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21시즌 마지막 왕중왕전으로 처음 열린 PBA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상금 3억원을 받은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는 4번 시드로 출전한 선수였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지난 2020-21시즌 마지막 왕중왕전으로 처음 열린 PBA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상금 3억원을 받은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는 4번 시드로 출전한 선수였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빌리어즈앤스포츠=김도하 기자] 프로당구(PBA) 시즌 왕중왕전 '월드챔피언십'에서 4번 시드를 받은 출전 선수 중에서 하위권 선수들이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두 차례 조별리그전에서 상위 랭커들을 압도한 '4번 시드' 선수들의 정주행이 이번 월드챔피언십에서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 8일 시작한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챔피언십 2024' 32강 조별리그전은 시즌 상금랭킹 32위까지 선수가 4명씩 8개 조로 나눠 16강 진출을 다툰다.

각 조에서 1위와 2위에 오른 선수 16명이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 토너먼트로 '우승상금 2억원'의 주인공을 가리게 된다.

비교적 정규투어 성적이 좋지 않아서 랭킹이 낮은 4번 시드 선수들은 상금랭킹 1위부터 8위까지 배정된 1번 시드보다는 월드챔피언십에서 활약이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전망과 달리 월드챔피언십에서 4번 시드 선수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지난 세 차례 월드챔피언십에서도 그랬고, 이번 월드챔피언십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2차전까지 1번 시드 선수들은 고전하고 있는 반면, 4번 시드 선수들이 8개 조 중 5개 조에서 2승을 거두고 선두에 오르며 활약하고 있다.

그중 C조 서현민(웰컴저축은행)과 E조 김병호(하나카드)는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4번 시드 중 가장 마지막 32위로 유일한 외국 선수인 응우옌프엉린(하이원리조트)은 심지어 A조 첫 경기에서 만난 '상금랭킹 1위' 하비에라 팔라존(휴온스)을 꺾었고, 다음 경기에서 김재근(크라운해태)을 이겨 2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서현민(웰컴저축은행·왼쪽)과 김병호(하나카드)는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서현민(웰컴저축은행·왼쪽)과 김병호(하나카드)는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12일 열리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황형범(1승 1패)의 도전을 막아내면 응우옌프엉린은 A조 1위로 처음 월드챔피언십 본선에 올라가게 된다.

또한, 16강행 티켓을 따낸 C조 서현민과 E조 김병호는 남은 승부와 관계 없이 올라가기 때문에 편안하게 마지막 승부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서현민은 2패로 탈락이 확정된 박인수(에스와이·2위)의 경기가 남아 있고, 김병호는 역시 탈락자 베트남의 응오딘나이(SK렌터카)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벌이게 됐다.

조별리그 앞선 경기에서 김병호는 '상금랭킹 5위' 최성원(휴온스)과 '2번 시드' 이상대(웰컴저축은행·12위)를 차례로 꺾고 2승을 거뒀다.

또한, F조 엄상필(블루원리조트)도 27위로 이번 월드챔피언십에 합류해 '1번 시드' 조건휘(SK렌터카·6위)와 '2번 시드' 륏피 체네트(하이원리조트·11위)를 연파하며 2승으로 선두에 올랐다.

F조 1위에 오른 엄상필(블루원리조트·왼쪽)과 A조 1위 응우옌프엉린(하이원리조트).
F조 1위에 오른 엄상필(블루원리조트·왼쪽)과 A조 1위 응우옌프엉린(하이원리조트).

마지막 경기에서 엄상필은 1승 1패를 기록 중인 '3번 시드' 오태준(크라운해태·22위)과 최종 승부를 벌이는데, 세트득실에서 +2로 가장 앞서 있고 애버리지도 1.846으로 체네트-오태준과 0.3 이상 차이가 나서 완패만 아니면 16강 진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죽음의 H조에서 2승으로 살아남은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은 이번 시즌 성적이 좋지 않으면서 랭킹 25위로 4번 시드에 배정됐다.

