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런 9점을 몰아치고 생애 첫 프로당구 PBA 투어 챔피언에 오른 조건휘.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하이런 9점을 몰아치고 생애 첫 프로당구 PBA 투어 챔피언에 오른 조건휘.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새로운 PBA 챔피언으로 탄생했다. 바로 서른두 살의 조건휘(SK렌터카)다.

조건휘는 신정주(하나카드),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 크라운해태), 다비드 사파타(스페인, 블루원리조트)의 뒤를 이어 또 한 명의 90년대생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29살의 임성균(하이원리조트)과 프로당구 PBA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맞붙은 조건휘는 1세트를 15:5(6이닝)로 따냈으나 2, 3세트를 임성균에게 빼앗기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3세트 1이닝에 7점의 장타를 성공시킨 조건휘는 2이닝 5득점, 3이닝 3득점을 연속으로 추가하며 3이닝 만에 15:7로 3세트를 차지해 세트스코어 2-2 동점을 만들었고, 5세트를 또다시 임성균이 9이닝 만에 6:15로 차지하며 2-3으로 앞서자 6세트를 15:7(7이닝)로 이겨 기어이 3-3 동점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조건휘는 우승 상금 1억원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 오른쪽은 타이틀스폰서 웰컴저축은행의 김대웅 대표.
조건휘는 우승 상금 1억원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 오른쪽은 타이틀스폰서 웰컴저축은행의 김대웅 대표.

결국 승부는 마지막 7세트에서 갈렸다. 2이닝에 3득점을 올린 임성균은 4이닝째에 6득점을 몰아치며 2:9로 조건휘를 압박했다. 하지만 임성균의 7점째 샷이 키스로 충돌이 나면서 조건휘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주어졌다.

조건휘는 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무려 하이런 9점을 단번에 성공시키고 11:9로 역전승을 거두며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다음은 하이런 9점으로 PBA 결승전 사상 가장 극적인 우승 장면 중 한 장면을 만들어낸 조건휘의 우승 인터뷰다.

우승 기념 기자회견 중인 조건휘.
우승 기념 기자회견 중인 조건휘.

 

첫 우승이다. 기분이 어떤가?

TV로 다른 선수들이 우승하는 것만 보다가 막상 내가 하니까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그냥 기분이 너무 좋다. 특히 7세트 그런 상황에서 9점을 한 번에 쳤다는 게 너무 기분이 좋다.

7세트 2:9로 지고 있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아무 생각 없이 한 번만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PBA는 2점짜리 뱅크샷이 있기 때문에 한 번만 기회가 오면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임성균이 9점째를 치고 10점째에서 실패했을 때, 공 배치를 보고 장타로 연결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나?

아니다. 공 하나하나에만 신경을 썼다. 포지션이나 디펜스는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맞춰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차분히 9점째 하이런을 이어가고 있는 조건휘.
차분히 9점째 하이런을 이어가고 있는 조건휘.

그러다 만약 득점이 끊어졌다면?

그렇게 되면 승패가 바뀌었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시원시원하게 쳤을 것 같다. 지더라도.

PBA 출범 원년에 2차 대회에서 결승에 오르고, 다시 결승에 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당시 결승에서 너무 허무하게 진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결승에서는 나만의 스타일로 치자는 생각을 했다. 일단 '무조건 공격이다' 이런 마음으로 한 포인트 한 포인트에 집중했다.

그동안 성적이 안 나와서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딱히 힘든 건 없었다. 다만 지난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16강까지 못 가면 큐스쿨을 가야 해서 그런 거 신경 쓰는 게 좀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쳤더니 이런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우승 확정 후 기뻐하는 조건휘와 그 뒤에 기뻐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승 확정 후 기뻐하는 조건휘와 그 뒤에 기뻐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좀 늦지만, 한 번에 빛을 보는 스타일인 것 같다. 2018년에도 입상 성적이 없다가 슈퍼컵이라는 큰 대회에서 덜컥 우승을 했다. 

다른 선수들은 3등도 하고, 2등도 하면서 차근차근 올라가는데, 나는 그런 거 없이 계속 32강만 하다가 한 번에 우승을 했다. 이번에도 계속 16강만 전전하다가 단번에 결승까지 와서 우승을 했다. 이번 대회는 처음부터 촉이 좀 좋았다.

이제 한 단계 넘어섰다는 자신감이 생겼나?

이번 대회 일주일 전부터 연습 방법을 바꿨다. 전에는 포지션이나 디펜스에 신경을 썼는데,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공격적인 스타일로 공을 쳤다. 이제 내 스타일을 좀 찾은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스타일인가?

공 하나하나에만 집중하는 스타일. 포지션이나 디펜스는 생각을 많이 안 하고 일단 공 하나 맞추는 거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실력이 더 늘면 포지션이나 디펜스도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너무 포지션에 집착 안 하려고 한다.

축하를 건네는 SK렌터카 주장 강동궁.
축하를 건네는 SK렌터카 주장 강동궁.

연습벌레라는 소문이 있다. 주로 어떻게 훈련하나?

대회 중에도 시합 5시간 전에는 당구장에 나가서 연습을 하고 몸을 풀고 시합장에 온다. 어제 8강 끝난 후에 집에 가서도 새벽 1시였는데, 오늘도 4강 하기 전에 먼저 구장 가서 연습하고 왔다.

이렇게 늦게 집에 가면 아내가 싫어할 것 같은데.

물론 새벽까지 연습하는 것 때문에 마찰도 있었다. 특히 예전에는 일주일 내내 당구만 쳤다. 그런데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 지금은 일주일 중에 하루는 당구 안 치고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지금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너무 예민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여유가 생기니까 당구 실력도 느는 것 같다.

이번 우승으로 이제 늦게까지 연습해도 이해해 주지 않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대회가 또 바로 코 앞이라 연습도 해야 하지만, 아내와 맛있는 것도 먹고 마음에 여유를 좀 찾고 싶다.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조건휘. 왼쪽이 장모님과 부인, 그리고 오른쪽이 어머니와 아버지.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조건휘. 왼쪽이 장모님과 부인, 그리고 오른쪽이 어머니와 아버지.

결승전 직후에 아내와 어떤 말을 나눴나?

잘했다고 하더라. 근데, 아내는 32강만 가도 잘했다고 하고, 16강을 가도 잘했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항상 마음이 편했다.

당구는 언제부터 쳤나?

아버지가 당구장을 운영하셔서 18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치게 됐다.

당구선수를 직업으로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

'네 인생은 니꺼니까 니가 알아서 해라' 이런 분위기였다. 반대는 없고, 응원 많이 해주셨다.

SK렌터카 다이렉트 동료들과 구단 관계자들.
SK렌터카 다이렉트 동료들과 구단 관계자들.

우승으로 마음의 짐 하나가 덜어진 건가? 이제 부담이 좀 줄었나?

잘 모르겠다. 오히려 더 부담이 생긴 걸 수도 있다. 관심을 너무 많이 받으면 주눅 들까봐 걱정이다.

한때 최연소 팀리그 주장을 맡은 적도 있는데, 그때보다는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때 재미있었다. 팀에 동생들이 많아서 잘 따라주고,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재밌었다. 물론 지금 SK렌터카 팀도 재밌다.

앞으로 목표와 계획은?

우승을 했으니까 한 번에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오늘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당구를 치도록 하겠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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