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정규 시즌 마지막 우승자 김민아가 시상식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LPBA 정규 시즌 마지막 우승자 김민아가 시상식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김민아(NH농협카드)가 블루원리조트의 김민영(8강), 서한솔(4강), 스롱 피아비(결승)을 연파하고 이번 시즌 마지막 정규 투어인 9차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블루원 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김민아는 결승전에서 스롱 피아비(캄보디아)를 상대로 97분 만에 승리하며 역대 LPBA 결승전 최단 시간을 기록했고, 애버리지 역시 1.444로 역대 결승전 최고 애버리지를 올렸다.

특히 김민아는 시상식에서 "고 김용철 해설위원에게 이번 우승을 바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 다니엘 산체스 브랜드인 'DS빌리어즈'를 런칭하며 다니엘 산체스 테이블과 튀르키예의 '띠오리 큐'를 국내에 소개한 김용철 대표는 대한당구연맹의 전무이사와 경기도당구연맹 부회장 등을 지내며 한국 당구의 전반을 이끌었다. PBA에서는 방송 중계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김용철 대표는 지난해 10월 13일 갑작스럽게 지병으로 별세해 한국 당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다음은 김민아의 우승 기자회견 전문이다.

스롱 피아비를 꺾고 시즌 2승, LPBA개인 통산 3승을 달성한 김민아.
스롱 피아비를 꺾고 시즌 2승, LPBA개인 통산 3승을 달성한 김민아.

우승 소감이 어떤가?

우선 시즌 정규투어 마무리를 우승으로 끝낼 수 있어서 너무 뜻깊다. 개인적으로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다행히도 운이 따라줬고 중요한 결승전에서는 또 제 컨디션을 회복해서 좋은 경기력이 나와서 너무 다행이었다. 너무 기쁘다.

대회 기간 동안 아팠다고?

64강 첫 경기를 하고 다음 날이 휴식일이라서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날 자다가 새벽에 통증이 심해져서 병원에 갔더니 급성 신우신염인 것 같다고 해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으면서 대회를 치렀다. 다행히 열도 좀 가라앉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회복된 것 같다.

결승전 때는 영향이 없었나?

경기장이 더워서 그런 건지, 몸 상태가 안좋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긴장을 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1세트 중반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대로 경기 결과가 좋은 걸 보면 다행히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거 같지는 않다.

스롱 피아비와 결승전 대결 중인 김민아.
스롱 피아비와 결승전 대결 중인 김민아.

스롱 피아비 선수와 결승전에서 두 번 다 이겼다. 특별히 스롱에게 강한 이유가 있나?

주위 사람들에게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 좀 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번에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 8강, 4강, 결승까지 올라왔고, 강지은이든 스롱이든 결승에 누가 올라와도 상관없었다. 내 공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다. 나는 3승을 향해 빨리 가야 했고, 스롱은 또 최다승을 향해 가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스롱의 1승을 제지하고 내가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LPBA 최다승 기록에 욕심이 있나?

그렇다. 우승 횟수가 많은 만큼 선수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당연히 욕심이 있다. 스롱, 임정숙, 김가영 선수의 다승 기록을 빨리 따라가고 싶다.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역대 LPBA 결승 중 최단 시간, 최고 애버리지로 우승을 했다.

사실 몇 이닝을 쳤는지, 애버리지가 얼만지 잘 모른다. 1세트 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단 한 번의 실수로 스롱이 5점을 마무리하는 바람에 그때 조금 아쉬웠다.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고, 다행히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한 게 2, 3, 4세트에 잘 먹였던 것 같다.

시상식에서 고 김용철 해설위원의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이번 시즌 중간에 '휴온스 챔피언십'을 앞두고 갑자기 돌아가셨다. 발인 이틀 후가 시합이었는데, 사실 시합 하나가 저한테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을 만큼 서울에 올라올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셨던 분이고, 서울에서 지난 8~9년 동안 거의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시즌 중이라 병세가 그렇게 악화된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병에 대해 알고 난 뒤 2주 뒤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하늘에서라도 내가 잘하는 걸 보시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해서 빨리 우승해서 우승 소감에 김용철 전무님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시간이 좀 많이 걸렸지만, 이제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DS빌리어드 오경희 대표와 함께. LPBA 투어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오경희 대표는 고 김용철 해설위원의 부인이다.
DS빌리어드 오경희 대표와 함께. LPBA 투어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오경희 대표는 고 김용철 해설위원의 부인이다.
이례적으로 가게 문을 닫고 서울까지 응원하러 온 부모님과 가족들.
이례적으로 가게 문을 닫고 서울까지 응원하러 온 부모님과 가족들.

이번 대회에서 8강, 4강, 결승에서 김민영, 서한솔, 스롱 피아비까지 블루원리조트 여자 선수 3명을 다 이겼다. '블루원 킬러'가 된 소감은 어떤가?

사실 내가 계속 첫 경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예측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자꾸 블루원 선수들이 이기고 오니까 하루는 블루원만 다 이기면 되겠다고 주위에서 말씀하시더라. 내가 팀리그에서는 블루원 선수들과의 승률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가능할까 했는데, 개인전이다 보니 좀 달랐던 것 같다.

결승전 때 부모님이 대구에서 오셨다고.

대구에서 서울까지 오기가 사실 힘든데, 4강 끝날 때까지 오신다는 말씀이 없으셨다. 부모님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대구에서 짜장면집을 하셨는데, 연중무휴, 쉬는 날 없이 장사를 하는 분들이신데, 내 결승전을 보시겠다고 점심 장사만 하시고 문 닫고 오신 거다. 어떻게 가게 문을 닫고 오실 생각을 하신 건지 좀 놀랐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면 스롱 피아비와 똑같이 '개막전-마지막 대회-월드챔피언십' 우승 전적을 갖게 된다.

굳이 그 친구의 뒤를 밟고 싶지는 않지만, 조재호 선수가 블루원 개막전 우승-크라운해태 챔피언십 우승-월드챔피언십 우승을 했기 때문에 그 뒤를 따르고 싶다. 왕중왕전도 준비를 잘해서 몸 관리 철저히 해서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또 마지막에 또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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