첫 경기가 '숙적' 무라트 나지 초클루(하나카드·8위)였는데, 세트스코어 3-2로 신승을 거둔 뒤 다음 경기에서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9위)를 다시 3-2로 연파했다.

마지막 경기 상대는 '운명의 사파타'. 강동궁은 사파타와 첫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만나 역대 최고 우승상금 3억원을 놓고 격돌한 바 있다.

강동궁은 사파타에게 세트스코어 4-5로 아깝게 져 준우승에 그쳤고, 3억원의 주인공은 사파타가 됐다. 그런데 당시 월드챔피언십에 사파타는 시즌 상금랭킹 28위로 뒤에서 5번째 '4번 시드'에 배정돼 나올 수 있었다.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은 시즌 상금랭킹 25위로 처음 4번 시드 선수로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했다.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은 시즌 상금랭킹 25위로 처음 4번 시드 선수로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했다.

'시즌 랭킹 25위' 강동궁, 처음 4번 시드 출전
역대 '4번 시드' 최고 활약은 '사파타 우승'

4년 연속 출전하고 있는 강동궁이 월드챔피언십에 4번 시드로 나오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월드챔피언십은 랭킹 20위로 3번 시드를 받아 출전했고, 조별리그를 2승 1패로 통과한 뒤 결승까지 올랐다.

사파타는 강동궁을 결승에서 꺾고 우승상금 3억원을 차지하며 월드챔피언십 사상 첫 번째 '4번 시드의 반란'을 완성했다.

첫 월드챔피언십에서는 사파타와 함께 김종원(30위)이 4강에 진출했으나, 강동궁에게 져 미완에 그쳤다.

이후 두 시즌 동안 사파타는 랭킹 2위, 3위를 차지하며 1번 시드로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했고, 강동궁도 다음 시즌에 랭킹 2위에 올라 1번 시드로 월드챔피언십에 나왔다.

강동궁은 조별리그를 2승 1패로 통과한 뒤 8강까지 올라갔다가 오성욱(NH농협카드)에게 져 준결승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사파타는 결승에 2년 연속 진출했다.

8강에서 강동궁을 꺾은 오성욱은 2021-22시즌에 상금랭킹 29위로 두 번째 '4번 시드'의 돌풍을 완성한 선수다.

오성욱과 함께 28위였던 글렌 호프만(네덜란드)이 준결승에 진출하며 사파타와 김종원의 뒤를 이었다. 전 대회를 우승한 사파타는 당시 준결승에서 호프만을 잠재우고 결승에 올라갔다.

이번 시즌 월드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마지막 도전을 남겨두고 있는 '4번 시드' 한동우, 이상용, 신정주(왼쪽부터).
이번 시즌 월드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마지막 도전을 남겨두고 있는 '4번 시드' 한동우, 이상용, 신정주(왼쪽부터).

지난 시즌에는 4번 시드 선수 중에서는 29위 안토니오 몬테스(NH농협카드)가 8강까지 올라간 것이 최고 활약이었다. 몬테스는 팔라존에게 8강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아깝게 졌다.

조별리그에서는 D조 2위로 통과한 몬테스와 함께 E조 백찬현(28위), F조 박주선(27위) 등 3명이 조 2위로 16강에 올라가기도 했다.

역대 월드챔피언십 중 4번 시드의 반란이 가장 거셌던 대회는 첫 대회였다. 당시에는 4번 시드 선수 8명 중 7명이 16강에 진출했다. 16강의 절반을 4번 시드에 배정된 선수가 올라왔다.

이번 월드챔피언십은 4번 시드 선수 중 가장 많은 5명이 각 조 1위로 조별리그 통과를 노리고 있다.

이미 16강에 진출한 서현민과 김병호 외에 조 1위를 노리는 강동궁, 엄상필, 응우옌프엉린, 그리고 2위에 도전하는 신정주, 한동우, 이상용까지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12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과연 4번 시드의 반란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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