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관리단체로 제명된 인천당구연맹을 맡아 정상화에 성공하고 '인천 당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되찾는 일에 앞장선 김태석 회장.   사진=인천당구연맹 제공
체육회 관리단체로 제명된 인천당구연맹을 맡아 정상화에 성공하고 '인천 당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되찾는 일에 앞장선 김태석 회장.   사진=인천당구연맹 제공

'인천 당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17개 시도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140년에 접어든 한국 당구사의 한 부분에서 발전을 이끌어 온 역할은 '인천 당구'에 대한 평가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국제 무대에서 당구가 스포츠로 정착되기 시작한 90년대 후반부터는 더 비중이 커졌다. 서울, 경기와 함께 당구계 주요 현안에 앞장섰고, 2000년대로 넘어와서는 프로화의 기반이 된 아마추어 당구 저변을 확대해 엘리트 선수로 연결하는 당구계 시스템 전반을 선도했다.

그러다가 2010년대 이후 인천당구연맹을 오래 이끌었던 집행부의 비리가 알려지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체육단체 통합과 회장 선거를 두고 불거졌던 이 문제로 인해 인천당구연맹이 관리단체로 전락하면서 '인천 당구'가 오랜 기간 쌓아왔던 역사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인천에서 전임 회장과 집행부처럼 행정력과 수완을 겸비한 인물이 나오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였다. 김태석 회장이 출사표를 던진 것은 이때였다. 완전히 시스템이 붕괴된 '인천 당구'의 회생이 어려워 보였던 가장 어려운 시기에 회장으로 당선돼 인천 당구의 부활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김태석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뒤 서서히 안정을 찾은 인천당구연맹은 마침내 과거를 되찾고, 새로운 한국 당구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단계까지 다시 성장하게 됐다.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인천 당구를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사제동행 당구 중점 학교' 사업을 인천교육청(교육감 도성훈)과 함께 진행하면서부터다. "당구로 학교 문화를 더 즐겁게 만들겠다"는 큰 목표를 설정한 이 사업은 당구와 교육, 학생을 연결하는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업의 결과에 따라 당구가 학원스포츠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고 인식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한국 당구의 시초부터 성장과 발전을 선도한 '인천 당구'는 다시 한번 한국당구사에 한 획을 긋게 됐다.

김태석 회장은 이 사업에 대해 "인천과 한국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혁신적 사례인 학교당구스포츠의 새 길"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사제동행 당구 중점 학교'가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면, 숙원 과제인 학원스포츠로 정착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 당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뚜렷한 시각으로 최악의 상황을 최고의 기회로 만드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천당구연맹 김태석 회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았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인천 당구의 역사에 대해 소개해 달라. 
인천은 한국 당구가 태어난 곳이다. 순종이 1912년 창덕궁에 옥돌대라는 이름으로 당구대를 설치한 것보다 28년 전에 인천에는 이미 당구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1884년 인천항에 도착했던 선교사 호레이스 알렌은 숙소를 구하지 못해 길 건너편 상가의 당구대 위에서 잠을 잤다고 기록했다. 인천은 한국 당구를 낳고, 그것을 전국으로 전파했으며, 훗날 정규스포츠로 발전을 주도했으니 명실상부 ‘한국 당구의 본산’이다.
 

현재 '인천 당구'의 현황은 어떤가?
체육회에 당구팀이 편성되어 있으며 당구연맹에 등록된 전문선수가 30명, 동호인선수가 약 1500명이다. 당구를 즐기는 시민은 약 50만 명, 당구장의 수는 약 1500개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시연맹 산하의 구군당구연맹은 현재 6개가 조직되어 있다.

 

인천당구연맹의 체육회 산하단체 지위는 회복됐나?
그렇다. 7년 전 회장선거 갈등의 여파로 관리단체를 거쳐 결국 제명 조치까지 받았었고, 인천 당구 역사의 가장 아프고 부끄러운 부분이다. 그 후 전문선수당구와 생활체육당구를 함께 관장하는 통합 인천당구연맹을 새로 설립하며 1대 회장으로 취임하고 체육회 인정단체로 출발했다.

인천당구연맹은 지난해 9월에 인천시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사제동행 당구 중점학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당구연맹은 지난해 9월에 인천시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사제동행 당구 중점학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당구연맹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겠다.
지난 5년간 상급기관의 지원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래서 아내가 별도로 개인회사를 설립하여 연맹과 협약을 맺고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3년 전 당구애호가들과 지인들이 뜻을 함께해 법인회사를 설립하고 더 체계적으로 지원해 준 덕에 여기까지 왔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를 단합하여 함께 이겨 낸 구군당구연맹과 선수들에게 특히 고마울 뿐이다.


한국 당구의 산실이었으니, 오래된 인천당구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은데.
당구 경기방법, 요금 내는 방법 등의 당구문화도 당연히 인천에서 형성되어 전국으로 전파되었는데, 패배한 사람이 이용료를 부담하는 문화가 되자 당구 실력에 비해 점수를 적게 놓는 분위기가 생겼고 그 결과로 ‘인천 짠물’이라는 별명이 전국으로 퍼지기도 했었다.

아주 오래전 신문 사회면에 ‘인천의 학생들이 당구라는 것에 심취해 학업을 소홀히 한다는데, 전국으로 확산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라는 기사가 실렸었다. 그래서 학생의 당구장 출입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이 규정을 어긴 전국의 학생들이 크게 혼나거나 징계를 당했었다. 무려 100년이나. 그랬던 인천이 이제는 거꾸로 당구를 학교스포츠로 당당히 정립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다. 어쩐지 인천은 한국 당구의 주인공과 악역을 모두 맡아서 하는 느낌까지 든다.
 

