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11경기를 뛴 정예성이 국토정중앙배 결승에서 득점에 실패하자 입술을 삐죽 내밀며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이틀 동안 11경기를 뛴 정예성이 국토정중앙배 결승에서 득점에 실패하자 입술을 삐죽 내밀며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슈퍼 루키' 정예성(22, 서울)이 동시에 진행된 '제12회 국토정중앙배 2024 전국당구대회'와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올랐지만, 연달아 결승에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베트남 선수 3명을 제외하고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아시아선수권' 1쿠션 4강에 오른 이정희(시흥시체육회)도 컨디션 난조로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2024년 첫 전국대회 제패와 주니어 아시아챔피언 왕좌를 동시에 노린 정예성으로서는 그야말로 안타까운 결과였다.

(사)대한당구연맹(KBF, 회장 박보환)은 지난 3월 25일부터 31일까지 올해 첫 전국당구대회인 '제12회 국토정중앙배 2024 전국당구대회'와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대회'를 동시에 진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동시 개최된 두 대회는 이번 대회 중 '국토정중앙배' 남자 3쿠션과 '아시아선수권' 1쿠션과 U-22 대회 스케줄이 겹치면서 문제가 야기됐다.

국토정중앙배 결승과 아시아선수권 U-22 결승에 오른 정예성은 이틀 동안 11경기를 치르며 강행군을 펼쳤다.
국토정중앙배 결승과 아시아선수권 U-22 결승에 오른 정예성은 이틀 동안 11경기를 치르며 강행군을 펼쳤다.

지난해 '서울당구월드컵'에서 준결승에 진출하며 두각을 나타낸 정예성은 이번 '국토정중앙배'에서도 쟁쟁한 선배들을 모두 물리치고 결승까지 진출한 것.

여기에 강력한 U-22 우승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정예성은 4인 1조 조별 리그에서 3승을 거두고 본선에 진출해 조화우(대구), 손준혁(부천시체육회)를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대회가 겹친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정예성은 무려 11경기를 치러야 했다.

정예성은 28일 국토정중앙배 32강과 16강, 8강 등 세 경기를 연달아 치렀으며, 그 사이사이 U-22 조별 리그 3경기까지 더해 총 6경기를 소화했다.

다음 날인 29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전 9시 U-22 8강부터 강행군을 벌인 정예성은 오전 10시 30분 U-22 준결승, 오후 1시 국토정중앙배 준결승, 오후 5시 국토정중앙배 결승, 저녁 7시 U-22 결승전 등 5경기를 연달아 치렀다.

연달아 열린 U-22 결승전에서 박정우와 대결 중이 정예성.
연달아 열린 U-22 결승전에서 박정우와 대결 중이 정예성.
정예성이 U-22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후 팬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정예성은 이 대회를 끝으로 군에 입대한다.
정예성이 U-22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후 팬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정예성은 이 대회를 끝으로 군에 입대한다.

오후 1시 열린 국토정중앙배 준결승전에서 정예성은 차명종(인천시체육회)을 상대로 33이닝째 49:38로 앞서며 매치 포인트에 올랐지만 이후 3연속 공타를 범하며 끝내 49:48까지 차명종에게 추격당하고 말았다.

결국 37이닝에 마지막 1점을 성공시키고 가슴을 쓸어내린 정예성은 경기 후 "어제 연달아 6경기를 했고, 오늘도 아침 9시부터 시합에 나와서 이미 두 경기를 뛰었다. 준결승전 막판에는 정신을 잃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고 체력적인 한계를 호소했다.

두어 시간 쉬고 오후 5시 경기장으로 돌아온 정예성은 김행직(전남)과의 결승전에서도 40:40(26이닝)으로 맞서며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진 정예성은 27이닝부터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그대로 40:50(29이닝)으로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국토정중앙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정예성과 시상식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대한당구연맹 박보환 회장.
국토정중앙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정예성과 시상식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대한당구연맹 박보환 회장.

정예성은 이후 잠시의 휴식도 갖지 못한 채 곧바로 저녁 7시부터 시작된 U-22 결승에 들어가야만 했다.

정예성은 박정우(서울)와의 결승전 내내 피곤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끝내 25:35(24이닝)로 박정우에게 10점 차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군 입대를 앞둔 정예성으로서는 칼을 갈았을 마지막 대회여서 더욱 아쉬운 결과다.

하지만 이번 강행군의 피해자는 비단 정예성뿐이 아니었다.

'아시아선수권' 1쿠션 대회에서 베트남 3명을 제외한 유일한 4강 진출자였던 이정희는 28일 오전 9시부터 진행된 '1쿠션' 16강과 8강에서 연달아 승리를 거둔 후 연속으로 '국토정중앙배' 32강과 16강을 연속으로 치르며 하루 4경기를 뛰었다. 이정희는 이날 결국 국토정중앙배 16강에서 김행직에게 18:40(22이닝)으로 패하고 말았다.

아시아선수권 1쿠션 준결승전에서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는 이정희가 어두운 표정으로 큐를 내려놓고 있다. 
아시아선수권 1쿠션 준결승전에서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는 이정희가 어두운 표정으로 큐를 내려놓고 있다. 
이정희는 '아시아캐롬선수권대회' 1쿠션 부문에서 2년 연속으로 공동3위에 올랐다.
이정희는 '아시아캐롬선수권대회' 1쿠션 부문에서 2년 연속으로 공동3위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아시아선수권 1쿠션 대회에서 공동3위에 올랐던 이정희는 이번 대회 목표를 우승으로 삼았지만 다음 날 오후 12시에 열린 1쿠션 준결승전에서 베트남의 팜깐푹에게 63:100으로 패해 또다시 공동3위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정희의 경기를 이틀 동안 지켜본 이정희 측 관계자는 "20대도 아니고, 50대의 선수가 소화하기에는 너무 힘든 스케줄이었다. 28일에는 아침부터 100점짜리 두 경기를 연달아 하고, 쉬지도 못하고 40점 3쿠션 두 경기에 투입됐다"며 "오늘 아침까지도 컨디션 회복이 안 됐고, 결국 준결승전에서도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은 이번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대회'에서 여자 3쿠션, U-22, 남자 3쿠션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캐롬 강국의 면모를 보였으나 1쿠션에서만 결승 진출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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