 그게 가장 아쉬워요. 결승 내내 스스로 많이 자책한 것 같아서 그게 제일 아쉽고, 결승전을 즐기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워요."
준우승이라서 운 건 아니라는 김다희는 "훈련하면서 고생했던 게 갑자기 다 생각이 나고, 결승까지 와서 노력에 대한 보답을 받은 것 같아서 기뻐요. 또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나니까 눈물이 계속 나네요"라며 흐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 결승 진출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김다희는 지난 1차 투어 1회전 탈락을 꼽았다.
"1차 투어 때 PPQ에서 탈락을 했는데, 그 기운이 이번 대회까지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 불안함이 멘탈에 영향을 많이 끼쳐서 걱정이었는데, 옆에 계신 분들이 잘 다독여 줘서 여기까지 잘 온 것 같아요."
중학교 때까지 마라톤 선수였던 김다희는 당구에서도 타고난 운동 선수 기질을 보였다.
"당구 연습을 하면서도 잘 못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화가 많이 나고 악에 바쳐서 많이 울었어요. 다음에 다시 결승에 올라가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김상아 언니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라고 다음 결승전을 기약했다.
또한, "이번 준우승의 의미는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에요. 자꾸 성적을 못 내서 '재능이 없나?'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프로 무대에서 잘 치는 선수들과 겨뤄서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의심도 했는데, 어쨌든 결승까지 왔다는 건 스스로를 증명했다는 거라 다음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첫 준우승의 의미를 덧붙였다.
사실 김다희가 당구선수를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결승 진출이 가족들에게 큰 선물이 됐다. 오늘 경기장에도 부모님은 물론 당구를 좋아하는 작은 아빠와 작은 엄마까지 온 가족이 출동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처음에 당구가 좋다고, 당구선수를 하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했을 때는 다들 안 좋아했어요.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설득했더니 결국 심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많은 지원을 해주셨어요. 지금은 가족들이 나보다 더 당구를 챙겨보세요. 더 멋있는 딸, 더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어요."
'사자'라는 당구 스승의 별명을 따 '아기 사자'라고 불린다는 김다희는 "제2의 누군가가 아닌, 나만의 캐릭터를 가진 독보적인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프로 당구선수로서의 목표를 밝혔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