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첫 경기에서 25:10으로 승리한 차유람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복귀 첫 경기에서 25:10으로 승리한 차유람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두 시즌 만에 돌아온 차유람이 복귀전에서 1점대의 애버리지를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지난 2022-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돌연 정치 입문을 선언하며 선수 은퇴를 발표한 차유람이 오늘(4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웰컴저축은행 웰뱅 LPBA 챔피언십' PPQ(1차 예선)에서 프로당구 복귀전을 치렀다. 이 경기에서 차유람은 오지연을 23이닝 만에 25:10(애버리지 1.087)으로 꺾고 PQ(2차 예선) 라운드에 진출했다.

앞서 차유람은 "창피만 당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첫 경기를 앞둔 떨리는 심정을 전했으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살아있는 큐 감각을 보여주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내 마음을 가장 뛰게 하고 설레게 한 건 역시 큐를 잡고 공을 쳤을 때"라고 밝힌 차유람은 "두 시즌 동안 내가 공을 한 번도 잡지 않은 동안 강자들이 더 많아졌다"며 "솔직히 강한 선수들이 많아져서 더 설렌다. 빨리 이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북귀전 첫 경기에서 오지연과 경기 중인 차유람. 사진=PBA 제공
북귀전 첫 경기에서 오지연과 경기 중인 차유람. 사진=PBA 제공

특히 한지은 선수를 콕 집어 "어리지만 굉장히 단단한 선수라는 게 느껴져서 같이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차유람의 복귀 기자회견 전문이다.

 

오늘 복귀전 첫 경기를 치른 소감이 어떤가?

갑작스럽게 나오게 돼서 굉장히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 집중적으로 5일 동안 열심히 연습하고 나왔는데, 1년 반 만에 큐를 잡은 거라 '시합에 나가서 1점이라도 낼 수 있을까, 창피당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에 일주일 동안 잠을 설쳤다. 하지만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그런 긴장감이 나를 각성시켜 줘서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렸고, 운도 많이 따라줘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당구선수로의 복귀를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처음 3쿠션에 입문했을 때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해서 굉장히 정신없는 두 시즌 반을 보냈던 것 같다. 또 예상치 못하게 팀리그까지 병행하면서 대회 스케줄을 소화하기 버거웠지만, 내게 주어진 경기는 잘 해내고 싶어서 과부하가 생겼던 것 같다. 또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은퇴 후) 한발 물러나서 바라보니까 '그게 내가 즐기고 있었던 거구나, 내가 좋아하고 있었던 거였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만둔 계기가 사실 체육 행정 쪽으로 일을 하고 싶었고, 체육계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는 생각과 당구 발전을 위해 내가 좋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내 마음을 뛰게 했던 건 역시 큐를 잡고 공을 쳤을 때였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복귀에 대해) 굉장히 오래 고민했고, 지난주 월요일 정확히 6일 전에 협회 측에 (복귀) 의사를 밝혔다.

더 준비된 모습으로 다음 시즌부터 대회를 시작하고 싶었는데, 주최 측에서 마음을 먹었으니 빨리 밝히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그 부분에 동의해서 이렇게 나오게 됐다. 개인적으로 선수 스스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를 나오는 것 자체가 팬들이나 선수들, 관계자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첫 경기를 이겨서 한시름 놓은 것 같다.

'웰컴저축은행 웰뱅 LPBA 챔피언십' PPQ에서 오지연을 25:10(23이닝)으로 꺾고 PQ에 오른 차유람.
'웰컴저축은행 웰뱅 LPBA 챔피언십' PPQ에서 오지연을 25:10(23이닝)으로 꺾고 PQ에 오른 차유람.

지난 1년 반 동안 당구 큐를 잡은 기간이 이번 5일밖에 안 되나?

그동안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전혀 큐를 잡지 못했다.

정신없이 뭐하면서 지냈나?

아이들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추억도 쌓고 많이 친해졌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회사도 운영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상임이사라는 직함을 주셔서 같이 병행하고 있다.

차유람 선수가 활동하던 예전의 팀리그와 지금의 팀리그가 많이 달라졌다. 팀리그에 합류한다면 어떻게 임할 생각인가?

레이스도 더 짧아졌고, 더 많은 팀이 생겼기 때문에 매일 경기 전에 더 간절히 기도하고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그 순간을 즐기는 게 답인 것 같다. 가끔 어이없이 질 때도 있는데, 그걸 잘 털어내는 게 중요하다. 그걸 제대로 털지 못하면 그게 개인전까지 이어지다 보니 가끔씩 늪에 빠지더라. 그런 경기로 멘탈이 무너지다보니 멘탈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다음 시즌에 팀리그에서 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선 내가 다음 시즌 팀리그에서 뛸 수 있을 만큼 경기력을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대회가 주어지든지 내게 주어진 경기는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차유람
차유람

당구 훈련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할 생각인가?