인천이 당구를 정규 학교스포츠로 편성한 최초의 사례인가?
전문선수를 꿈꾸는 학생을 위해 당구부를 설치한 사례가 있었고, KBF에서 시범사업 성격으로 진행하는 학생리그도 있다. 그러나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당구를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편성한 사례는 인천이 최초다. 코로나 사태를 지난 후 유휴교실을 활용하여 학생에게 도움이 될 콘텐츠를 찾던 중에 수요조사에서 당구가 채택되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구체화된 사업인가?
사업의 성공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획 단계에서 연맹이 자문했었다. 핵심은 세 가지로 ▲ 정규규격의 장비, ▲ 전문선수의 강습, ▲ 실질적 유지, 보수, 관리였는데, 사업계획에 연맹의 자문이 많이 수용되기를 희망하면서 교육청과 당구연맹이 당구교육에 협력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업무 협력은 잘 진행되었나?
아니다. 방법론에서 서로의 시각차이가 분명했고 그로 인해 협의가 잘 진행되지 못했다. 교육청은 학교와 학생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수요자 중심으로 각각 진행되기를 원했고, 당구연맹은 이 사업이 인천 때문에 전국으로 전파되었던 잘못된 당구문화를 바로잡을 기회이기도 했기에 새로운 당구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통일성 있게 진행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본질적으로 교육청 사업이기 때문에 결국 교육청 뜻대로 예산은 각 학교별로 배분되어 개별적으로 추진되었다. 연맹 입장에서 이런 진행은 ▲ 학교에 동네당구장을 이식해서 ▲ 잘못된 하위문화를 학생들에게 물려주는 최악의 결과까지 예상되었기에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이 사업이 인천과 한국 당구의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 절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맹은 학교를 방문하여 ‘이렇게 해야 바람직하다’ 설명했는데, 교육청은 이게 부적절한 개입이라며 연맹에 격렬히 항의하고 학교들에게 여러 차례 통지와 설명회를 통해 ‘연맹은 아무 관계 없으니 학교마다 개별적으로 실행하라’는 지침을 내렸었다. 그 사건 이후로 소통이 끊겨 연맹은 교육청과 어떤 협의도 진행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당구교실은 학교마다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나?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니 어중간하다 말할 수 있다. 초기에 연맹의 계획에 공감하고 진행한 학교가 있었는데 다행히 학교도 학생도 모두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 과정을 지켜본 일부 학교들이 연맹의 제안을 바탕으로 조금씩 수정하며 이어져서 지금까지 8개 학교가 동참했다.

하지만 사업에 선정된 학교의 절반에 해당할 뿐이고 그나마 23년에 강습까지 진행된 학교는 3개교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통일성 있게 강습하고자 했던 연맹으로서는 몹시 아쉽기만 하다. 이와 달리 독자적으로 진행하겠다고 결정한 학교들도 있다고 들었다.

이 또한 아쉽고 향후 전개가 몹시 걱정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쨌건 인천당구연맹은 연맹의 계획에 공감하는 학교들과 함께 당구교실사업을 통해 ▲ 즐거운 학교 만들기와 ▲ 정통당구문화 정립을 위해 당구종목단체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다.

김태석 회장은 이 사업에 대해 "인천과 한국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혁신적 사례인 학교당구스포츠의 새 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태석 회장은 이 사업에 대해 "인천과 한국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혁신적 사례인 학교당구스포츠의 새 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즐거운 학교’에 큰 도움이 되리라 예상하나?
당연하다. 당구는 정말 재미있는 고품격 스포츠다. 아이들이 그 재미와 품격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전문선수가 체계적으로 지도한다. 동네 아저씨에게 배우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설비들은 세계적인 성능을 가진 물품들이고 전문가의 유지, 보수로 잘 관리될 것이다. 아이들이 최상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조합이다.

당구교실 사업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게 더 즐겁고, 함께 배우고 익히는 친구들이 더 좋아지고, 선생님과 더 친밀하게 소통하게 되고, 그런 과정을 겪으며 더욱 다양한 성취동기를 갖게 되길 바란다. 즐거운 학교, 더욱 밝아지는 학생, 그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기 때문이다.


마무리로 하실 말씀은?
인천은 한국 당구의 본산이다. 한때 연맹이 제명되며 위기에 빠졌었지만, 우리 인천 당구인들은 스스로 일어나 더 멋진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임기 동안 내가 할 역할에 충실하고 잘 갖춘 시스템을 후임에게 물려주고 싶다.

아울러 인천과 한국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혁신적 사례인 학교당구스포츠의 새 길을 열어 준 인천시교육청과 인천시의회교육위원회 분들께 한없는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지해 준 (주)허리우드의 홍승빈 대표에게도 각별히 감사한다.

지난 과정에서 방법론의 의견 차이로 인한 혼선도 있었고, 사실관계의 오해에서 비롯된 의심과 비판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새로운 길을 열 때 생길 수 있는 해프닝일 뿐이다.

‘즐거운 학교’에 일조하며 새로운 당구문화를 창달한다는 목표로 정진한다면 인천은 결국 당구의 새 역사를 만들고 전국에 그리고 세계에 학교당구스포츠의 표준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사진=인천당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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