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부은 눈으로 준우승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다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빨갛게 부은 눈으로 준우승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다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고양/김민영 기자] "눈물이요?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결승까지 오기 정말 힘들었는데,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동안 고생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프로당구 2차 투어 '하나카드 LPBA 챔피언십' 준우승자 김다희(26)가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눈물을 쏟아냈다.

시상식이 끝난 후 빨갛게 부은 눈으로 기자들 앞에 앉은 김다희는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준우승으로 끝난 결승전은 아쉬운 것 투성이다.

"결승에서 씩씩하게 못 친 것 같아서 그게 가장 아쉬워요. 결승 내내 스스로 많이 자책한 것 같아서 그게 제일 아쉽고, 결승전을 즐기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워요."

김다희가 프로당구 투어 19번째 대회 만에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다희가 프로당구 투어 19번째 대회 만에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이라서 운 건 아니라는 김다희는 "훈련하면서 고생했던 게 갑자기 다 생각이 나고, 결승까지 와서 노력에 대한 보답을 받은 것 같아서 기뻐요. 또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나니까 눈물이 계속 나네요"라며 흐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 결승 진출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김다희는 지난 1차 투어 1회전 탈락을 꼽았다.

"1차 투어 때 PPQ에서 탈락을 했는데, 그 기운이 이번 대회까지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 불안함이 멘탈에 영향을 많이 끼쳐서 걱정이었는데, 옆에 계신 분들이 잘 다독여 줘서 여기까지 잘 온 것 같아요."

중학교 때까지 마라톤 선수였던 김다희는 당구에서도 타고난 운동 선수 기질을 보였다. 

"당구 연습을 하면서도 잘 못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화가 많이 나고 악에 바쳐서 많이 울었어요. 다음에 다시 결승에 올라가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김상아 언니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라고 다음 결승전을 기약했다.

김다희는 프로당구 2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김상아와 우승 트로피를 두고 최종 대결을 벌였다.
김다희는 프로당구 2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김상아와 우승 트로피를 두고 최종 대결을 벌였다.

또한, "이번 준우승의 의미는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에요. 자꾸 성적을 못 내서 '재능이 없나?'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프로 무대에서 잘 치는 선수들과 겨뤄서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의심도 했는데, 어쨌든 결승까지 왔다는 건 스스로를 증명했다는 거라 다음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첫 준우승의 의미를 덧붙였다. 

사실 김다희가 당구선수를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결승 진출이 가족들에게 큰 선물이 됐다. 오늘 경기장에도 부모님은 물론 당구를 좋아하는 작은 아빠와 작은 엄마까지 온 가족이 출동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처음에 당구가 좋다고, 당구선수를 하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했을 때는 다들 안 좋아했어요.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설득했더니 결국 심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많은 지원을 해주셨어요. 지금은 가족들이 나보다 더 당구를 챙겨보세요. 더 멋있는 딸, 더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어요."

'사자'라는 당구 스승의 별명을 따 '아기 사자'라고 불린다는 김다희는 "제2의 누군가가 아닌, 나만의 캐릭터를 가진 독보적인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프로 당구선수로서의 목표를 밝혔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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