몇 시간을 연습해야겠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날 주어진 시간만큼 얼마나 집중력을 가지고 몰입해서 연습을 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놀듯이 10시간 하는 것과 완전히 집중해서 치는 것은 연습의 질 차이에서 엄청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고 또 포켓볼 선수로 활동할 때부터 나만의 연습 루틴과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그걸 충실히 이행한다면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2년의 격차를 빨리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개인적인 목표는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재미를 드리고 싶다. 그래서 저절로 나를 응원하는 분들이 한 분 한 분 많아졌으면 좋겠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몇 년 안에 이런 성적을 내겠다' 목표를 삼다 보니 스스로 많이 조급했던 것 같은데 이제 내 발로 다시 들어왔기 때문에 좀 시간의 여유를 갖고 과정 자체를 조급해 하지 않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25점제 경기를 처음 해봤는데, 이전 서바이벌 경기와 어떻게 달랐나?

서바이벌은 4명이 경기를 하기 때문에 3개의 전혀 다른 스타일의 공이 있다. 그래서 내 공에 집중하기 굉장히 어려웠는데, 비록 한 경기 해봤지만 내가 실수했던 걸 좀 침착하게 되돌아볼 수 있고, 나에게 오는 기회와 시간이 일정하다 보니 감을 잃지 않을 수 있어서 설령 지더라도 25점제 경기가 더 좋은 것 같다.

오늘 첫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본인의 의도대로 풀어갔나, 아니면 운이 좋았나?

사실 운이 정말 좋았다. 경기 시작할 때는 거의 2년 만에 대회를 치르기 때문에 한 번 헤매면 진짜 멘탈이 나갈 수도 있겠다고 걱정을 되게 많이 했다. 그래서 그냥 나만의 루틴에 집중해서 '초보자처럼 치자, 나는 초보자다, 그냥 무조건 끝까지 본다, 자세를 지킨다' 이런 식으로 더 집중해서 나름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생각하고 쳤다. 그래서 운도 많이 따랐고, 경기도 잘 풀렸던 것 같다.

차유람과 오지연의 PPQ 대결.
차유람과 오지연의 PPQ 대결.

지난 5일 동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습했나?

두께도 너무 안 맞고, 자세 같은 경우도 팔, 다리가 막 후들거렸다. 오늘 시합 때도 긴장이 되니까 팔 브릿지가 흔들려서 당황했다. 일단 자세 보정과 또 나의 유일한 장점이 두께인데 이 두께를 못 찾으면 승산이 없다는 생각으로 내가 원하는 두께를 맞추는 데 집중했다.

오늘 첫 경기 들어갈 때 심정은 어땠나?

너무 어색했다. 여기 전용구장에서의 대회도 처음이라서 많이 낯설고, 조금 무서웠다. 솔직히 얘기하면, '좀 무섭다, 두렵다,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했고, 침착하려고 경기 전부터 많이 애를 썼다. 일찍 대회장에 들어와서 관중석에서 경기장 분위기와 테이블 상태를 봤다.

프로당구 무대에 돌아와서 행복하지만 사실상 두려운 감정도 있는 거다.

'두 시즌을 공 한 번 잡지 않고 흘려보냈고, 그 사이에 강자들도 더 많이 들어왔는데, 다시 한다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강한 선수들이 많아져서 더 설렌다. '내가 빨리 실력을 쌓아서 이 선수들이랑 대등한 경기를 해서 멋진 승부를 해보고 싶다' 그런 기분 좋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나만 더 잘 치면 될 것 같고, 아직은 톱 플레이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톱 플레이어로 빨리 진입해서 그 선수들이랑 멋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수준을 올리고 싶다.

차유람
차유람

톱 플레이어층에 들어가게 되면 어떤 선수와 경기를 하고 싶은가?

한지은 선수가 어리지만 굉장히 단단한 선수라는 게 많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 친구랑 좀 멋진 경기를 해보고 싶었고, 또 스롱 피아비 선수와는 개인전 때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해서 스롱 선수와도 만나보고 싶다. 또 김가영 선수를 개인전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기 때문에 또 기회가 된다면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고 싶다.

아이들이 제법 커서 엄마가 뭐 하는지 알 것 같은데, 엄마가 다시 당구선수 할 거라고 얘기해줬나?

그런 부분이 좀 걱정이 되긴 했는데, 엄마가 다시 당구를 할 것 같아 그랬더니 "와~" 이러면서 너무 좋아하더라. 어릴 때는 몰랐는데 이제 엄마가 당구선수라고 하니까 아이도 알고, 또 요즘 TV에 안 나오니까 좀 서운했다고 좋아하더라. 그 사이 아이가 많이 컸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앞으로 목표와 다음 라운드 각오는?

다음 라운드는 기왕 이겼으니 또 이겨서 본선 진출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경기 보여드리고 싶다. 다음 시즌 때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겠다. 지켜봐 주시면 더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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