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트남 선수가 두 차례 열렸던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3쿠션 역사에 새장을 열기 시작했다.
보통 3쿠션 투어는 짧으면 1개월, 길면 3개월가량 기간을 두고 개최되기 때문에 연속 우승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연속해서 투어를 우승하려면 장기간에 걸쳐 멘탈을 잡고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데, 3쿠션 종목 투어는 가장 경기력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당구대가 매번 달라서 투어마다 적응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또한, 대륙을 이동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녀서 경기 환경이 바뀌는 것 역시 연속우승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따라서 올해로 38년 된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이른바 '사대천왕'으로 불리는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와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 다니엘 산체스(스페인·PBA) 외에는 2회 연속우승을 한 선수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2017년에 한국의 김행직(전남)이 사대천왕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당구월드컵을 연속으로 우승하며 시즌 챔피언에 오르는 금자탑을 쌓았다.
한 선수가 2회 이상 연속우승 기록을 역사상 가장 많이 세운 선수는 블롬달이다. 블롬달은 3회 연속우승 세 차례와 2회 연속우승 7번 등 무려 10번의 연속우승을 기록했다.
블롬달에 이어 야스퍼스가 3회 연속우승을 한 차례 달성했고, 2회 연속우승은 2번 기록을 남겼다.
3회 연속우승은 블롬달과 야스퍼스만 가진 기록이고, 2회 연속우승은 산체스 2번, 쿠드롱과 김행직 1번 등을 작성했다.
87년 혜성처럼 등장한 '25살 블롬달'
클루망 시대 종식 후 블롬달 시대 열어
과거를 돌아보면 '당구 전설' 레이몽 클루망(벨기에) 시절에도 연속우승은 드물었다. 클루망은 파리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 첫 대회부터 7회 대회까지 2년 동안 모두 결승에 진출했는데, 정작 우승은 두 차례에 그쳤다.
역사상 최초로 당구월드컵을 연속우승한 선수는 블롬달이다. 당대 최고 선수였던 클루망의 1호 연속우승을 막은 선수도 25살의 어린 선수였던 블롬달이었다.
블롬달은 1987년에 혜성처럼 등장해 클루망이 연속우승을 노린 벨기에 안트워프 대회 결승에서 클루망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세계 3쿠션 무대를 평정하기 시작한 블롬달은 같은 해 네덜란드 발켄부르크와 프랑스 파리에서 사상 첫 연속우승을 기록을 세웠다.
이어 1988년에 독일 베를린과 스페인 팔마에서 역대 두 번째 2회 연속우승을 달성했고, 이 기간에 블롬달은 5회 연속 결승에 진출하며 3쿠션 세계 무대에서 세대교체를 이뤘다.
당시 3쿠션 강국이었던 일본은 고바야시 노부아키가 우승한 10번째 당구월드컵부터 5회 연속으로 결승에 진출하며 연속우승에 도전했으나, 블롬달에게만 세 차례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블롬달은 1989년에는 사상 최초로 3회 연속우승까지 달성했다. 초창기 3쿠션 당구월드컵을 블롬달과 양분했던 벨기에는 곧바로 1990년에 클루망과 루도 딜리스가 3회 연속우승을 합작해 두 번째 기록을 남겼다.
1992년과 2007년에도 블롬달은 두 차례 더 3회 연속우승을 세워 가장 많은 연속우승과 지금까지 총 46승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블롬달 대항마'로 등장한 야스퍼스
두 선수만 유일하게 '3회 연속우승' 달성
블롬달에 이어 당구월드컵 29승을 올린 야스퍼스는 가장 최근까지 2회 연속우승을 기록하고 있다.
야스퍼스는 1991년에 일본 도쿄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1997년 튀르키예 안탈리아와 벨기에 안트워프에서 처음으로 2회 연속 우승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에는 포르투갈과 멕시코, 한국(수원)에서 3회 연속우승을 했는데, 이 기록이 현재까지 마지막 3회 연속우승이다.
3쿠션 종목의 경쟁이 치열해진 2010년대 이후에는 예전처럼 한 선수가 세 차례 투어를 연속우승하는 기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기간에 2회 연속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쿠드롱(2016)과 김행직(2017), 산체스(2020), 야스퍼스(2022) 등 4명이 전부다.
통산 15승을 올린 산체스는 1995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04년에 이집트와 벨기에에서 처음 2회 연속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코로나 휴지기를 포함해 튀르키예 안탈리아와 네덜란드 베겔에서 두 번째 2회 연속우승을 기록했다.
사대천왕 중 가장 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 쿠드롱은 1992년과 1994년에 두 차례 준우승 이후 1997년 네덜란드 우스터후트에서 야스퍼스를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1998년에 두 차례 우승 후 2004년이 돼서야 연속으로 결승에 진출하며 스페인 세비야에서 산체스를 꺾고 다시 정상을 밟았다.
2005년에는 3회 연속 결승에 진출해 모두 준우승에 그치기도 했고, 2007년부터 징검다리 우승 등 서서히 우승 횟수가 늘기 시작했다.
2016년에 단 한 차례 2회 연속우승을 차지한 쿠드롱은 2019년에 한국의 프로당구(PBA)로 이적하면서 공백기를 가져 블롬달과 야스퍼스에 이어 역대 3위인 21승을 기록 중이다.
쿠드롱도 2005년에 3회 연속 결승에 올라 모두 준우승에 머무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3회 연속우승' 벨기에 스웨덴 네덜란드 달성
베트남, 앙카라에서 3회 연승 기록 도전
선수 한 명이 아닌 한 국가 선수가 당구월드컵을 3회 이상 연속우승하는 것도 진기록으로 남아 있다.
가장 많은 3회 연속우승 기록을 남긴 국가는 블롬달의 스웨덴과 벨기에다. 벨기에는 1990년에 처음 3회 연속우승을 기록한 후 무려 20년 뒤인 2009년에 쿠드롱과 에디 멕스, 요제프 필리품이 연속우승을 차지하며 두 번째 기록을 작성했다.
그보다 앞서 2005년에도 벨기에가 3회 연속우승에 도전했으나, 이스탄불 당구월드컵 결승전에서 블롬달이 쿠드롱을 꺾으면서 기록 달성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후 벨기에는 2016년에 쿠드롱과 멕스의 합작으로 세 번째 3회 연속우승을 달성해 이 부문에서 블롬달의 스웨덴과 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야스퍼스가 한 차례 3회 연속우승을 차지한 네덜란드를 포함해 지금까지 당구월드컵을 세 차례 연속 차지한 국가는 벨기에, 스웨덴, 네덜란드 등이다.
2회 연속우승은 산체스의 스페인과 김행직의 대한민국, 그리고 올해 두 차례 당구월드컵을 휩쓴 베트남이 달성했다.
베트남은 튀르키예에서 개최되고 있는 '앙카라 3쿠션 당구월드컵' 4강에 바오프엉빈이 진출해 3회 연속우승의 역대급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15일 새벽에 열린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게 된 '베트남 간판' 쩐뀌엣찌엔은 한국의 허정한에게 발목을 잡혔다.
바오프엉빈은 한국시간으로 16일 오후 4시에 시작된 8강전에서 이집트의 사미흐 시덤을 22이닝 만에 50:28로 꺾고 결승에 진출, 베트남의 3회 연속우승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상대는 허정한과 마틴 호른(독일)의 준결승전 승자. 과연 베트남이 벨기에와 스웨덴, 네덜란드에 이어 역대 4번째 3회 연속우승 기록을 작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빌리어즈 김도하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