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고양/김민영 기자] '엄마 당구선수' 김상아(36)가 첫 프로당구 LPBA 투어 우승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대회 기간 중 뱀 꿈을 꾼 김상아는 내심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다. 좋은 기운이 이어진 덕분일까, 결국 결승에 올랐고 끝내 우승을 차지했다.
김상아는 "이번 대회 내내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단 한 경기도 마음에 드는 경기가 없었는데, 운이 너무 좋았다"며 "그나마 결승전 경기력이 좋아서 기분이 좋다"고 대회 소감을 전했다.
32강전부터 내내 0.8대 애버리지에 머물렀던 김상아는 결승전에서 애버리지 1.140을 기록했다.
"첫 번째 결승 때는 결승에 올라온 것만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나중에 그게 너무 후회가 됐다. 또 언제 올라올지 모르는 결승인데. 그래서 오늘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며 상기된 얼굴로 우승의 원동력을 밝혔다.
다음은 김상아의 우승 직후 공식 기자회견 전문이다.
두 번째 결승 진출이다. 결승에 오른 소감과 우승을 차지한 소감이 어떤가?
이번 대회 64강부터 쭉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한 경기도 마음에 드는 경기가 없었는데, 운이 너무 좋아서 결승에 올라온 것 같다. 결승전 상대 선수인 김다희 선수가 잘 치는 선수라는 건 알고 있었고, 상대방의 득점에 연연하지 않고 지더라도 내 공을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결승에 임했다.
첫 결승전보다 긴장을 덜 하고 안 떨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 중 결승전 경기력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우승 후 눈물을 보일 줄 알았는데, 담담해 보였다. 오히려 준우승자인 김다희 선수가 더 많이 울었다.
실감이 잘 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나도 우승을 하면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아직도 꿈인지 현실인지 잘 믿기지 않는다.
두 번째 결승 진출이라서 좀 여유가 생긴 건가?
어차피 결승에서는 상대 선수도 떨고 나도 떨겠지만, 그래도 나는 한 번 경험을 해봤으니 상대 선수보다 덜 떨릴 거라고 계속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둘 중에 누가 더 침착하게 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서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계속했다.
임정숙, 강지은 등 동료 선수들이 응원을 많이 왔던데.
임정숙 언니와는 한 15년 정도 된 사이다. 가족만큼 가까운 사이고, 같이 여행도 다니고 사적으로도 굉장히 가깝게 지내고 있다. (강)지은이도 동호인 시절부터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우승 후에 임정숙이 무슨 말을 해줬나?
"5년 동안 고생했다, 축하한다"라고 해줬다. 수상 소감 때 정숙 언니한테 많이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언니가 내가 우승하는 걸 정말 많이 바라줬다.
첫 번째 결승전과 두 번째 결승전은 어떤 점이 달랐나?
처음 결승에 갔을 때는 진짜 결승까지 갈지 몰랐고, 첫 경험이었고, 상대가 김가영 선수이기도 해서 혼자 스스로 이 정도면 됐다고 만족을 해버렸다. 그런데 그게 나중에 굉장히 후회가 됐다. 결승전에 한 번 올라가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마음으로 그런 경기를 했다는 게 너무 속상했다. 그래서 이번 결승전에서는 지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조건 하고 지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중에 뱀 꿈을 꿨다. 뱀이 내 팔을 묶고 내 팔을 타고 계속 올라왔다. 다음날 꿈 검색을 해봤더니 태몽이라고 그러던데, 태몽이 아니라 길몽이었던 것 같다.
결승 전에 가족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남편은 별말 안 했다. 다만, 내가 또 우승을 못 해도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했더니 괜찮다, 편하게 하고 오라고 하더라.
아이들은 항상 시합 전에 메시지를 보내준다. "경기는 져도 괜찮아요. 최선을 다하면 돼요"라고. 인터뷰 들어오기 전에 핸드폰을 켰는데, 아이들이 이 시간까지 안 자고 결승전 경기를 다 봤더라. 가족들에게 항상 고맙고, 오늘의 우승을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