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이번 호찌민월드컵이 끝나면 우승 포인트 80점이 빠져서 우승해도 세계 랭킹 1위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아요. 마음 내려놓고 후회없는 경기 하고 오겠습니다."
'세계 랭킹 1위'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가 호찌민3쿠션당구월드컵에 출전하는 각오를 담담하게 전했다.
지난 2022년 '샤름 엘 셰이크 당구월드컵'에서 생애 첫 당구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조명우는 2023년 호찌민 월드컵과 서울 월드컵에서 두 차례 준우승을 추가하며 김행직(전남-진도군청) 이후 한국선수로서 두 번째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호찌민 월드컵이 끝나면 2022년 샤름엘셰이크 월드컵 우승 포인트 80점이 빠지는 조명우로서는 이번 호찌민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다 해도 세계 랭킹 1위를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베트남 강호' 쩐뀌엣찌엔이 불과 10점 차이로 세계 랭킹 2위에 올라 있고, 3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와는 50점, 4위 김준태(경북체육회)와도 53점 차이기 때문에 세계 랭킹 1위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에 조명우는 "어차피 우승을 하든, 못하든 랭킹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끝나고 "그래도 나 잘 쳤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마음 편하게 치려고 한다"고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또한, 조명우는 이번 대회에서 UMB로 복귀하는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에 대한 "쿠드롱은 무조건 본선에 올라올 수 있는 실력이기 때문에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쿠드롱은 내가 엄청 좋아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빨리 만나보고 싶다"고 한껏 부푼 기대감을 전했다.
최근 올해 첫 시작부터 부진 이슈에 시달리던 조명우는 호찌민월드컵을 이틀 앞두고 지난 18일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2024 안동하회탈배 전국3쿠션당구대회'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며 2024년 첫 우승 소식을 알리며 5개월간 시달리던 '부진' 꼬리표를 떼어버렸다.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3일까지 콜롬비아에서 열린 올해 첫 3쿠션 월드컵인 '보코타3쿠션당구월드컵'에 출전해 32강 예선리그에서 세 경기를 전패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한 조명우는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독일에서 열린 '세계팀선수권대회'에 허정한과 호흡을 맞춰 처음 출전했으나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이후 연달아 열린 국내 첫 전국대회인 '국토정중앙배' 대회에서도 조명우는 128강에서 탈락하며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조명우의 부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 5월 18일 열린 '안동하회탈배' 대회 결승에서 허정한(경남)을 꺾고 올해 첫 우승을 차지한 것.
우승 직후 조명우는 "기분이 굉장히 좋다"며 "콜롬비아 월드컵 때부터 상대를 여러 번 바꾸면서 경기력이 계속 떨어졌는데, 이제 어느 정도 회복한 것 같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안동하회탈배' 우승 직후 호찌민 월드컵에 대한 각오와 부진의 원인을 되짚어본 조명우와의 인터뷰다.
드디어 올해 첫 우승을 차지했다. 기분이 어떠한가?
굉장히 좋다 .
올해 초부터 경기력 부진에 대한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녔다. 이번 우승으로 완전히 떼어낸 것 같은가?
아직 완벽히는 아닌 것 같다.
세계팀선수권대회에서 1승도 못 거둔 후부터 조명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직접적으로 경기력 부진에 대해 느낀 것은 콜롬비아에서 열린 '보고타 월드컵'부터였다. 32강 리그전에서 3패를 당하고 경기력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상대를 계속 바꿨다. 그러면서 큐에 적응하느라 경기력이 안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닐 거다 생각하고 계속 열심히 훈련하는 수 밖에 없었다.
본인이 생각하기는 또 다른 원인이 있었나?
사실 작년에 너무 잘했던 것에 대한 부담도 좀 있었고, 팀선수권의 부진도 영향이 컸다. 팀선수권은 내가 못 해서 나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는 거였고, 또 같은 팀인 허정한 선수에게도 피해가 가는 거라서 심리적으로 많이 다운돼 있었다. 그 여파가 계속 이어졌다.
팀선수권에서 허정한 선수가 너무 잘해서 상대적으로 더 비교가 되기도 했다.
맞다. 같이 못 했으면 좀 덜 미안했을 텐데. 허정한 선수는 매일 너무 경기를 잘하고 나만 못하다 보니 미안함이 배가 됐다.
팀선수권이 첫 출전이라 부담이 더 컸던 건가?
처음이라서 부담스러웠던 것보다는 옆에서 같은 팀 선수가 같이 치고 있는데 나만 못 치니까 부담이 됐다. 혼자 치고 있으면 못 치더라도 경기에 집중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데, 옆에서 경기하는 허정한 선수는 너무 잘 치고 있고 나만 못 치고 있으니까 더 집중을 못 했다. 한 번만 잘 치면 되는데, 그 한 번이 힘들더라.
이번 안동하회탈배에서도 준결승전에서 위기가 한 번 있었다. 허진우 선수가 너무 잘 치더라. 거의 지는 분위기였다.
안동하회탈배도 애버리지는 그렇게 잘 나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하니까 경기력이 잘 안 나오고, 그냥 매 큐 열심히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다. 허진우 선수와의 준결승전에서도 16점이 딱 남았는데, 예전에 정예성 선수랑 스카치로 16점을 한 방에 끝낸 적이 있어서 스카치로도 16점을 치는데 혼자서 못 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타이밍 좋게 12점을 전부 칠 수 있었다.
사실 경기가 잘 안되면 '나 또 못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경기 내내 안 좋은 생각은 되도록 안 하고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호찌민 월드컵이 곧 시작된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도 했고, 세계랭킹도 최대한 지키려면 어깨가 무겁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내 우승 포인트 80점이 딱 빠지는 시점이다. 내가 이번 대회 우승을 한다 해도 밑에 선수들이 잘하면 세계랭킹 1위를 지키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을 해도, 안 해도 랭킹은 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치려고 한다. 끝나고 '그래도 나 잘 쳤네' 스스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번 호찌민 월드컵으로 프레데릭 쿠드롱과 비롤 위마즈가 돌아온다. 그들의 존재가 위협이 될까?
아직 모르겠다. 쿠드롱이나 위마즈는 무조건 본선에는 올라올 수 있는 실력이기 때문에 만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 오히려 빨리 만나고 싶기도 하다. 쿠드롱은 내가 엄청 좋아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호찌민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길 기다리고 있는 팬들이 있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최근 부진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그래도 계속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 덕분에 또 이렇게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올해 남은 목표는 국제대회 우승이다. 최선을 다해보겠다.
(사진=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